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초기부터 '퇴선 명령'했다고 정리하라"..해경 간부 기록 조작

박준용 2020. 2. 27.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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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초기부터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이 퇴선 명령을 했다는 내용으로 정리하라."

해경 간부들이 세월호 사고 초기 해경의 '퇴선 방송' 지시가 있었던 것처럼 공문서를 꾸미라고 지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경이 국회 질의에 대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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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지휘부 11명 공소장 보니
사고 당일 54분 앞당겨 '퇴선지시' 기록 조작
실무자에게 '기록 추가' 메모 건네
김석균 전 청장 등 구조방기도 구체적 적시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해경과 해군이 실종자 구조와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사고 초기부터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이 퇴선 명령을 했다는 내용으로 정리하라.”

해경 간부들이 세월호 사고 초기 해경의 ‘퇴선 방송’ 지시가 있었던 것처럼 공문서를 꾸미라고 지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경이 국회 질의에 대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지난 18일 기소한 해경지휘부 11명의 공소장을 보면, 김문홍 전 목포해양서장은 세월호 사고 당일인 2014년 4월16일 오전 9시59분에야 처음으로 “승객을 퇴선시키라”고 현장에 출동한 123정에 지시했다. 이미 배가 4층 좌현 갑판까지 완전히 침수돼 세월호 승객들이 빠져나오기 어려운 시점으로, 그때까지 현장에 있던 해경 지휘부 그 누구도 퇴선 방송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김 전 서장은 그해 5월 초 국회와 감사원에서 ‘목포서장 행동사항 및 지시사항’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하자, 사고 발생 초기 퇴선 방송이 있었던 것처럼 허위로 문서를 작성하라고 부하 직원에게 지시했다. 특수단 조사 내용을 종합하면, 실무자 김아무개 순경이 최초 작성한 문건에는 김 전 서장이 참사 초기 퇴선 방송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적혀 있다. 이후 김 전 서장은 이 아무개 3009함 함장에게 “당일 오전 9시5분에 퇴선 명령했으니 기록하라”며 이런 취지의 기록이 적힌 메모를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서장의 지시 이후 이 함장은 실무자 김 순경에게 “사고 초기 퇴선 명령 기록이 있느냐”고 수차례 물었고, 실무자 김 순경은 그런 기록이 없다고 반복적으로 답했다. 결국 이 함장은 김 전 서장에게 받은 메모를 실무자에게 건네며 “목포서장은 사고 초기에 123정에 퇴선방송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고 하니, 사고 초기부터 목포서장이 퇴선 명령을 했다는 내용으로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최종 정리된 ‘목포서장 행동사항 및 지시사항’ 문건에는 세월호 사고 당일 오전 9시5분 “여객선 선내 방송으로 승객에게 퇴선 명령 실시 지시”, “목포 122구조대 현장 즉시 투입 지시” “123정장은 현장 도착 시 대공 마이크 이용 즉시 퇴선하도록 방송실시 조치”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특수단은 파악했다. 특수단은 사고 초기 퇴선 명령이 있었던 것처럼 허위 기록을 꾸몄다고 결론내렸다.

김 전 서장은 목포 해경 상황실 직원들에게 이런 허위 내용이 포함된 ‘여객선 세월호 사고 관련 자료 제출보고' 문건을 결재해 해경 본청 경비과로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단은 이런 정황을 종합해 김 전 서장에게 ‘구조 방기’ 혐의와 직권남용·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를 적용했다. 이 전 함장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다.

또 특수단은 김석균 전 해경청장과 김수현 전 서해청장, 김문홍 전 서장 등 해경지휘부 10명에게 ‘구조 방기’의 책임을 물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했다. ‘수난구호법’과 ‘주변해역 해영 해상사고 대응 매뉴얼’, ‘해양수색구조 매뉴얼’ 등에 규정된 구조 책임을 이행하지 않은 혐의다.

‘구조방기’와 관련한 해경지휘부 10명의 공소사실은 앞서 지난달 특수단이 김 전 청장 등 지휘부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영장청구서에 포함한 내용(‘세월호 구조책임’ 해경지휘부 영장청구서 보니…“해경청장, 엉뚱한 지시”)과 비슷하다.

특수단은 해경지휘부의 책임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눴다. 먼저 목포·서해·해경 본청 구조본부는 사고 당일 오전 8시57분부터 “세월호에 승선원이 타고 있고, 좌현으로 50도 기울었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현장 출동 중인 구조팀에게 위 사고상황을 제대로 전파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해경지휘부는 세월호와 교신을 유지하지 않았고 제대로 된 구조계획도 세우지 않았다고 특수단은 판단했다.

해경지휘부는 세월호 승객의 퇴선을 유도할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 현장에 출동한 123정과 항공기 1대, 헬기 3대 등에 적절한 승객 퇴선 유도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수단은 해경지휘부가 퇴선 유도를 제대로 지휘했다면 승객 상당수를 구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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