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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30%가 20대..그들은 왜 신천지에 빠졌나

CBS노컷뉴스 박고은 기자 입력 2020.03.03. 05:12 수정 2020.03.03.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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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20대 확진자 일주일새 53명→1,235명으로 폭증
20대 확진자 중 신천지 신도 상당 부분 포함됐을 가능성 높아
4년간 신천지 활동한 A씨 "'환자 만들기' 전략에 청년들 넘어가"
전문가 "20대의 불안 파고 들어..사람마다 다른 고민·관심사에 따라 맞춤식 전략"
신천지 신도들의 거리 포교 장면. (사진=자료사진)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4천명을 넘어선 가운데 20대 확진자가 전체의 30%에 육박하며 전 연령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청년층을 노린 이단 신천지의 포교 방식이 청년들을 위험에 빠트린 셈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421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연령별로 보면 20대가 1235명으로 전체의 29.3%를 차지했고 이어 50대(834명), 40대(633명), 60대(530명), 30대(506명) 등의 순이다.

20대 확진자는 대구 신천지에서 '슈퍼 전파'가 일어나기 전인 지난달 22일만 해도 53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신천지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20대 확진자도 크게 늘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연령대별 환자 중 가장 많은 수는 20대인데 신천지 교인 중에 많은 부분을 20~30대 여성이 차지하고 있어 그 연령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것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천지가 연령별 신도수를 자세히 밝히지 않는 만큼 신천지를 구성하는 원로회, 장년회, 부녀회, 청년회 등의 실제 구성비는 탈퇴자의 증언 등을 중심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신천지 전문가집단 종말론사무소의 '2020년 신천지 긴급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월 기준 신천지 청년회(만19세 이상~만35세 미만 남녀)는 전체 신도의 약 35%라고 한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의 다대오지파는 전체 신도 1만4442명 중 6575명이 청년회 소속으로 청년 비율이 45%를 웃돈다고 알려졌다. 종말론사무소는 다대오지파의 경우 전도활동이 가장 왕성한 청년회 및 대학생 구성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CBS노컷뉴스는 4년 동안 대구 신천지교회에서 신도 생활을 하다 지난해 겨우 탈퇴했다는 A(24)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왜 청년들이 신천지에 빠져드는지 알아봤다.

이단 신천지 이만희 교주가 코로나19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기로 한 2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평화연수원에서 신천지 피해 가족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A씨는 우선 신천지 용어로는 '환자 만들기'로 불리는 특유의 포교 방식을 꼽았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청년층의 내면심리를 파고들어 이를 달래주는 것이다.

A씨는 "누구나 내면의 상처가 있다. 신천지는 그 상처나 불안한 심리를 건드린다"고 말했다. 가령 취업 준비 중인 포교 대상자가 있다면 진로를 코칭해주는 컨설턴트가 붙는다. 가족에 대한 아픔이 있는 포교 대상자에겐 가정 문제와 관련한 상담가를 붙여 심리 상담을 해주는 식이다.

물론 신천지 측에서 붙이는 전문가들의 이력은 모두 거짓이다. 이처럼 획일화된 전도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람마다 다른 전략을 세워 접근한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2015년 19살이던 A씨가 신천지에 포섭된 계기도 마찬가지. A씨는 "수능을 막 끝내고 재수를 고민하고 있었다. 독서 토론 모임에서 만난 한 여성이 본인도 재수를 할 때 도움 받은 사람이 있다면서 선생님을 소개해줬다. 알고 보니 그 여성도, 소개 받은 선생님도 신천지 신도였다"고 증언했다.

포교 대상의 고민거리나 관심사에 맞게 새로운 사람(신천지 신도)을 연결하는 것. 이를 신천지 내에선 '얼굴 띄우기'라고 부른다.

A씨는 "고민도 많고 심리적으로도 불안한 20대 청년들이 신천지의 '환자 만들기' 전략에 한 번 꼬이면 벗어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천지 내 강사나 상담사뿐 아니라 신천지에 같이 간 친구, 지인 모두 신천지 신도다. 계속 그들이 바람을 잡는다. 영화 '트루먼쇼'와 같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청년들이 신천지에 한 번 발을 들이면 빠져나가기는 매우 힘이 든다. 신천지 내에서 쌓은 두터운 '친분' 때문이다.

A씨의 설명에 따르면 신천지 활동을 시작하면 외부 사람들과는 모두 멀어진다. A씨는 "신천지 교회에 입성하기 전 센터 교육을 마쳐야 하는데 보통 주5일로 진행된다. 그외에도 계속 다양한 활동이 생기기 때문에 친구들에게는 못 만난다며 거짓말을 하게 된다. 정신 차리고 보면 신천지 관련인 말고는 주변에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천지에서 나오려면 큰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자기가 수년간 쏟은 노력을 모두 부정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씁쓸함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부산성시화운동본부 이단상담실 권남궤 실장은 "20대의 경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신천지는 그 부분을 파고 든다. 포교 대상자의 특성에 따라 맞춤식 전략을 세워 접근하기 때문에 불안한 현실에 처해 있는 청년들이 포섭되기 쉽다"고 말했다.

신천지에 청년층 비율이 많은 이유로는 "청년층은 장년층, 노년층에 비해 일꾼으로 쓰기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라며 "목표만 명확히 세워주면 직장, 가정 등 얽매인 것 없는 청년들은 모든 걸 다 버리고 '올인'할 준비가 돼있다. 신천지가 청년층 포교에 특히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CBS노컷뉴스 박고은 기자] ig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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