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 봉쇄 러시아·사우디도 뚫려..코로나에 무너지는 방역망

CBS노컷뉴스 김중호 기자 2020. 3. 3.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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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코로나 하루 사망자 18명 최대치
수도 로마로 확산 움직임 이탈리아 당국 긴장
러시아, 사우디서도 첫 코로나 확진자
독일,프랑스,스위스 빠른 확산세

철저한 봉쇄로 코로나19 감염을 막아왔던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사망자가 하루 동안 18명 급증했고 프랑스, 독일, 스위스의 확진자수 증가가 빨라지고 있다. 이란에서는 감염 확진자가 1천5백여 명을 넘어섰다. 위생시설이 미비한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WHO는 한국·이탈리아·이란 등의 코로나19 확산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 이탈리아 하루 사망자 18명 급증, 러시아서도 첫 코로나 확진자 발생

(사진=연합뉴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2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전날 대비 342명 증가해 누적 확진자 수가 2천36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망자 수는 전날에 비해 18명 늘어나면서 52명이 됐다. 사망자 수가 지난달 중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이래 최대치로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확진자 증가율이 전날 50.1%에서 20.1%로 크게 감소한 부분은 희망적이다. 완쾌 등으로 격리 해제된 인원은 149명으로 처음 100명을 돌파한 것도 긍정적 요소다. 사망자와 격리 해제 인원을 뺀 실질 감염자 수는 1천835명이다.

다만 인구 300만명의 수도 로마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동안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던 로마에서는 전날 경찰관 한 명이 현지인으로는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그의 아내와 두 자녀, 처제 등이 연쇄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로마 외곽에 거주하는 소방관 한 명도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와 인접한 스위스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현지 매체 스위스인포는 이날 오후 5시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42명이라고 보도했다. 확진자는 제네바와 취리히, 베른 등 12개 칸톤에서 발생했다. 스위스에는 모두 26개의 칸톤이 있다. 스위스에서는 지난달 25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1천850명이 의심 환자로 분류돼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거나 검사가 진행 중이다.

프랑스와 독일에서의 확산세도 빨라지고 있다. 제롬 살로몽 프랑스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기준 프랑스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보다 61명 증가한 19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89세 여성이 사망 뒤 부검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사망자도 3명으로 늘어났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는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 전날에 이어 월요일인 이날에도 문을 닫았으며 프랑스 정부는 당분간 5천명 이상 모이는 행사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의 질병관리본부 역할을 하는 독일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독일 전역의 확진자가 33명 늘어난 15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에서 가장 많은 86명의 확진자가 나온 가운데 수도 베를린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베를린의 확진자는 최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사는 부모가 베를린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뮌헨의 BMW 연구개발센터에서도 직원 한 명이 감염된 사실이 확인되자 전체 직원 150명이 2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RKI의 로타 빌러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확진자에 대해 2명은 중국, 6명은 이란, 18명은 이탈리아, 87명은 하인스베르크의 카니발 행사와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이 코로나19 감염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동안에도 자국 내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러시아의 방역망도 뚫렸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현지 매체들은 이날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러시아인 남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러시아 정부의 '코로나19 유입 및 확산방지 대책본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확진자는 이탈리아에서 휴가 중이던 지난달 21일 발병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금까지 러시아에서는 공식적으로 3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모두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객들로 러시아 귀국 뒤 중부 도시 카잔의 의료시설에 격리돼 있었다. 러시아 본토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벨라루스에서 지난 1일 두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아제르바이잔에서도 지난달 28일 첫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구 소련권 국가들에서도 확진자가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유럽대륙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유럽연합(EU)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험 수준을 '보통'(moderate)에서 '높음'(high)으로 올렸다고 외신들이 이날 보도했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ECDC가 오늘 EU 내 사람들에 대한 코로나19의 위험 수준을 보통에서 높음으로 올렸다고 발표했다"면서 이는 "이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확산한다"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 이란 확진자 1천5백명 넘어, 사망자 66명. 사우디서도 첫 확진자

(사진=연합뉴스)
중동지역에서 가장 급속도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이란에서는 코로나 확진자 수가 1천5백명을 넘어섰다. 이란 보건부는 2일(현지시간) 정오 현재 신종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보다 523명 늘어난 1천50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망자도 전날보다 12명 증가해 66명이 됐다.

전날 대비 확진자 증가율은 65.2%로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나흘째 전날 대비 증가율이 60%를 웃도는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다. 다만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눈에 띄게 높았던 치사율은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4.4%까지 떨어졌다. 완치자 수도 219명으로 늘어났다. 이란의 모든 학교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까지 2주째 휴교에 들어갔다. 이란 보건부는 3일부터 준군사조직인 바시즈 민병대와 의료진으로 구성된 검사팀 30만개를 조직해 모든 가구를 방문해 의심 환자를 가려내겠다고 밝힌바 있어 확진자 수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중동 지역에서 빠른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나오지 않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이날 첫 확진자가 나왔다.

