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주감염지 된 교회..예배 포기 못하는 속사정

이동우 기자 입력 2020. 2. 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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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에서 관계자들이 소독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교회가 코로나19(COVID-19) 확산의 중심에 섰다. 서울 명성교회를 비롯해 부산, 대구 등 전국 각지의 교회에서 속속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교회 '셧다운'(Shut down·폐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서울 강동구는 지난 26일 명일동 명성교회에 임시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교인을 대상으로 한 감염 조사에 나섰다. 전날 등록성도가 8만명에 달하는 이 교회 부목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비상이 걸렸다.

부목사 A씨는 감염 시점으로 추정되는 지난 14일부터 1주일간 목회 활동을 하며 많은 교인을 접촉했다. 지난 23일 일요일에는 교인 2000여명과 함께 주일예배를 보기도 했다. 강동구는 밀접접촉자 348명을 1차로 파악하고 이들에 대한 검사와 추적에 나섰다.

코로나는 교회를 타고…서울 거쳐 대구, 부산까지
대구 대명동 신천지대구교회 앞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교회에서 코로나19 확진이 나온 건 서울 명륜교회가 처음이다. 6번 확진환자는 지난달 26일 새벽·오전 예배에 참석한 뒤 교회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도 예배를 봤다. 83번 확진자도 같은 시간 명륜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종로노인종합복지회관에 코로나19를 옮겼다.

전국적 확산의 기폭제가 된 대구·경북 역시 교회가 '슈퍼 전파지' 역할을 했다. 신천지예수교(신천지) 대구교회는 지난 18일 31번 환자가 처음 나온 이후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9000명에 이르는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가 광주, 용인, 부산 등 전국으로 코로나19를 옮겼다.

부산에서 발생한 확진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숫자는 온천교회 관련자다. 지난 23일 처음 8명의 확진자가 나온 이래 나흘 만에 28명으로 급증했다. 온천교회 감염 경로는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집단 감염 우려에 교회는 건물을 폐쇄하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홈페이지마저도 초상권 보호를 위해 잠정적으로 닫았다.

수천명씩 모여 주일 예배, '슈퍼 전파' 우려 커지는 교회
코로나19 / 사진=김현정 디자인기자

대부분의 교회는 주일예배와 수요예배 외에도 특별예배를 편성해 일주일에 3~4일씩 교인이 모인다. 교인들은 교회를 중심으로 삶이 이뤄질 정도로 결속력이 강해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퍼지기 좋은 환경이다. 큰 목소리로 기도하는 '통성기도'와 노래 부르는 찬양도 빠른 전파의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가 창궐하자 각각 미사와 법회를 중단한 가톨릭, 불교계와 달리 구심점이 없다는 것도 교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가톨릭은 전국 16개 교구 중 12개 교구의 미사를 중단했다. 나머지 교구도 미사 중단을 검토 중이다. 특히 명동성당은 121년 만에 처음으로 미사를 중단했다. 조계종도 모든 법회를 취소하고 산사를 한시적 폐쇄했다.

이와 달리 교회는 전국 단위의 지도부가 없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최대 단체지만 정치색이 강하게 보이며 사실상 허울만 남았다는 평가가 많다.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최근까지 태극기 집회를 주도하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교인들의 헌금으로 교회가 운영되기 때문에 예배를 포기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확진자가 나온 명성교회는 온라인을 통한 헌금을 공지했따. 일부 교회 에배를 중단하고 온라인 동영상 예배로 전환한 교회들도 온라인 헌금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모여 예배드리라는 성경 교리 때문에 오프라인 예배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성경 사도행전에 따르면 에수의 제자들은 모여 기도할 때 성령이 임하는 경험을 했다. 사람들이 모여 함께 예배할 때 신의 임재를 더 잘 경험할 수 있다는게 기독교의 믿음이다.
코로나19 막으려면 교회 막아야? 셧다운 실제 가능성은
24일 오후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에 주일예배를 제외한 모든 모임 중단과 새벽예배 중단 안내문구가 붙어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 때문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면 교회에 대한 관리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다중이용 시설 제한을 추진하는 정부가 정작 많은 교인이 모이는 교회만 예외로 둬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누리꾼들은 "각 교회의 판단에 맡기기엔 상황이 너무 심각한 것 같다', "코로나19를 막는데 교회만 빠지나", "헌금 같은 돈이 사람의 생명보다 우선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회 셧다운은 어렵다고 보면서도 교단 차원의 예배 자제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자발적 참여를 강조했다.

최원석 고려대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행정적으로 봐야 하겠지만 (셧다운 같은) 극단적 주장이 현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어떤 경우라도 다중이 모이는 것은 자제해달라고 권고하고 있고,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평화와 안녕을 위한 종교 활동이 자칫 내 가족 그리고 종교시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며 "한시적으로 종교 행사와 집회 참석을 자제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타당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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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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