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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 시사 레슨] 코로나19가 '하나님의 심판' 아니면 '마귀의 짓' 이라고?

입력 2020.02.26. 13:43 수정 2020.02.2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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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재앙과 요한계시록 해석

[주간동아]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코로나19 병동. [AP=뉴시스]
케냐 하늘을 덮은 사막메뚜기떼(왼쪽). 호주산불. [KTN News Kenya 공식유튜브 캡쳐, 세계자연기급(WWF) 호주지부]
이상기온으로 지구촌 전체가 신음 중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가 긴장한 가운데 설상가상 동아프리카 일대에 발생한 메뚜기 떼가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을 향하고 있다. 아프리카 동부에 보통 건기인 지난해 10~12월 평소보다 400%나 많은 비가 내리면서 개체수가 급증한 사막메뚜기 떼다. 

사막메뚜기는 슈퍼헤비급 메뚜기다. 다 크면 6~7㎝로 자라는데 이는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메뚜기의 두세 배나 된다. 게다가 떼를 지으면 ㎢당 800만~1억5000만 마리씩 몰려다니며 자기 몸무게의 두 배를 먹어치운다. 3만5000명분 이상의 식량에 해당하는 양이다. 힘도 그만큼 좋아 하루에 150km씩 이동 가능하다.

코로나19, 메뚜기 떼, 호주 산불

사막메뚜기떼 이동경로 최신자료.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이런 녀석들이 현재 수천억 마리씩 떼 지어 동아프리카 일대를 초토화한 뒤 홍해를 건너 아라비아반도를 휩쓸고 다시 인도와 파키스탄을 엄습하고 있다. 동아프리카만 놓고 봤을 때 70년 만의 최악의 황충(蝗蟲·메뚜기의 한자 표기)· 피해라고 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에티오피아·케냐·소말리아에서만 이미 1200만 명이 식량위기에 처했고 추가로 2000만 명의 식량안보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 현재 진행 속도라면 여름에 이 황충 무리를 맞게 되는 중국에서도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놈들이 오고 있다"며 초긴장한 상태다. 

잊지 말아야 할 게 더 있다. 2월 14일 폭우 덕에 간신히 진압된 호주 산불이다. 지난해 9월 시작돼 5개월 넘게 번진 이 산불로 건물 6500채가 타고 33명이 숨졌다. 더 큰 피해는 호주 대륙에서 11만㎢의 숲이 사라진 점이다. 남한(10만㎢)보다 더 넓은 면적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지구온난화의 재앙으로 본다. 특히 호주 산불과 슈퍼메뚜기 떼의 출현은 인도양의 이상기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해 가을 아프리카를 접한 인도양 서안의 해수면 온도는 평균보다 1~2도 높았고, 호주대륙을 접한 인도양 동안의 해수면 온도는 1~2도 낮았다. 이렇게 인도양 서안은 이상저온, 인도양 동안은 이상고온을 보이는 현상을 '인도양 쌍극자(Indian Ocean Dipole·IOD)'라 부른다. 

1999년 처음 관측된 IOD가 발생하면 인도양 동쪽에선 폭염과 가뭄, 인도양 서안에선 폭우가 내리는데 지난해가 정확히 그랬다. 인도양 서안의 동아프리카에서는 10월부터 내린 많은 비로 300명이 사망하고 28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결국 대규모 메뚜기 떼가 출현했다. 반면 인도양 동안인 호주에선 48.9도에 이르는 폭염과 건조한 날씨로 2009년 빅토리아주에서 일어난 '검은 토요일(Black Saturday) 산불'을 능가하는 최악의 산불이 발생했다. 2009년 산불의 경우 173명의 목숨을 앗아가 인명피해는 최대였지만 불탄 면적은 45만ha로 이번 산불의 24분의 1 규모에 불과했다. 

호주대륙과 인접한 남극 역시 이상기온 현상을 보이고 있다. 2월 9일 남극 시모어섬 기온이 20.75도로 관측돼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남극은 50년 동안 평균기온이 3도 가까이 상승했다고 한다. 또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1월 세계 지표면과 해수면 평균온도가 141년 관측 역사상 1월 기록 중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요한계시록의 실현?

