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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징서 한인 30여명 아파트 진입 거부돼..中주민들이 막아(종합2보)

차대운 입력 2020.02.28. 16:06 수정 2020.02.2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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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도 못 하고 결국 지정시설 격리..야간에 호텔서 쫓겨나기도
'한국·일본서 온 사람 진입 금지' 팻말..환구시보 "차별적인 말 제지돼야"
중국 난징공항 입국장서 대기 중인 한국 승객들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지난 25일 오후 중국 난징공항 입국장에서 한국 승객들이 줄을 서 방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입국장의 외국인 안내판에 유독 한국어로만 '한국인'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2020.2.25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ha@yna.co.kr

(상하이·베이징=연합뉴스) 차대운 김윤구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중국에서 한국인을 향한 경계심이 크게 고조된 가운데 중국 난징에서 현지 주민들이 집단으로 한국에서 돌아온 우리 국민들의 아파트 진입을 막는 일이 벌어졌다.

28일 상하이 주재 한국총영사관과 교민들에 따르면 전날 오후 인천에서 출발해 난징에 도착한 우리 국민 31명이 난징시 시샤(栖霞)구의 한 아파트로 이동했지만 정문 앞에서 가로막혔다.

이들은 아시아나 OZ349편을 타고 난징에 도착했다.

이 비행기가 난징에 도착하고 나서 한 중국인 승객이 자신에게 인후통이 있다고 얘기해 주변 승객 34명이 격리됐다.

격리되지 않은 나머지 한국인 승객들은 각자 난징 시내의 자택에 가 당국의 지침대로 14일간 자가격리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 주민위원회가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들어 한국인 주민들이 들어오는 것을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결국 이 아파트에 살던 한국인 31여명은 한참을 정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인근 호텔로 옮겨 밤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부분 난징에 사업장을 둔 LG그룹 계열사 직원들의 가족으로 전해졌다. 난징에는 LG화학 배터리 공장과 LG디스플레이 공장 등이 있다.

이들 중에는 방학을 맞아 한국으로 돌아갔던 어린이 등 학생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LG계열사의 중국 측 고객사들은 중국 정부의 지침에 따라 조속히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우리 측 기업에 조속히 관련 인원을 보낼 것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중국 출장을 다들 꺼리는 분위기였지만 중국 측 고객사가 워낙 강하게 요구해 어렵게 출장을 온 것인데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최근 난징 공항에서 곧바로 격리된 이들 중 상당수는 LG계열사 직원 및 LG계열사의 협력사 관계자들이다.

우리 외교 당국은 난징시 당국에 주민들의 자의적인 불법 진입 금지 조치를 즉각 해결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했지만 현지 구 정부는 주민들의 집단 민원을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결국 자기 집에 들어가지 못한 국민 31명은 현지 정부가 지정한 격리 장소인 호텔로 이동했다. 이들은 2주간 집중 격리 생활을 마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해당 구정부 간부를 면담한 난징 한인회 관계자는 "구정부 측은 한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너무 많이 나오고 있어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한 아파트 입구에 '한국과 일본에서 돌아온 사람은 단지 진입을 금지한다'는 게시물이 세워져 있다. [사진 웨이보]

최근 상하이(上海)를 비롯해 쑤저우(蘇州) 등 중국의 여러 지역에서 한국에서 돌아온 우리 국민이 자기 집 진입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총영사관 한 관계자는 "정부의 공식 지침과 달리 해당 아파트 주민들이 한국인 진입을 막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개별 사례마다 최대한 관여해 자의적인 진입 금지 조치를 중단하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인터넷에는 어느 아파트 단지 입구에 "긴급공지. 한국과 일본에서 돌아온 사람은 단지 진입을 금지합니다"라는 안내문이 걸린 사진이 올라왔다.

한 일본인은 "이 사진이 어디서 찍힌 것인지 모르겠지만 일본인으로서 마음이 아프다"면서 "한국과 일본에서 돌아온 사람은 집에서 격리하면 안 되나? 꼭 진입을 금지해야 하나?"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이날 사설에서 "외국에서 오는 사람들에 대한 예방 조치가 극단적이고 과격해서는 안 된다"며 비판했다.

환구시보는 "산둥(山東)성 일부 도시 아파트에 '한국과 일본에서 온 사람들의 진입을 금지한다'는 게시물이 붙은 사진이 온라인에 올라왔는데 이런 악랄한 일은 반드시 제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런 차별적인 말을 게시하는 것은 도시의 수치"라면서 "한일 여론만이 아니라 중국인도 질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난징의 호텔에 체류 중이던 한국인들이 불시에 쫓겨나는 일도 벌어졌다.

중국 고객사의 강력한 요구로 난징에 출장 온 한 한국 업체 관계자들은 27일 밤 갑자기 찾아온 공안의 요구로 투숙 중이던 호텔에서 나와야 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난징 내 여러 호텔이 한국인 투숙을 받지 않고 있어 원래 있던 호텔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온 동료들이 새 숙소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에서 한국인이 많이 사는 왕징(望京) 지역의 일부 아파트는 한국에서 돌아온 주민을 대상으로 폐쇄식 자가 격리를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 밖을 나가지 못하게 하고 필요한 물건은 주민위원회에서 집 앞까지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왕징의 다른 아파트는 단지 입구에서 한국인들에게 여권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한 주재원이 전했다.

상하이 푸둥신구의 한 아파트 단지는 돌아온 한국인 가족들이 쓰는 출입 카드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이 카드가 없으면 아파트 출입은 물론 내부 엘리베이터도 탈 수도 없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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