"원내 1당 뺏길라"..'비례민주' 고개드는 현실론

이우연 기자 2020. 2. 2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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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불가' 방침 불구.."뻔히 보고도 당해야하나"
3월16일까지 창당 시한..걸림돌 많고 '정치 혼탁' 불가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2.2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이우연 기자 = 보수진영의 미래한국당에 맞서 진보 지지층을 결집할 비례정당 창당 필요성이 민주당 내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과 일부 정치인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하던 '비례민주당'이 실제 창당될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온다.

송영길 의원은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반칙 행위를 상대방이 하고 있는데 그대로 당할 수 없다는 의견이 비등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반칙 행위를 뻔히 보고도 당해야 되는 것인가라는 고민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앞서 비례정당을 창당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친문' 계열로 분류되는 손혜원 무소속 의원과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등으로부터 구체적으로 나왔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을 강하게 비판하던 이인영 원내대표도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병이라고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을 우리가 어쩔 수 있겠느냐"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위성정당을 '한국 정치사의 흑역사'라고 규정했었다.

민주당 내 분위기 변화는 미래한국당이 예상 외의 지지세를 얻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회사인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성인 1002명에게 4·15 총선에서 투표 의향이 있는 비례대표 정당을 물은 결과 Δ더불어민주당 33% Δ미래한국당 25%였다. 이어 Δ정의당 12% Δ바른미래당 3% Δ국민의당 2% Δ민주평화당 1% Δ부동층 22% 등으로 집계됐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민주당 안팎에서 위성정당 창당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미래한국당이 4·15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47석)의 절반을 차지해 통합당이 원내 1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 때문이다.

21대 총선은 거대 양당이 어느쪽도 확실한 우세를 장담할 수 없는 박빙 승부가 될 것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예상이다. 미래한국당이 20석 내외를 차지한다면 원내 1당이 바뀔 수 있다.

국회의장이 야당 몫이 되는 것은 원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여당과 그 우호 정당이 과반을 확보한다해도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으면 법안처리가 어렵다. 문재인 정부의 집권 후반기 주요 개혁과제들이 국회 입법에서 막혀 좌절될 수 있다는 뜻이다.

홍익표 의원은 2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최근에 나오는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봤을 때 위성정당이 20% 이상을 획득할 경우에는 상당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병두 의원은 반대의 경우를 상정했다. 그는 같은날 페이스북에 "범보수연합에 원내 제1당을 뺏길 수 없다는 민병대들이 비례정당을 만드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며 "여기서 10석을 가져가게 되면 미래통합당 위성정당의 효과가 사라지게 된다"고 적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두번째)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2.2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민주당과 그 지지세력 사이에서 '비례민주당'에 대한 현실론이 힘을 얻고 있지만 실제 창당하는데 걸림돌도 많다. 비례대표 후보자를 내려는 정당은 적어도 다음달 16일에는 창당해야 한다.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창당을 주도할 수 없는 상태에서 원외 지지세력들 중 누가 대표성을 갖고 '비례정당'을 추진하느냐부터 문제다. 서로 정통성을 주장하며 유사 정당이 난립할 수도 있다. 이들 단체의 정치 활동이 민주당의 정치적 방향과 맞지 않을 경우 또다른 정치의 난맥상을 연출하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공천과정에서 '컷오프'된 정봉주 전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꿈꾸는 자'를 참칭하는 자들이 판치는 정치판. 한 번쯤은 바꾸는 게 맞을 것 같다"며 "'제3의 길'이 희망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이 제안을 26일에 하고 싶었으나 코로나19로 연기하게 됐다"고 적었다.

당 안팎에서는 정 전 의원이 말하는 '제3의 길'이 비례정당 등 신당 창당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 전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이르면 이번주 내에 관련 발표를 하게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때문에 유튜브 등 온라인 발표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선거법 개정에 공조했던 '4+1 협의체'는 위성정당을 반대하고 있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안 하겠다고 했는데 인제 와서 위성정당을 만든다고 하는 것은 집권여당으로서 옳지 않은 일이다. 명분이 없는 것이다. 어떻게 국민을 설득할 것이냐"며 "원내 1당을 한국당에 넘겨줬을 때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도대체 생각이 부족한 당"이라고 지적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전날 "손혜원, 정봉주, 윤건영 등 여권 인사들이 일명 비례민주당 창당을 거론하고 있어 개탄스럽다"며 "민주당은 일각에서 거론하는 비례민주당 창당의 가능성에 대해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고 단호히 거부해야 하며, 혹여나 간접적으로라도 용인하는 사태가 일어나선 결코 안 된다"고 말했다.

serendipit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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