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교수, 뉴욕타임즈에 "무능한 아베 정부, 올림픽 열 자격 없다" 기고

김나경 2020. 2. 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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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노 코이치 소피아대 교수 NYT 기고문
"코로나19 부실 대응은 아베 총리의 무관심 탓"
"현재 일본 권력층은 '무사안일주의'에 빠져있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 일본 도쿄 총리 집무실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AFP 제공]
[이데일리 김나경 인턴기자] “일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올림픽을 개최해도 되겠습니까?”

나카노 코이치 일본 소피아대학 정치학부 교수가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 제목이다.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사태 대응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능하다”는 첫 문장으로 시작한 “왜 하필 이럴 때, 일본은 올림픽 개최국이 됐는가”라고 개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본 일본 정권의 안이한 대처와 늑장 대응을 봤을 때, 올림픽·패럴림픽이라는 전 세계인이 모이는 축제를 이런 상황에서 무사히 치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나카노 코이치 일본 소피아대학 교수의 뉴욕타임즈 기고문 캡처

나카노 교수는 “일본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것이 1월 28일인데 일본정부는 2월 25일이 되어서야 코로나19 대응 기본 정책을 채택했다”며 “의료진들은 마스크와 살균제, 검사용 키트가 부족하고 진단검사를 할 의료전문가조차 부족하지만 아베 총리는 ‘시기상조’라며 예산안 증액에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발열, 호흡기 증상 등이 심각한 시민만 의료기관을 찾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나카노 교수는 “아베 총리는 어쩌면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검사가 없으면 확진자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대해서도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탑승객이 “우리는 세균 배양 접시에 있는 것 같다. 실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는 마치 기피니그가 된 기분”이라고 말할 정도로 대응이 허술했다는 지적이다.

각국이 자국민들을 데려가 추가로 14일간 격리 조치를 시행한 것에 반해 일본 정부는 음성 판정을 받은 이들은 그대로 자택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이후 음성 판정을 받은 이 중에서도 확진자가 확인됐고, 심지어 하선자 가운데 23명은 검사를 받지 않은 사실도 밝혀졌다.

나카노 교수는 아베 정권의 무능에는 ‘회피’와 ‘타성’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 관료들이 ‘무사안일주의’(事なかれ主義)에 젖어 위기에 대응하기는 커녕 상황을 회피하기에 바쁘다는 것이다. 그는 “위기 상황이 있다고 경고하면, 당신이 그 위기 상황의 원인을 일으킨 것으로 지목돼 비판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 근저에는 국민을 보호한다는 정치 지도자의 의무는 외면한 채, 특권만 누리는 아베 정권의 본질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 최장수 총리인 아베 총리는 자민당 내에서도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다. 아베 정권과 매우 가까운 검사장의 정년을 ‘꼼수’로 연장하는 등 “헌법도 쉽게 위반한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다. 그런 그가 “더 단호하게 행동하지 않은 것”은 “단순히 정치적·개인적 관심 부족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6일 마침내 마련된 코로나19 전문가 회의에 아베 총리가 참석한 시간은 겨우 ‘3분’이었다. 코로나대응을 위해 열린 13번의 전략회의에서 아베 총리의 배석 시간은 평균 12분이었다. 일본에서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나온 다음날 열린 전략회의에 아베 총리가 참석한 시간은 겨우 8분, 이후 이어진 미디어그룹 닛케이 회장과의 저녁 식사는 거의 3시간 동안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나카노 교수는 “아베 총리와 그의 측근들이 끔찍한 재앙에 무관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면서 “2018년 여름, 220명이 사망한 엄청난 폭우가 발생했을 때도 아베 총리와 자민당은 도쿄에서 연회를 열고 있었다”며 “2014년 폭설 사태부터 지난해 일본 동부 지역을 파괴한 태풍까지 아베 정권은 종종 국민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나카노 교수는 이같은 아베 정권의 행태에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도 있지만, 무엇도 일본 권력층의 태생적·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 유력 정치인들은 시민의 민주적 의사에 따라 선출된다기보다 선대의 정치적 후광에 편승해 권력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아소 타로 부총리 겸 재무장관, 고이즈미 신지로 고이즈미 환경 장관 모두 전 총리의 손자·아들이며 아베 총리 또한 외가의 정치적 후광을 등에 업고 정치권에 입성했다. 현재 아베 내각을 구성한 19명 장관 중 5명이 전임 국회의원의 아들 또는 손자이며, 3명은 국회의원인 친척이 있다.

나카노 교수는 “일본 지도자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너무나 떨어져 있어서 그들의 어려움에는 정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 때문에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발발하는 위기 상황에서도 전혀 대응하지 않는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딕 파운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5월 말까지 사그라들지 않을 경우 오는 7월에 열리는 도쿄 올림픽·패럴럼픽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일본 정부는 취소 가능성을 부인하며 “IOC와 대회조직위원회, 도쿄도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대회 개최를 향한 준비를 착실히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나경 (dear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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