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복 교체에만 30분, 하루에도 수차례 입고 벗고.."

차창희 2020. 2. 2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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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급파된 공중보건의 코로나 최전선 사투현장
주 52시간 넘어 주 7일 근무
신천지 신자 찾아가며 검사
검체 채취과정 어려움 많아
환자 한명 코로나 검사하면
전신 덮는 방호복 갈아입어야
확진자 노출로 격리된 의사들
인력부족에 되레 미안한 마음
"내가 왜 검사를 받아야 하나. 나는 아무 확진자와도 접촉 안 했다."

대구시내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신자들이 머무는 가구마다 방문해 검체 채취를 하는 공중보건의사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검사 대상자들과 실랑이를 벌인다. 발열, 기침 등 코로나19 감염 증상이 전혀 없는데 왜 찾아왔느냐는 신자들 반발이 이어진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패닉'에 빠진 대구 시민들을 돕고자 긴급 파견된 200명의 공보의를 이끌고 있는 김명재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정책이사는 26일 매일경제와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아직까지 물리적 충돌은 없지만 검사를 거부하는 신천지 신자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검체 채취 과정을 불편하게 생각하거나 설명을 다 듣지도 않고 거절하는 경우가 많아 공보의들의 어려움이 많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현재 대구에는 200명의 공보의가 긴급 파견돼 시민들을 돕고 있다. 이들은 대구시내 8개 보건소로 각각 배치돼 선별진료소 운영, 가정 방문과 검체 채취, 역학조사 등의 임무를 수행 중이다. 코로나19 최전선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김 이사는 "혹여 시민들에게 질병을 옮길까봐 걱정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공보의가 '다른 사람한테 전파시키면 더욱 자괴감이 들 것'이라는 공통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의거해 전신을 가리는 수준(레벨D)의 방호복 등 개인 보호 장구를 착용해야 한다. 문제는 환자 1명을 응대할 때마다 보호 장비를 교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30분 이상 소요돼 검사 효율성이 떨어지는 한계도 있다. 김 이사는 "공보의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방호복을 갈아입는다"며 "현장에서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이러한 원칙을 지키려면 힘들 때가 많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 이사는 "보건당국 지휘부와 현장 간에 어느 정도 괴리감이 존재한다"며 "현장 인력들의 자율성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위에선 계획을 짜서 하달을 하는데 현장에선 '이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불만이 나온다"며 "예를 들어 남구 지역에 신천지 신자가 많아 업무 과부하가 큰데도 다른 보건소에서 지침상 공보의 파견을 안 해주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이 큰 점도 공보의들의 애로점이다. 실제 대구 서구보건소로 배치받은 공보의 A씨는 보건소 내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배치된 지 5일 만에 격리됐다. A씨는 "다행히 격리된 7명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고 현재는 각자 지자체 근무지로 복귀해 대구시 지침에 따라 2주간 자가격리 중"이라며 "대구에 파견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격리돼 다른 공보의들께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A씨는 대구 서구보건소 행정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A씨는 "서구보건소에 확진자가 나왔을 때 보건소 측에서 '검체 채취용 배지(용기)가 부족하니 각자 지자체로 돌아가 증상이 생기면 검사를 받아보라'고 말했다"며 "우리는 불안하니까 다른 대구 내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으면 안 되겠느냐고 문의했지만 그것도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혹여 보건소 확진자와 접촉한 공보의 중 감염자가 나왔다면 방역에 구멍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A씨 등 격리 공보의들의 지속된 건의에 따라 보건소 측이 배지를 구해 검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대구 입성 당시에도 공보의들은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다. 대구시 측에서 이들을 위한 별도 숙소조차 마련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초기엔 어쩔 수 없이 대구시내 호텔을 우리가 직접 찾아야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여의치 않았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다수의 호텔이 "장기 숙박은 곤란하다"며 사실상 '투숙 거부'를 했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우리가 대구시 측에 건의를 했고 다행히 대구시 측에서 호텔 3개소를 지정해줬다"고 말했다.

공보의들에게 주 52시간 근무는 사치일 뿐이다. 김 이사는 "사실상 주 7일 근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된 노동에 비해 보상은 그리 크지 않다. 현재 파견근무 중인 공보의들은 기본급에 더해 업무활동장려금과 일비·식비·숙박비 등 총 14만5000원을 추가로 받을 뿐이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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