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정말 5G시대 맞나요?

반기웅 기자 2020. 2. 2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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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픽사베이

‘5G가 세상을 바꾼다.’

2019년 4월 이동통신 3사가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시작하면서 내세운 광고 문구다. 5G를 통한 초고속·초대용량·초저지연·초연결이 시민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고객들에게는 상용화에 앞서 ‘완벽한 5G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이통사들은 ‘새로운 5G 세상’을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가입자를 늘렸다. 여기에 삼성 등 단말기 제조사들이 신제품을 ‘5G 전용’ 모델로 출시하면서 5G 가입자 수는 470만 명(지난해 말 기준)까지 늘었다. 이통사와 제조사가 합심해 5G 시장을 열어 놓고 통신 소비자들을 밀어 넣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도 5G 시장 재편에 동참한다. 정부는 5G를 ‘산업의 디지털 혁신을 가져올 게임체인저’이자 혁신 성장의 동력으로 본다. 5G 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정부는 통신 산업 규제를 풀고 투자 예산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5G 열풍을 지켜보는 소비자의 시선은 냉랭하다. 두 자릿수를 이어오던 가입자 수 증가율은 매달 꾸준히 하락해 7%(2019년 12월 기준)까지 하락했다. 서비스 만족도는 갈수록 떨어진다. 지난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발표한 ‘5G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 76.6%가 5G 이동통신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7만5000원 이상의 고가 요금을 내면서도 자주 서비스가 끊기는 이른바 ‘불통’ 현상을 겪고 있다는 점도 불만족 이유 가운데 하나다. 결과적으로 통신 요금은 오른 반면 서비스 품질은 하락했고, 소비자 선택권에 대한 제약은 심화됐다. 이통사가 약속한 ‘완벽한 5G 서비스’는 언제쯤 이뤄질까.

통신 요금은 오르고 서비스는 하락

5G 상용화와 함께 이통사들은 AR(증강현실)·VR(가상현실)과 같은 체감형 콘텐츠를 적극 홍보했다. 새로운 콘텐츠는 예비 가입자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고, 체감형 콘텐츠 마케팅은 가입자 증가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5G 이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소비한 콘텐츠는 동영상으로 5G 이용자의 동영상·방송 월평균 이용시간은 1288분인 것으로 나타났다.(닐슨코리아 2020 미디어 리포트) AR·VR 콘텐츠가 부족한데다 이들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초고속·초저지연 5G 서비스가 여전히 ‘먹통’인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5G 기지국 수는 9만4000여 개로 87만 개에 달하는 LTE 기지국의 10%에 불과하다.

기지국이 늘어난다 해도 5G 서비스에 대한 체감효과는 개선되기 어렵다. 현재 상용화된 5G는 3.5㎓의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다. 기존 LTE 주파수(최대 2.6㎓)와 별 차이가 없다. 실제 이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5G 서비스는 광대역 폭 주파수인 28㎓를 대역에서 가능하다. 28㎓는 3.5㎓ 대역 대비 전파가 훨씬 빠르고 직진성이 강해 초고속·초저지연으로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하지만 28㎓ 전용 기지국은 아직 개설 작업도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통신사 직원들이 5G 기지국을 설치하고 있다. / 경향DB

28㎓ 망이 구축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현재까지 국내 보급된 5G 단말기에는 28㎓ 지원 모듈이 탑재되지 않았다. 초고속망 혜택을 받으려면 최신 단말기를 구입해야 한다. 이용자들은 또다시 고가의 통신비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5G 서비스는 ‘반쪽’짜리지만 이통사들은 여전히 고가 요금제를 고수하고 있다. 현재 이통사의 5G 요금제는 5만5000원~13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LTE 요금제보다 평균 3만원가량 비싼 수준이다. 5G 이용자 대부분이 평균 8만원대 이상의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하기 때문에 가계통신비 부담이 늘었다. 반면 고가 요금을 내는 5G 가입자가 늘면서 이통사들의 실적은 개선되고 있다. 하락세를 이어오던 무선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의 지표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정부는 ‘5G 활성화를 지원하는 한편 가계통신비 부담이 급증하지 않는 요금제 출시를 유도하겠다(2019년 4월 5G 플러스 전략)’고 했지만 중저가 요금제는 출시되지 않았다. LG유플러스가 4만원대 요금제를 출시했으나 이는 청소년·시니어 대상 요금제에 한정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알뜰폰(MVNO)에서 일반 고객 대상 5G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초기 단계인데다 요금 경쟁력이 떨어진다. 알뜰폰 5G 가입자는 총 187명(2019년 12월 기준)으로 전체 5G 시장의 0.004% 수준으로 현실적인 대안으로 택하기엔 역부족이다.

지난해 11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국내 이동통신 3사 CEO와 간담회 자리에서 “5G 요금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주문했지만 이통사 수장들은 “여력이 없고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었다.

문제제기 고객에만 주먹구구 보상금

통신비 인하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기본료 인하와 25% 선택약정할인 도입을 통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여왔다. 하지만 5G 상용화 이후 통신시장은 다시 고가 요금 체제로 개편됐다. 정부가 약속한 분리공시제(단말기 구입 시 제공되는 지원금의 출처를 밝혀 단말기의 출고가 인하를 유도하는 제도)는 ‘영업비밀이 공개될 수 있다’는 이통사·제조사의 반대에 막혀 도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련 법안 역시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4월 ‘5G플러스 전략’을 통해 5G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이용자 피해 방지와 권리 강화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용자에 대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있다. 반면 5G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추경을 통해 234억원을 5G 산업에 지원했고, 올해는 65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지난해 대비 87% 늘어난 수치다. 문은옥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현재 정부의 5G 지원정책은 5G망 투자 세액공제를 비롯해 기업에 혜택을 몰아주는 방안들로 구성돼 있다”며 “정작 시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없다”고 말했다.

불량 5G 서비스를 둘러싼 갈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이통사들이 ‘5G 끊김 현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고객들에게 32만원에서 0원까지 ‘주먹구구’ 보상금을 지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명확한 보상금 기준 없이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는 고객에게는 높은 보상금을 지급하고 그렇지 않은 고객에게는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던 것이다. 올해 들어 방송통신위원회에 접수된 통신분쟁조정 건수는 49건(2월 14일 기준)으로 이 가운데 27건이 5G 통신품질 관련 분쟁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5G 관련 분쟁은 케이스마다 다양해 획일적인 보상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향후 5G 품질 관련 분쟁 케이스가 더 많이 쌓이면 유형별로 분쟁 관련 적용기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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