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총력전'의 그늘, 어느 독거노인의 외로운 죽음

박장군 강보현 기자 2020. 3. 4.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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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에 홀로 살던 A(65)씨는 지난달 말 집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평소 다니던 동네 복지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시 폐쇄되고 외출이 힘들어져 주변과의 교류가 줄어들자 "답답하고 우울하다"고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유모(92)씨는 지난주 요양보호사로부터 "당분간 못 올 것 같다"는 통보를 받고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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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 폐쇄, 재가서비스도 중단.. 사회적 연결 끊겨 '돌봄 사각지대'

서울 구로구에 홀로 살던 A(65)씨는 지난달 말 집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옆집에 살던 지인이 현관 앞 전동휠체어가 며칠째 같은 자리에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문을 열고 들어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평소 다니던 동네 복지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시 폐쇄되고 외출이 힘들어져 주변과의 교류가 줄어들자 “답답하고 우울하다”고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주력하는 사이 지역사회와 단절된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이 방치되고 있다. 주변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운 이들이 의도치 않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 연결고리가 끊긴 독거노인들은 A씨처럼 외로움과 우울감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지역의 복지관과 경로당 3500여곳은 지난달 21일부터 모두 휴관에 들어간 상태다. 달리 갈 곳이 없어진 노인들은 주로 집에 머물며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다. 노원구에 사는 최모(93)씨는 3일 “우리는 복지관 아니면 갈 곳이 없다”며 “그나마 매일 만나는 사람들끼리 얼굴 보는 것으로 안부를 챙겼는데 지금은 살아 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여기에 이들을 상대로 진행되던 방문 상담도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 중단됐다. 서울 지역의 한 주민센터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대면 상담을 최소화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며 “지금은 전화 상담을 주로 하는데 대다수 인력이 방역 작업에 투입돼 여력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요양보호사가 자택을 방문해 환자의 거동과 식사를 돕는 재가복지 서비스는 사실상 멈췄다. 보호사들이 감염을 우려해 방문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유모(92)씨는 지난주 요양보호사로부터 “당분간 못 올 것 같다”는 통보를 받고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했다. 가족과 떨어져 사는 유씨는 고령인 데다 심한 당뇨를 앓고 있어 혼자서는 밥을 챙겨 먹기도 힘든 상황이다. 지역 복지센터에는 유씨처럼 방문 중단 통보를 받은 사람들이 “보호사 돌봄이 절실하다. 제발 보내 달라”고 호소하는 일이 늘었다고 한다.

올해부터 확대하려 한 노인 맞춤돌봄 서비스도 코로나19로 제동이 걸렸다. 복지부는 당초 이달부터 요양 등급이 없는 노인들에게도 전면적인 맞춤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려 했지만 코로나19 방역 업무에 우선적으로 인력이 투입되면서 연기됐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는 그간 노인 복지 업무와 책임을 모두 복지관에 떠넘겨 왔다”며 “코로나19로 복지관이 폐쇄되면서 사회보장체계의 사각지대가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노인 등 취약계층을 정책적으로 배려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체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장군 강보현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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