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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신천지라고 할 걸" 14번째 사망자 가족의 눈물

오승목 입력 2020.03.01. 07:00 수정 2020.03.0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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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3천 명을 넘어서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여전히 대구 신천지교회와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검역과 방역에서도 신천지 교회와 교인이 핵심 검사대상이 되고 있는데요. 이렇다 보니 반대로 억울한 사람들의 사연도 생기고 있습니다.

지난 28일 오전 코로나19로 인해 14번째로 안타깝게 사망한 고령 여성 확진자의 가족 이야기입니다. 이 가족은 자신의 엄마에 대한 진단 검사가 '조금이라도 빨리 이루어졌다면 어땠을까'라며,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기구한 사연을 밝혔는데요. KBS 취재진이 직접 유가족을 만나 어떤 일인지 들어봤습니다.

■전화통화만 수십 번..."증상 호소하는데 해열제 먹으라니"

일흔 살의 A 씨는 지난 22일부터 기침과 몸살 기운에 시달렸습니다. 열은 없었지만, 폐렴을 앓았던 경험에 혹시 코로나19에 노출된 건 아닌지 걱정되었습니다. 평소 당뇨와 고혈압, 고지혈증 등 지병이 있었던지라 더욱 노심초사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주요 중상 중 하나인 열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동네 이비인후과에서 감기약을 처방받고 집에 있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사흘째 되는 날, A 씨의 딸이 전화로 엄마의 증상이 심해진다는 것을 파악하고 상황을 심각히 여겼습니다. 딸은 곧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를 통해 대구 서구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엄마의 증상을 판단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을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십 번의 통화시도 끝에 연결된 보건소 직원에게서 들은 답은 허무했습니다. 엄마가 '중국 방문을 하지 않았고', '신천지 신도가 아니니'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서둘러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또 '열이 나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아닐 거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딸은 보건소의 말을 믿었습니다.

이틀이 지나자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27일 딸은 전화 너머 엄마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렸습니다. 아빠, 즉 A 씨의 남편은 A 씨를 이끌고 주변 병원을 다시 찾았습니다. 이때만 해도 코로나19가 아닐 것이라는 보건소 직원의 말을 믿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A 씨의 체온이 이미 38.5도로 올라가 있다는 것을 병원에서 확인했습니다.

A 씨 부부는 즉각 서구보건소를 다시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때도 서구보건소는 반응은 똑같았습니다. "지금 검사 대기자가 너무 많고, 신천지도 아니기 때문"이라는 이유입니다. 답답한 나머지 A 씨의 남편이 "그럼 어떡하냐"라고 묻자" 보건소 측은 "열이 나니까 해열제를 사다 먹거나, 대구의료원으로 가시라"고 했다고 합니다.

대구의료원에 도착한 이들 부부가 폐 검사 등을 받고 나서 듣게 된 의사 진단은 '폐렴'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등 확진 판정까지는 3~4일이 걸린다며 귀가 조치됐습니다. 딸은 당시 병원이 "병상이 없어서 가라고 한 게 아니라, 자가격리 조치도 아니라 말 그대로 '일반 병원 가서 진료받고 나온 수준'밖에 안 됐다"고 말합니다.

결국, 다음날인 28일 새벽 A 씨의 증세는 걷잡을 수 없이 극심해졌습니다. 호흡곤란이 심해지며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남편이 부른 구급차를 타고 심폐소생술까지 이루어졌지만, A 씨는 대구가톨릭대병원에 도착한 지 1시간여 만에 숨을 거두고 맙니다.


■"우리 엄마 신천지 신도라고 거짓말할 걸 그랬나요"

"차라리 엄마가 신천지 신도라고 거짓말을 해야 되었나 생각이 들었다" A 씨의 딸은 이렇게 씁쓸한 말을 남겼습니다. 딸은 "엄마가 보건소 직원에게 자신이 신천지 신도라고 했다면, 오히려 미리 검사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딸은 보건소 직원에게 "일반인이라도 고령자고 질환이 그렇게 있으면 검사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라고 항의하며 되물었을 때에도 대답은 "안 됩니다"로만 돌아왔다고 분통해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증세가 약하거나 건강한 사람이라도 신천지 신도들 위주로 검사가 이루어지고, 고령 질환자인 자신의 어머니가 신천지 신도가 아니라는 이유로 수차례 검사를 받지 못했단 사실에 딸은 어이가 없어 했습니다.

딸의 분노는 불안으로 표출되기도 했습니다. 딸은 "그러면 나도 죽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처럼 (신천지 신도가 아닌) 일반인도 코로나19로 인해 길에서 죽을 수도 있고, 집에서 죽을 수도 있는 거고..."라고 보건소 직원에 따졌다고 합니다. 보건소 직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남은 우리 아버지도 '양성'에 '폐암'…하지만 '자가격리'

딸은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음성' 판정을 받고 나서야 엄마의 빈소를 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곁에는 역시 '음성'인 오빠도 함께했습니다. 하지만 아빠, 즉 A 씨의 남편은 아내의 빈소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A 씨의 남편은 폐암 환자입니다. 그래서 딸은 또 두렵기만 합니다. 아빠도 엄마와 같이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자가 격리 중이기 때문입니다. 암과 관련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도 걱정이지만, 무엇보다 엄마처럼 코로나19의 증세가 악화할까 봐서 입니다.

대구에서의 코로나19 확진자수 급증세는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병상이 부족한 건 물론, 검사진단 대기자도 더욱 적체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증세가 약하다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자기 집에서만 마음 졸이며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신천지 신도가 아닌' 환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게 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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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목 기자 (os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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