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워치의 성장론을 입증하다..알프스보다 높은 애플

2020. 2. 2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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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시계에는 디스플레이가 없고, 화면을 터치할 이유도 없다. ‘스위스 워치’라 불리는 명품 시계는 그것 자체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시대는 변한다. 마침내 ‘애플 워치’가 스위스 시계 판매량을 넘어섰다.

스마트 워치가 스위스 시계 산업을 위협할 수 있을까? 애플 워치가 등장한 2014년부터 거론 되 온 논제다. 애플 워치의 성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 것은 사실. 하지만 스위스의 시계 산업은 탄탄했고 스마트 워치와는 경쟁이 불가능한 다른 영역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었다. 시간이 흘러 애플 워치는 심박수 측정, 이동거리 측정, 피트니스 보조 등 아이폰의 기능을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로 인식됐다. 운동 중 메시지를 받고, 전화 통화를 하는 등은 아날로그 시계에는 없는 스마트 기기만의 기능이다.

스위스 워치라 불리는 명품 시계는 그것 자체로 의미를 지닌다. 스위스 시계 산업이 그리고 인류가 이룩한 업적이기 때문이다. 지름 44mm 작은 금속 통 내부에는 손톱보다 작은 톱니바퀴들이 수없이 들어있다. 작은 톱니들이 서로 맞물리며 시간을 표시한다. 배터리도 없다. 순수한 기계다. 이 얼마나 고전적인 낭만인가. 스위스 명품 시계는 인간이 손으로 만든 정교한 공예품이다. 정교할수록 아름답고 값어치도 올라간다. 이것은 순수함에 대한 값이다.

하지만 시대는 변한다. 애플 워치는 꾸준히 높은 판매량을 이어왔다. 매번 새로운 기능을 더하고 디자인의 변화, 다양한 스트랩,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 등으로 다채로운 이미지도 선보여왔다. 많이 팔린 수치로만 본다면 어느 시계 브랜드도 애플과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애플 워치는 아이폰 사용자만 사용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판매량은 엄청난 수치다. 전 세계 시계 산업 중 가장 큰 스위스 시계 산업은 매년 애플 워치의 판매량과 비교되고 있다. 2018년 스위스 시계 산업은 2420만 대의 시계를 판매했는데, 단일 기업인 애플은 애플 워치를 2250만 대 판매했다. 겨우 200만 대 차이다. 이듬해 2019년에는 ‘애플 워치 시리즈5’가 출시됐다. 상시표시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며 큰 인기를 누렸는데, 그 해 3070만 대가 판매되며 전년도에 비해 36% 성장했다. 반면 스위스 시계 산업은 전년도보다 13% 하락한 2110만 대 판매에 그쳤다. 스위스 시계 산업은 그 가격대가 다양하다. 애플워치 100대를 합친 것보다 비싼 모델들이 수두룩하다. 고가 제품은 수량이 적어 판매량이 낮을 수밖에 없다. 단순히 많이 팔린 수량만 논한다면 스위스 시계 산업이 위태롭다고 하는 것은 기우일 것이다. 스위스 시계 산업은 고가 모델 전략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롤렉스와 같은 명품 시계는 당장 예약을 해도 언제 제품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성황이다. 문제는 중저가 라인이다. 스위스에는 100만 원 이하, 50만 원대에 이르는 애플 워치와 비슷한 가격대의 시계도 많다. 패션보다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제품들인데, 이 중저가 시계들은 애플 워치의 기세에 잔뜩 긴장했을 것이다. 실용적인 측면에선 아날로그 시계가 애플 워치를 포함한 스마트 워치를 따라잡기는 어렵다. 충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말고는 장점이 보이질 않는다. 애플 워치는 그동안 세대를 거듭하며 꾸준한 발전을 이루었다. 발전의 중심축은 ‘건강’이었다. 사용자가 갑자기 쓰러지거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자동으로 SOS를 호출한다. 숙면을 추적하고, 건강상태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메시지를 보고 전화를 걸고, 사진을 보는 것은 중요한 기능은 아니다. 그 좁은 창으로 보는 것보다 다른 손에 쥐고 있는 아이폰으로 보는 게 훨씬 쉽고 편하니까. 애플 워치는 스마트 워치가 왜 존재해야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으로 건강과 안전을 제시했다. 세대를 거듭하며 내린 결론일 것이다. 애플워치가 스위스 시계 산업을 위협하리라던 5년 전 논란은 이제 막 결과가 드러났다. 스위스 시계 산업 전체를 압도한 애플워치의 판매량은 앞으로도 증가할 전망이다.

[글 조진혁(‘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에디터) 사진 애플]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18호 (20.03.0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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