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칩 탑재 맥 온다" 애플·인텔 결별설 '솔솔'

권봉석 기자 입력 2020. 3. 3. 16:33 수정 2020. 3. 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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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과 호환성 확보가 관건..완전 독립 쉽지 않을 듯

(지디넷코리아=권봉석 기자)애플이 인텔 프로세서를 벗어나 자체 칩을 탑재한 맥을 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다. 애플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홍콩 티엔펑국제증권 궈밍치 애널리스트는 최근 출시 시기를 내년으로 못 박은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애플 파크 전경. (사진=지디넷코리아)

애플이 자체 칩을 이용해 맥을 출시하면 맥의 걸림돌로 꼽혔던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보는 물론 인텔 프로세서 로드맵에서 벗어나 매년 새로운 제품을 지체 없이 내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프로세서 공급사인 인텔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애플이 인텔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Arm 기반 스냅드래곤 칩을 탑재한 퀄컴 ACPC가 여전히 성능과 호환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애플 칩의 근간이 되는 Arm 프로세서는 고성능·대용량 작업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 궈밍치 "애플, 자체 칩 탑재 맥 내년 출시 전망"

지난 달 말 맥루머스와 나인투파이브맥 등 애플 전문 매체에 따르면, 홍콩 티엔펑국제증권 궈밍치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내년 상반기에 자체 개발한 Arm 기반 칩을 탑재한 맥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는 이 보고서를 통해 "프로세서가 제품의 핵심이 될 것인만큼 애플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 5nm(나노미터) 기반 프로세서 생산에 많은 투자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은 SSD 컨트롤러와 데이터 암호화, 터치바 제어 등을 수행하는 T2 칩을 독자 설계했다. (사진=씨넷닷컴)

애플이 자체 칩을 탑재한 컴퓨터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는 예측은 2018년부터 꾸준히 나왔다.

애플은 이미 2011년부터 아이폰·아이패드용 A시리즈 프로세서를 자체 설계하고 있고 헤드폰 전용 칩인 H1, SSD 컨트롤러와 데이터 암호화, 터치바 제어 등을 수행하는 T2 칩을 독자 설계하고 있다.

■ 인텔 로드맵과 관계 없이 매년 새 맥 출시 가능

애플의 '탈(脫) 인텔' 시나리오에 신빙성을 더하는 것은 또 있다. 지난 해 선보인 맥OS 카탈리나(10.15)에는 기존 아이패드용으로 만들어진 앱을 실행할 수 있는 기능인 '카탈리스트'(Catalyst)가 추가됐다. 이를 통해 기존 맥OS용 앱 뿐만 아니라 아이패드OS용 앱까지 가져와 앱 생태계를 확장하겠다는 것이 애플의 의도였다.

Arm 기반 자체 칩을 맥에 탑재하면 아이패드와 아이폰 뿐만 아니라 맥까지 동일한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다. 기존 앱스토어에 등록된 게임 등 250만 개(2019년 기준) 이상의 앱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다.

애플 맥북프로 16형. 인텔 9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애플이 자체 칩을 탑재한 맥 컴퓨터를 내놓으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또 있다. 각종 프로세서를 공급하는 가장 큰 파트너인 인텔의 프로세서 출시 로드맵에 관계 없이 매년 새 컴퓨터 제품을 적시에 투입할 수 있다.

일례로 지난 해 출시된 맥북프로를 보면 13인치 제품은 8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반면 16인치 맥북프로는 9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지난 해 말부터 윈도10 기반 노트북 신제품에 일제히 인텔 10세대 코어 프로세서(아이스레이크)가 탑재된 반면 이를 탑재한 맥북프로나 맥북에어 등 신제품은 올 2분기 이후에나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 글로벌 중견 PC 제조사 한 곳이 사라지는 효과

애플이 인텔을 벗어나 독자 노선을 걷는다는 소식은 인텔에는 재앙이 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애플과 인텔의 관계는 꽤 긴밀하다. 고용량·고속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인터페이스인 썬더볼트를 2011년 맥북프로에 가장 먼저 도입한 것은 애플이다. 또 인텔은 애플 맥북에어나 12인치 맥북 등 일부 노트북 제품을 위해 작동 속도 등을 커스터마이징한 프로세서를 공급하기도 한다.

인텔은 애플 맥북에어나 12인치 맥북 등을 위한 전용 프로세서를 공급하기도 했다. (사진=씨넷)

지난 1월 시장조사업체 IDC 자료에 따르면 애플은 2019년 한 해동안 1천768만 대의 맥을 팔았다. 매년 4천만 대 이상의 PC를 파는 레노버, HP, 델의 25% 수준이지만 5위 업체인 에이서와는 근소한 차이다. 애플이 독자 노선을 걷는다면 인텔은 글로벌 중견 PC 제조업체 한 곳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것과 같은 타격을 입는다.

■ 고성능 요구하는 칩에서 인텔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러나 애플이 인텔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Arm 기반 PC의 가장 가까운 사례로는 퀄컴이 추진하고 있는 ACPC(올웨이즈 커넥티드 PC)를 볼 수 있다. 퀄컴 ACPC는 Arm 기반 윈도10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32비트로 개발된 각종 응용프로그램을 에뮬레이션으로 실행한다. 그러나 기대만큼 배터리 이용 시간이 길지 않고 성능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불만은 아직까지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프로X. 성능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칩의 근간이 되는 Arm 아키텍처가 저전력·고효율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사실도 걸림돌이다. 애플은 매년 새 아이폰에 탑재되는 프로세서가 PC용 프로세서와 흡사한 성능을 낸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지극히 일부 작업에 국한된 이야기다.

3D 영상 제작이나 VR(가상현실) 콘텐츠 제작에 특화된 맥프로나 아이맥 프로 등 고성능 제품에 들어가는 프로세서까지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 애플 자체 칩 탑재 맥 출시 여부, 오는 6월 가시화

애플 개발자와 전문가들은 애플의 인텔 이탈 여부를 이르면 6월 경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로 매년 중순 열리는 개발자 대상 행사인 WWDC에서다.

지금까지 나온 전망대로 내년 애플 자체 칩을 탑재한 맥북 등이 출시되려면 개발자들이 이 칩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매년 6월 새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를 공개하는 WWDC 행사를 진행한다. (사진=애플)

실제로 애플은 지난 2004년 WWDC 기조연설 시연을 통해 인텔 펜티엄4 칩을 탑재한 새 맥 시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또 기존 파워PC 프로세서용 소프트웨어를 인텔 칩에서 실행할 수 있는 에뮬레이터인 '로제타(Rosetta)'도 함께 공개했다.

애플은 로제타 공개 후 7년만인 2011년 공개된 맥OS X 라이온(10.7)에서야 로제타 지원을 중단했다. 인텔 칩 기반 애플 제품이 충분히 보급되었다는 판단에서였다.

권봉석 기자(bskwo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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