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보던 일본사회 "2주간 행사 자제"매뉴얼 나오자 난리났다

서승욱 2020. 2. 2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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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까지 "주최측이 판단"입장서 급선회
아베 "관객 많은 스포츠,문화 행사 자제"
안 움직이던 '메뉴얼의 나라'가동 시작
프로야구 무관중 시합,가수 콘서트 연기
국립박물관 문 닫고, 영어 토익시험 중지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 19)확진자가 800명을 넘어설 때까지 눈치만 보던 일본 사회가 26일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 일본 중의원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야당의원들로부터


일본 정부가 집회나 각종 이벤트 개최에 대한 첫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다.

25일 신종 코로나 대책에 대한 기본방침을 발표한 일본 정부는 그 때까지만 해도 "일률적인 이벤트 자제 요청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하루 뒤인 26일 갑자기 방침을 바꿨다.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는 자신이 주재한 범정부대책본부 회의에서 "다수가 모이는 전국적인 스포츠·문화 이벤트는 대규모 감염의 위험이 있는 점을 감안해 향후 2주간 중지·연기·규모축소 등의 대응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입장이 하달되면서 일본의 스포츠계와 문화계가 곧바로 반응했다.

일본 프로야구 시범경기는 무관객 경기로 치러지게 됐고, 럭비 리그전과 프로농구 리그전 일부 경기가 연기됐다.

3월 6~7일 열리는 테니스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의 예선전도 무관객 경기로 치러진다.

당장 26일밤으로 예정됐던 인기그룹 EXILE과 Perfume의 공연이 곧바로 중지됐다.

도쿄·교토·나라·후쿠오카의 국립박물관은 3월 15일까지 휴관키로 했고, 영어 검정시험 토익의 실시 중지가 발표됐다.

3월 11일 열릴 예정인 동일본대지진 9주년 추도식의 규모도 축소될 전망이다.

각종 이벤트 개최에 대해 그동안 "주최측이 적절히 판단할 일"이란 태도를 보였던 일본 정부의 갑작스러운 방침 전환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관방장관은 "향후 1~2주가 감염확대 방지를 위해 지극히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아베 정권의 신종 코로나 대응에 대해 국민적인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조치"라고 해석한다.

마이니치 신문은 "그동안 일본 정부내엔 경제부문에의 악영향을 우려해 이벤트 자제 요청에 부정적인 기류가 있었다"며 "하지만 코로나 감염 확대로 내각지지율이 하락하자 총리관저 주도로 (이벤트 자제를)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6일 자신이 주재한 신종 코로나 범정부대책본부 회의에서


신문은 그러면서 "(이번 조치엔)정권의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도 전했다.

일본은 ‘매뉴얼의 나라’로 불릴 정도로 규칙과 가이드라인 등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매뉴얼이 없으면 사회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이번에도 일본 재계 등으로부터 "정부가 (이벤트 자제에 대한)요청을 해 줘야 우리가 판단하기가 쉽다"는 의뢰가 있었다고 한다.

매뉴얼을 만들어 달라고 민간분야가 정부측에 요청을 했다는 뜻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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