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겨낼 진짜 힘은 선행".. 온정에 용기 얻는 대구
대구의 한 광고업체가 폭증하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선을 넘나들고 있는 시민들에게 ‘희망과 긍정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제작한 ‘당신은 어느 편입니까’라는 제목의 1분 2초 분량의 짧은 영상이다. 이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하는 코로나19 해시태그 ‘#힘내라_대구’를 소개하며 끝맺는다.
25일 현재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500명을 넘겼다. 그만큼 국내 코로나19 지역 확산 발원지처럼 인식돼 민심도 흉흉하고 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극도의 공포심과 불안감을 떨치고 일어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시민들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기류가 퍼지고 있다.
대구 중구 서문시장의 한 상가 건물주인 A(74)씨는 감염병으로 인한 세입자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한 달간 월세를 받지 않기로 했다. A씨는 “코로나19로 고통을 받고 있는 이웃과 함께하기 위해 월세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종일 놀이연구소 대표는 최근 중구 동산동 공방 동료들과 함께 재봉틀을 이용해 직접 천 마스크 1200여개를 만들어 쪽방 상담소에 전달했다. 그는 “수작업으로 힘들게 만들었지만 마스크 구입이 어려운 소외계층을 위하는 마음에 힘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대구에 확진자가 늘어 마음이 아프다”며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지역 맘카페에서는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배달하는 택배기사들에게 마스크와 간식 등을 나눠주는 선행 릴레이가 펼쳐지고 있다. 한 회원의 제안으로 시작된 릴레이에는 10여명이 동참해 마스크와 간식 거리를 감사 메시지와 함께 전달한 인증사진이 올라왔다.
수성구 주민 박모(58)씨는 “힘든 상황이지만 따뜻한 나눔 사연을 들을 때마다 공포가 누그러진다”며 “바이러스를 이겨낼 진짜 힘은 이런 선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방역 일선에서 어려움에 처한 환자들을 위해 묵묵히 땀을 흘리는 시민도 적지 않다.
지난 18일 확진자와 접촉해 자가격리 조치된 경북대병원 인턴 의사 13명은 업무 복귀를 요청하기도 했다.
대구시의사회도 대구지역 모든 의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선별진료소·대구의료원·계명대 대신동 동산병원으로 와 달라”고 요청했다.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은 “우리의 사랑하는 부모 형제 자녀가 살고 있는 터전이 의료재난 사태를 맞았다”면서 “방역당국이 더 많은 의료진을 구하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다른 지역에서 대구 파견을 자원한 의료진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전날부터 대구에서 활동할 의료인력 자원을 받은 결과 이날 오전까지 58명이 지원했다. 의사 5명, 간호사 32명, 간호조무사 8명, 임상병리사 3명, 행정직 10명이다. 이들은 환자 조기발견을 위해 선별진료소 등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업무에 우선 투입된다.
대구=김덕용 기자 ,이진경·박지원 기자kim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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