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與 메시지 관리 실패"..코로나 사태 당정 '경솔한 입'
“방역 대응 문제는 저는 비교적 잘했다고 봅니다. 다만 여권 전체가 국민들에게 안심을 줄 수 있는 메시지 관리는 실패하고 있는 게 아닌가…”
김부겸(대구 수성갑·3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이 말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정국에서 나타난 당·정의 잇따른 실언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홍익표 전 민주당 수석대변인의 ‘대구·경북(TK) 봉쇄’ 논란 브리핑은 그 시작이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말 한마디 실수도 코로나19 대응 전선에 구멍을 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어진 최고위원들의 발언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있었다.
“(한국에서) 확진자 수가 증가한 것은 역설적으로 한국의 국가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뜻한다.”(박광온 최고위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 인용)
“미국과 유럽의 보건 분야 전문가들이 한국 보건당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 처리 방식에 대해서는 극찬을 보내고 있다.”(이수진 최고위원)
TK 확진자가 급증하는 현상이 방역당국에서 신속하게 초기 증상자들을 추려냈기 때문이란 취지의 주장이었는데, 하루에 수백명씩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따라 급증하는 국민의 불안감을 헤아리는 발언은 없었다.
정쟁을 멈추고 초당적인 대응을 촉구하면서도, 정작 야당을 향한 여당 공개발언에는 정치 공세의 날이 바짝 서 있다. 남인순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래통합당은 정부의 감염병 대응에 협력하기는커녕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국회 토론회(지난 19일, 곽상도 의원실)를 열고 참석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게 하는 등 국회를 멈추게 한 사태에 대해서는 반성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국회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곽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 외에 여당 의원(신경민·오제세·설훈)이 주최한 3개의 토론회가 더 열렸다.
‘장관 헛발질’도 나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코로나19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우리 한국인이었다”고 했다. 야당의 일방적인 ‘중국인 입국 금지’ 주장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하며 나온 말이었지만, 현장에서는 “야당 의원의 비판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다 적절치 못한 표현을 동원했다”는 말이 나왔다.
대한감염학회와 관련한 거짓말 논란도 있었다. 박 장관은 “감염학회는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를 추천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대한감염학회·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대한항균요법학회는 지난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대정부 권고안’을 내고 정부가 취한 중국 후베이(湖北)성발(發) 입국 금지 조치 이상의 위험 지역 입국·방문 제한을 권고했었다.
‘음모론’도 나왔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5일 유튜브에서 대구시가 신천지에 아직 행정력을 동원하지 않는다며 “이걸(코로나19를) 열심히 막을 생각이 별로 없지 않나라는 의심까지 든다”는 말을 했다. 또 권영진 대구시장을 두고 이런 말도 했다.
“이분은 보수정당 소속이니까, 책임을 중앙정부에 떠넘겨야 정치적으로 볼 때 총선을 앞두고 대구·경북 지역에서 시민들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잖아요.”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문제는 설명의 밀도다. 각자 자기가 아는 수준에서 하고 싶은 말만 하니 불필요한 오해를 부르고 상대에게 프레임 씌우기에만 급급한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홍의락(대구 북을·재선) 의원은 페이스북에 자당을 겨냥해 “고민이 없어 보인다. 국민과 호흡을 맞추지 못한다. 따로 논다. 걱정이다”라고 썼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당이건 누구건 말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초유의 국가 재난 상황에서 정부가 모든 상황을 완벽히 통제하기란 어렵다. 다만, 야당이 정부 실책에 정치 공세를 벌인다고 해서, 현 시국에 책임을 져야 할 여권이 더한 태도로 열을 올린다면 해결책이 나올까. 진짜 고약한 바이러스는 현 여권의 ‘경솔한 입’일지 모른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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