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비상약 준비" '서울의대 졸업생 단톡방' 글 진짜일까?

이가혁 기자 2020. 3. 2.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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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서울의대 졸업생 단톡방에 올라온 내용'이라는 글이 지난주부터 퍼졌습니다. '코로나19 자가 대비책'이라며, "어떤 어떤 약을 비상약으로 준비하라"는 게 요지입니다. "진짜인지 확인해달라"는 시청자 요청이 많았습니다.

[앵커]

출처가 '서울의대 졸업생 단톡방'이니까, 왠지 더 의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글처럼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상황인데요. 이가혁 기자와 팩트체크해보겠습니다. 이 글 출처가 정확히 확인이 됩니까?

[기자]

정확한 출처 확인은 어려웠습니다.

혹시나 해서, 서울의대 동문회에 문의 결과 "동문회 공식 입장이 아니고, 이 글의 실체도 확인할 수 없다"는 답변은 받았습니다.

일부에선 이게 서울대 의대 졸업생들의 '공식 입장'으로 퍼지기도 했는데, 그런 건 분명 아니고, 출처가 불분명한 '지라시'인 겁니다.

[앵커]

내용 자체는 어떤가요? 특히, "자가 대비책으로 비상약을 준비하라"는 내용은 직접적으로 읽는 사람에게 권하는 내용이라 눈에 더 띄는데요.

[기자]

'비상약 준비' 항목을 보면, "아스피린, 애드빌, 타이레놀 등 소염제, 또 항생제, 진해거담제를 준비하라"고 나옵니다.

저희가 오늘 여러 전문의들에게 확인했습니다. 공통적으로 "전문가가 썼다고 보기에는 터무니없는 내용"이라는 의견들이었습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그렇다는 건가요?

[기자]

우선, '아스피린'이 나온 게 의사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저희가 자문을 구한 내과 전문의는 "만약 이 글을 쓴 사람이 정말 의사라면, 해열제로 아스피린을 준비하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좋은 약도 많은데, 부작용이 많아 쓰이지 않는 아스피린을 굳이 언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항생제'가 나온 것도 '신빙성이 없는 글'이라고 판단할 근거입니다. 한 순환기내과 교수는 "항생제는 의사처방이 있어야 받을 수 있는 약인데, 이걸 '상비약'으로 미리 준비하라는 게 말이 안 된다. 어디에선가 허위 진료 받는 게 아니라면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교차 검증을 위해 자문을 구한 약사들도, 역시 같은 이유로 "이 '비상약 권고' 부분이 전혀 전문적이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감염병 전문가에 따르면 '상비약 준비로 코로나19 스스로 대비하라는 건 의사가 낼 만한 권고가 아니다, 약 먹고 사나흘 지켜보고 그래도 이상이 있으면 진료소에 가는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정기석/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전 질병관리본부장) : 해열제 정도 하고 진해거담제도 약국에서 의사 처방 없이 파는 것은 어쩌다가 한 번씩 가래 나고 기침 나면 그거 사먹어도 되거든요. 해열제를 씀에도 불구하고 38도 이상의 열이 24시간 이상 나면 병원에 가야 해요.]

[앵커]

출처도 알 수 없고, 내용도 명확하지 않고, 이 밖에 또 어색한 부분이 있다면서요?

[기자]

'현황 분석' 부분도 객관적인 근거없는 단순 추측이거나, 아예 사실과 다른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선별진료소에서 감염되는 사례가 꽤 있다고 한다'는 부분은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앵커]

이런 '지라시' 때문에 애꿎은 부작용이 나오는 게 제일 문제잖아요.

[기자]

실제로 최근 약국에선, 스마트폰을 보여주면서 "이 글에 나온 대로 약 다 주세요"라고 하는 손님이 적지 않다는 게 약사들의 증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일부 품목은 품절됐다는 의약매체 보도까지 오늘 나왔습니다.

[앵커]

오늘 팩트체크로, 이런 일이 더 이상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가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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