5년 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발병해 가장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를 기록한 사우디는 코로나19가 발병하자 가장 먼저 외부와 교류를 차단하는 등 강력한 봉쇄책으로 지금까지 성공적인 방역망을 유지해왔다. 지난달 27일에는 이슬람 최고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 비정기 성지순례를 위한 외국인 입국을 중단시키는 등 초강수들이 연일 동원됐다.

특히 중동에서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가장 빠른 이란과 2016년 1월 정치·종교적 갈등으로 단교해 인적 교류가 거의 없다는 점이 코로나 유입을 막는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이런 철저한 봉쇄망도 바레인을 거쳐 이란에 성지순례를 다녀온 자국민에 의해 뚫렸다. 사우디 보건부는 "확진자가 이란에서 바레인을 통해 사우디 국경으로 들어왔는데 이란을 여행한 이력을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미국 확진자 91명, 사망자 6명. 환자 발생 대비에 분주한 브라질

(사진=연합뉴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가 1일 기준 91명이라고 밝혔다. 특히 주(州) 공중보건연구소들이 코로나19 검사에 나서면서 이들이 판정한 '추정 양성 환자'가 주말 새 7명에서 27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추정 양성 환자란 검사 정확성에 의문지 제기된 테스트 키트를 사용해 실시한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내려진 경우를 뜻한다. CDC는 추가로 자체 검사를 다시 벌인다는 방침이다.

미국 워싱턴주(州) 시애틀 일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4명 발생했다고 AP·로이터 통신 등이 2일(현지시간) 현지 보건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로써 미국 내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사망자는 총 6명으로 늘었다.

중남미 대륙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브라질은 새로운 확진자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확진자들의 대량 발생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하는 분위기다. 브라질 보건부는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확진자는 전날과 같이 2명 그대로이며, 의심 환자는 252명에서 433명으로 71%(181명) 늘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나온 확진자는 상파울루시에 거주하는 61세와 32세 남성으로 두 사람 모두 최근 이탈리아를 여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브라질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아직 확산세를 보이지는 않고 있지만 브라질 각 지방정부는 코로나19의 지역 감염이 현실화하는 상황을 전제로 병상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 일본 확진자 19명 늘어...확진자 총 980명, 아프리카서도 확산 조짐 비상

(사진=연합뉴스)
NHK는 후생노동성과 각 지방자치단체의 발표를 종합한 결과 2일(현지시간) 오후 9시 현재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탑승자를 포함한 일본 내 코로나19 감염자가 총 980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중 국내 감염 확인자(중국 관광객 등 포함)가 260명, 크루즈선 탑승자가 706명, 전세기편 귀국자가 14명이다.

확진자들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홋카이도(北海道)가 77명으로 가장 많고 도쿄도(東京都) 39명, 아이치(愛知)현 32명, 가나가와(神奈川)현 30명 순이다. 이날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相模原)시에 있는 복지기관에선 직원과 이용자 5명의 집단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설치한 전문가 회의에 참여한 니시우라 히로시(西浦博)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대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25일을 기준으로 홋카이도 전역의 코로나19 감염자가 940명에 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오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이날 이탈리아를 방문한 뒤 귀국한 40세 튀니지인 남성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튀니지 보건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튀니지에서 첫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아프리카 대륙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국가는 이집트, 알제리, 나이지리아를 포함해 4개국으로 늘었다. 아프리카는 의료 시설이 열악해 바이러스 검진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코로나19 확산세에 아프리카 각국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 WHO "한국·이탈리아·이란 등의 코로나19, 최대 걱정, 한국 억제력 있어"

세계보건기구(WHO)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중국보다 중국 외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9배 더 많았다"며 "한국과 이탈리아, 이란, 일본의 전염병이 우리의 가장 큰 걱정(concern)"이라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한국은 4천200명이 넘는 확진자와 22명의 사망자를 보고했는데, 이는 중국 외 지역에서 발생한 확진 사례의 절반이 넘는 것"이라면서도 "한국의 확진 사례는 지역 사회보다는 이미 알려진 5개 집단의 의심 사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은 감시 조처가 작동하고 있으며, 한국의 전염병은 여전히 억제될 수 있다는 것을 가리키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매 순간 상황을 감시하고 있으며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며 "WHO는 만일 그 증거들이 뒷받침된다면 코로나19를 팬데믹이라고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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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중호 기자] gabob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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