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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의 대구경북 봉쇄조치"..불난 집에 부채질한 집권당

황금비 입력 2020.02.25. 19:46 수정 2020.02.26.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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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협의회 뒤 기자들에
"이동 부분 행정력 검토"
지역봉쇄냐 논란 일자
10분 뒤 "출입 막는다는 것 아냐"
"4주 이내 안정 목표" 등
공무원들 잇단 장담도 눈살
"이후에도 환자 계속 발생하면
시민들 방역당국 못 믿게 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한겨레>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19 대처를 위한 당정청 회의를 마친 뒤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대구·경북 지역에 “최대한의 봉쇄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가 뒤늦게 표현을 정정하는 소동을 빚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첫번째 브리핑 뒤 “지역 출입 봉쇄가 아닌 방역망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지만, 동요와 불안의 확산을 막기 위해 단어 하나 표현 하나에 신중해야 할 집권여당 지도부의 언행이 깃털처럼 가볍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홍 수석대변인은 25일 오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당정청 협의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대구·경북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통상의 차단 조치를 넘는 최대 봉쇄조치를 시행해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자들이 ‘봉쇄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냐’고 묻자 “이동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 일정 정도의 행정력 활용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대구·경북 지역도 중국 우한시처럼 출입을 봉쇄하고, 시민들의 이동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로 읽히는 대목이었다.

민주당은 10여분 뒤 문자메시지를 통해 “‘최대한 봉쇄정책을 시행한다’는 것은 지역 출입 자체를 물리적으로 막는다는 뜻이 아니라 방역망을 촘촘히 해 코로나19 확산 및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의미한다”고 해명했다. 홍 수석대변인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처음 브리핑을 하면서 ‘이동에 대해 일정 정도의 행정력을 활용하겠다’고 말한 것은 대구·경북 경계를 넘는 이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 자가격리자들의 이동을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는 의미였다”고 부연했다.

‘봉쇄 발언’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가 직접 진화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당정청의 ‘최대한의 봉쇄조치' 표현이 지역적 봉쇄를 말하는 것이 아닌, 코로나19의 전파와 확산을 최대한 차단한다는 의미”라고 선을 그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해당 발언에 대해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다. 만약 지역적인 봉쇄가 있는 상황이라면 국무총리나 보건복지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구로 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 국면에 정부여당이 신중하지 못한 메시지 관리로 비판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 2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배포한 코로나19 범정부 대응 관련 보도자료 제목을 ‘대구 코로나19 대응 범정부특별대책지원단 가동’으로 붙였다가 이 명칭이 지역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뒤늦게 철회하고 사과하기도 했다.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고 언제 사태가 진정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고위 공무원의 확신에 찬 발언이 방역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4주 이내에 대구시를 보다 안정적인 상황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목표”(24일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라거나, “방어선에 한차례 틈이 났지만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방역 조치하겠다”(23일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등의 발언이 그런 경우다. 이훈재 인하대 의대 교수(사회의학)는 “지자체장이 사과하면서 추가 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건 잘못된 신호”라며 “이후에도 환자가 계속 발생할 경우 시민들은 방역당국을 믿을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당분간 유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면, 피해를 최소화하고 위기를 잘 넘기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재난 상황이 닥치면 정치인들은 ‘종식’처럼 국민의 귀에 박히는 확실한 말을 하고 싶어하지만,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매우 높을 땐 그 불확실성을 설명하는 게 최선”이라며 “장기전에 접어들었으니 정부여당은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협조와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시민사회에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금비 박수지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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