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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Case Study]한눈에 보는 팀전술 데이터.. EPL도 홀리다

김성모 기자 입력 2020.02.2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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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영상 AI분석 플랫폼 업체 '비프로일레븐'의 성공 비결
축구 영상 인공지능(AI) 분석 플랫폼 업체 ‘비프로일레븐(bepro11)’은 경기, 훈련 모습을 촬영해 코치진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또 앱과 웹을 통해 슈팅, 패스, 스프린트 등과 관련된 선수별 정보부터 세트피스, 역습 등 팀 전술 관련 데이터까지 수백 개의 정보를 제공한다. 비프로일레븐 제공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부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독일 분데스리가까지. 세계 정상급 리그에 속한 프로 축구팀들을 사로잡은 한국 스타트업이 있다. 2015년 2월 문을 연 ‘비프로일레븐(bepro11)’이다. 비프로일레븐은 축구 영상 인공지능(AI) 분석 플랫폼 업체다. 고객사들에 경기장과 훈련장을 촬영한 영상과 분석 데이터를 제공한다.

현재 비프로일레븐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팀은 13개 국가, 534곳에 달한다. 기성용이 뛰었던 EPL의 뉴캐슬, 이천수가 몸담았던 스페인의 레알 소시에다드가 비프로일레븐의 고객이다. 한국의 K리그 팀들도 비프로일레븐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신생 업체인 비프로일레븐은 어떻게 해외에서 이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월 15일자(291호)에 실린 비프로일레븐의 성공 비결을 요약해 소개한다.

○ 축구 선수처럼 사업도 ‘해외 진출’

비프로일레븐의 서비스는 크게 영상 촬영 및 편집, 데이터 분석, 정보 공유 플랫폼 등 3가지다. 운동장에 설치한 카메라로 경기, 훈련 모습을 촬영해 코치진에게 실시간으로 영상을 제공한다. 또 비프로일레븐의 애플리케이션(앱)과 웹에서 슈팅, 패스, 드리블돌파, 스프린트 등 선수별 정보부터 세트피스, 탈압박, 역습 등 팀 전술 관련 데이터까지 분석관과 AI가 분석한 수백 개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각 항목을 클릭하면 여기에 맞는 영상을 ‘북마크’처럼 볼 수 있게 한 것이 비프로일레븐의 강점이다.

비프로일레븐이 사업 초기부터 이같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당시 “국내 프로축구리그와 유소년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비관적인 의견이 많았다. 강현욱 비프로일레븐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16년 10월 그는 한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 회사에서 일하는 아시아 담당 팀장을 만나 독일 팀 몇 곳을 소개받았다. 분데스리가 구단들은 “슈팅, 패스 관련 숫자들은 일반적인 만큼 여러 선수에 함께 적용되는 압박, 역습 등과 같은 팀 전술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피드백에 마냥 실망만 한 것은 아니었다. 독일 구단들도 최상위인 1부 리그를 제외하고는 의외로 비디오 분석을 거의 하지 않고 있었다.

무엇보다 고객의 ‘숫자’가 한국과 차원이 달랐다. 독일에는 1부, 2부 리그에 각각 18개 팀이, 3부는 20개, 4부는 92개, 5부는 241개의 축구팀이 존재했다. 그야말로 노다지였다.

○ 기술력+입소문

비프로일레븐은 3개월 동안 여러 명이 함께 적용되는 압박, 역습, 패스맵 등 팀 전술 데이터들을 보완했다. 다시 찾은 독일 함부르크. “3개월 안에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이냐”며 현지 관계자들이 놀랐다. 함부르크 지역 5부 리그에 소속된 ‘토이토니아’ 구단이 바로 계약하자며 손을 내밀었다. 이 팀은 비프로일레븐의 서비스를 사용한 뒤 리그 14위에서 3위까지 뛰어올랐다. 입소문이 나면서 상위 리그 팀들과도 계약할 수 있었다.

비프로일레븐은 아예 사무실을 독일 함부르크로 옮겼다. 이후 스페인, 영국 등으로 사업을 넓혔다. 지난해에는 세리에A의 볼로냐 FC 1909를 고객으로 끌어왔다. 당시 강등권인 18위에 머물러 있던 볼로냐는 비프로일레븐의 서비스를 쓴 뒤 11위로 시즌을 마치면서 강등을 피하기도 했다.

해당 팀들이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데는 비프로일레븐의 기술이 한몫했다. 비프로일레븐은 영상 촬영부터 기술력을 활용했다. 고객의 경기장 스탠드 천장에 네트워크 카메라인 ‘픽스캠’ 3대를 설치했다. 카메라들은 각각 경기장의 왼쪽과 중앙, 오른쪽을 촬영한 뒤 ‘비디오 스티칭’ 기술을 통해 하나의 화면으로 보여준다. 경기장 곳곳을 확대해 볼 수 있는데,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오프더볼)까지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오브젝트 트래킹’ 기능도 가능해졌다. AI가 각 선수들을 구분하고 영상 시작부터 끝까지 각 선수들을 따라다니며 움직임을 파악한다. 비프로일레븐은 팀, 선수의 각종 데이터를 분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 비즈니스 확장 전략

비프로일레븐은 단계별 전략으로 고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리그-국가 계약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한 국가의 축구 시장에 들어가면 먼저 구단마다 찾아가 서비스를 소개한다. 50%의 임계치를 넘기면 리그와 계약한다. 이 수치가 넘어가면 일종의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고객을 잘 서포트하려면 모든 팀을 고객으로 두는 것이 최선이다. 한 팀에 서비스를 하면 고객이 아닌 상대 팀의 데이터들도 확보할 수 있다. 원정 경기 영상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 영상 및 분석, 훈련 영상 촬영, 실시간 영상 모바일 확인 등 상품을 다양하게 구성하고 리그 수준별로 가격을 차별화한 것도 비프로일레븐의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비프로일레븐의 고객 수는 2016년 K리그 주니어팀 22곳에서 2017년 50개(한국, 독일), 2018년 152개(한국, 독일, 오스트리아), 지난해 534개(독일,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태국 등 13개국)로 급격하게 늘었다. 비프로일레븐은 알토스벤처스와 KT인베스트먼트에서 55억 원을,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60억 원을 투자받았다.

강 대표는 ‘스포츠 산업의 구글’을 꿈꾼다. 그는 “비프로일레븐의 비전은 전 세계 모든 스포츠 선수의 정보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것”이라며 “선수 스카우팅부터 농구, 야구 등 타 종목으로의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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