신천지예수교 신도들의 예배장면. [신천지예수교]
이쯤 되면 지구온난화가 가져온 인류 공통의 재앙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한국에는 기독교성서(신약)의 요한계시록까지 들먹이며 '하나님의 심판'이라 말하는 이가 많다. 

신약의 대미를 장식하는 요한계시록은 묵시록으로도 불린다. 예수가 다시 부활해 인류를 심판하는 최후의 날에 대한 상징적 표현으로 가득하다. 그에 따르면 일곱 번의 재앙이 두 차례씩 일어나는데 거기엔 전쟁, 가뭄, 산불, 홍수, 기근, 역병, 그리고 황충이 등장한다. 

기독교 인터넷매체 '뉴스앤조이' 보도에 따르면 대구지역 한 대형교회 담임목사가 코로나19라는 역병이 돌고, 호주에서 가뭄으로 대형산불이 나며, 아프리카에서 홍수에 이어 황충까지 발생한 것이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2월 2일부터 16일까지 3주에 걸친 주일예배 설교에서 중국이 교회를 탄압하고, 호주에선 동성결혼을 허락하며, 미국에선 동성애자인 피트 부티지지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각광받기에 재앙이 닥쳤다는 것. 이 정도까지는 아닐지라도 코로나19가 중국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목사들은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2월 18일 이후 대구와 경북 일대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우후죽순처럼 발생하고 있다. 그 대다수는 예수를 믿는 신천지예수교회 신도들이다. 그 신천지예수교회 창립자이자 수장인 이만희 총회장의 해석은 정반대였다. 이 총회장은 2월 21일 신도들의 휴대전화로 보낸 특별편지에서 '금번 병마 사건은 신천지가 급성장함을 마귀가 보고 이를 저지하고자 일으킨 마귀의 짓'이라고 규정했다.

14만4000명은 왜?

신천지 전국 12지파 현황.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구리상담소]
기독교 교계에서 신천지가 이단 취급을 받는 것은 크게 2가지 때문이다. 첫째는 신천지 신도들이 교주인 이만희 총회장을 예수와 같은 메시아로 떠받든다는 점이고, 둘째는 요한계시록에 대한 자의적 해석에 입각한 종말론을 주장한다는 점이다. 

종교연구가들에 따르면 이만희 총회장은 유재열의 장막성전, 백만봉의 재창조교회 같은 종말론집단의 신도로 있으면서 종말론 교리를 터득했다. 그 핵심은 요한계시록의 자의적 해석이다. 1980년 창립된 신천지는 앞선 종말론 종교처럼 최후의 날을 특정 날짜로 못 박았다. 처음엔 1987년 9월이었다 불발하자 1991년으로 수정했고 이 역시 불발하자 날짜를 특정하기보다 요한계시록에서 천국행 티켓이 약속된 14만4000명이란 숫자가 채워지는 날로 삼았다. 

이 역시 처음엔 신천지 신도 수였다. 그러다 신도 수가 이를 넘어서자 교주의 축복을 받고 순교자들의 영과 '신인합일(神人合一)'을 이뤄 1000년 이상 죽지 않고 육체영생(肉體永生)을 누리게 될 신도의 수로 바꿨다. 교도들이 신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그렇게 육체영생을 누리게 될 14만4000명의 숫자를 채우기 위해서라고 한다. 

14만4000이라는 숫자는 왜 나왔을까. 이스라엘 민족 12지파를 상징하는 12에 완성의 숫자를 뜻하는 12를 곱하고 당시 많은 수를 대표하는 수 1000을 곱해 나온 상징적 숫자라는 것이 정통 기독교의 해석이다. 

그러나 성서를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요한계시록 말미에 적힌 내용도 잊지 말아야 한다. 요한계시록 22장 18, 19절(공동번역성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나는 이 책에 기록된 예언의 말씀을 듣는 모든 사람에게 분명히 말해둡니다. 누구든지 여기에 무엇을 덧붙이면 하나님께서 그 사람을 벌하실 때에 이 책에 기록된 재난도 덧붙여서 주실 것입니다. 또 누구든지 이 책에 기록된 예언의 말씀에서 무엇을 떼어버리면 이 책에 기록된 생명의 나무와 그 거룩한 도성에 대한 그의 몫을 하느님께서 떼어버리실 것입니다.' 요한계시록을 함부로 들먹이는 사람, 그가 곧 이단이란 소리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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