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안 겪어봤나?.. '중국인 입국금지' 여론에 기업들 속앓이

문수정 정건희 이택현 김성훈 기자 2020. 2. 28.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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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는 것을 바라보는 재계의 심정은 착잡하다.

재계는 중국인 입국 차단이 바이러스 차단이라는 실익에 비해 '한국 불매운동'이나 중국 정부의 '보복성 규제' 등 후폭풍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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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바이러스 차단 실익보다 한국 불매운동 등 후폭풍 크다"
삼성전자 시안반도체 공장 전경이다. 4대그룹 한 관계자는 "글로벌 분업 시대에 중국을 떼놓고 기업 경영과 국가 경제를 논할 수 없다"며 중국 입국 금지 여론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삼성전자 제공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때 겪어보지 않았습니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는 것을 바라보는 재계의 심정은 착잡하다. 재계는 중국인 입국 차단이 바이러스 차단이라는 실익에 비해 ‘한국 불매운동’이나 중국 정부의 ‘보복성 규제’ 등 후폭풍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런 입장을 드러내기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어 속앓이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대기업들은 중국인 입국 제한 여론에 대해 “제2의 사드 보복 사태가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27일 “(중국인) 입국 제한으로 사람이 못 들어오는 건 차라리 작은 부분”이라며 “그 조치로 인한 파장이 워낙 크다. 중국에 들어간 국내 기업과 얽혀 있는 공급망 등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4대 그룹 관계자도 “대중 관계 악화가 엄청난 실적 악화로 돌아온다는 것은 사드 때 이미 겪어봤다”며 “지금 입국 금지 효과가 커보이지도 않는데, 여론에 등 떠밀려 정부가 실익 없는 판단을 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2017년 사드 사태 당시 중국이 이른바 ‘한한령’으로 불리는 규제를 내리자 중국인 관광객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들에게 매출의 60~70%가량을 의존하던 면세점 업계와 국내 관광 업계가 줄도산하는 등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중국 내 한국 불매운동으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도 피해가 컸다. 롯데마트는 2017년에만 1조2000억원의 적자를 낸 뒤 결국 중국에서 112개에 이르던 모든 매장을 철수했다.

현대자동차는 2016년 170만대가 넘는 차를 중국에서 팔았지만, 사드 이후 연간 판매량이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IBK경제연구소는 사드 여파로 2017년 한 해에만 17조원이 넘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당시 추정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드 사태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한한령이 다 해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복성 규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지금은 의료 이슈이지만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하면 통상 이슈로 번지면서 중국 정부가 앞장서 보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간부는 “정부 정책에 경제가 좌지우지되는 중국에 대해 입국 금지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중국에서 철수하는 기업들이 더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주요 경제단체들도 중국인 입국 금지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코로나19 확산이 너무 빠르니까 (역풍이 우려돼) 의견을 내기가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섣불리 우리가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면 중국은 또 상응 조치로 나올 것”이라며 “양국 간 통상마찰이 일어나 중국이 한국산 부품 수입을 완전 중단하면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25%에 이르는 우리의 피해가 엄청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대원 경기대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어느 한 나라에 대해 비합리적인 국경 봉쇄 조치를 취하는 것은 그 나라에 대한 국가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자산을 날리는 것이고 다시 회복하는 게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정건희 이택현 김성훈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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