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로나19 확진자 적은 이유, 검사 426명밖에 안 해서"

하채림 2020. 2. 2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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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시약 공급지연·제한적 검사 대상 탓".."한국은 그새 3만5천건 검사"
전문가 "美서도 낮은 단계 확산中 추정..검사 안 하니 확인 못할 뿐"
이달 19일 중국 허난성의 한 검사실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현재까지 미국에서 확인된 확진자가 53명(세계보건기구 집계 기준)에 불과한 것은 검사 수량이 극히 미미하기 때문이라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미국동부 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이 코로나19 검사 3만5천건을 시행하는 동안 미국의 시험 실적은 일본에서 데려온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객을 제외하고 426건에 불과하다.

최근 미국 동부 연안의 한 병원에 싱가포르를 다녀온 한 환자가 호흡기 증세로 입원했다.

이 환자는 계절독감(인플루엔자)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은 환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사회 전파가 의심되는 싱가포르를 다녀왔다는 점에서 코로나19 감염을 유력하게 의심했다.

환자는 여러 가지 지병이 있었기 때문에 만약 코로나19에 감염됐다면 목숨이 위태로운 중증으로 병세가 악화할 우려가 컸다.

그러나 의료진은 이 환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가 없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 검사 시행 지침(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호흡기 증세 환자가 최근에 중국을 다녀왔거나 확진자와 밀접 접촉을 한 경우에만 검사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병원은 환자의 안전을 위해 코로나19로 간주하고 그에 준하는 격리 치료를 시행했지만, 결국 완치돼 퇴원하기까지 코로나19 확진 판단은 내리지 못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긴급상황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미국 보건당국의 진단시약 공급 지연과 매우 엄격한 확진시험 적용 지침 탓에 검사 실적이 이처럼 저조하다고 입을 모았다.

약 열흘 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 여부를 조기에 파악하고자 기존 인플루엔자 감시망에 코로나19를 추가한다고 발표하면서, 진단시약을 배포했다.

현장에서 이 시약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 CDC는 새 진단시약을 개발해 재보급해야 했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가 가능한 곳은 10여개 지방(주·시) 보건당국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10여개 검사실의 양성 결과는 CDC의 검증을 거쳐 최종 확진 판정이 내려진다.

하버드의대 병원(브리검 여성병원)조차도 코로나19 진단검사 결과를 받기까지 48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라고 WP는 전했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성을 갖춘 의료기관은 자체적으로 진단시약을 개발해 대응하고 있지만, 이 결과를 근거로 해서는 공식적인 진단을 내릴 수 없으며 환자나 의료보험자에게 의료비를 청구할 수도 없다.

진단시약 공급 지연이 길어지자 미국 공중보건진단검사실협회(APHL)는 의약품 인·허가 담당 기관인 식품의약청(FDA)에 자체 진단 시약 개발·적용 재량권을 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일본과 교류가 많은 하와이 당국은 상황이 급박해지자 일본 시약이라도 수입해서 쓰게 해달라고 CDC에 요청했다.

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 낸시 메소니에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진단시약의 문제 때문에 "당국도 답답하다"고 좌절감을 토로했다.

CDC가 3차원 그래픽으로 구현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외부 구조 [AFP=연합뉴스]

또 의료진이 코로나19가 의심되는 환자를 발견해도 쉽게 검사를 의뢰할 수 없는 지침도 문제로 지적됐다.

25일 기준 미국 보건당국의 지침에 따르면 중국에 다녀오거나 확진자와 밀접 접촉을 한 호흡기 환자만 검사 대상이다.

미국 보건당국이 지역사회 확산으로 판단하는 일본, 한국, 이란, 이탈리아를 방문하고 나서 호흡기 증세를 호소한다고 해도 검사 대상이 아니다.

미국과 일본 등 이른바 '의료 선진국' 의료기관은 보건당국의 진단 지침을 엄격히 준수하는 편이다. 의료보험자의 영향력이 큰 곳일수록 이러한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미국이나 일본에 견줘 한국은 진단검사 대상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확대된 편이다.

진단시약과 적용 지침의 한계 탓에 미국에서 확진자 보고가 실제보다 적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브리검 여성병원의 마이클 미나 임상미생물학 담당 부원장은 "나 자신을 포함해 다수가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낮은 수준으로 유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WP에 말했다.

미나 부원장은 "우리가 아직 실태를 보지 못했기에 확실히 알 수 없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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