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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뒤 한달벌이 20만원..하늘만 쳐다봐요"

이효상·심윤지 기자 입력 2020.03.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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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열차 안에서 떨어져 앉은 부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모든 승객에 대해 창가 좌석을 우선 배정하기로 한 첫날인 3일 서울역에서 부산으로 가는 KTX 열차 안에서 한 부부가 떨어져 앉은 채 손소독제를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 전체가 힘들겠지만 저는 진짜 하늘만 쳐다봐야 해요.”

전북 군산에서 아이돌보미로 일하는 ㄱ씨(58)의 하늘은 온통 깜깜하다. 코로나19는 짙은 먹구름을 드리웠다. 월 200만원 가까이 벌던 ㄱ씨의 소득은 지난달 20만원이 채 안됐다. 군산에서는 1월31일 국내 8번째 확진자가 나오면서 여타 지역보다 빠른 2월 초부터 지역경제가 얼어붙었다. 은퇴한 남편 대신 가장 역할을 해야 하는 ㄱ씨에게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돌봄·가사 등 ‘시급제’ 노동자들

코로나19 뒤 월수입 ‘10분의 1’로

노동시간 줄면 ‘4대보험’도 중단

코로나19 이후 좋은 일자리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전일제 일자리는 종적을 감췄고, 일이 있어도 2~3시간짜리 단시간 근무에 그쳤다. 지난 한 달 동안 ㄱ씨가 맡은 일은 맞벌이 가정의 두 아이를 아침 2시간 동안 열흘 돌보는 것이 전부였다. 기본급 없이 시급 8600원을 받는 ㄱ씨에게는 이만저만 큰 타격이 아니었다.

지난달 26일에야 3시간 동안 세 아이를 돌보는 일거리가 들어왔지만, 현관 문턱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날 오후 군산에서 전북 지역 4번째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ㄱ씨가 현관에서 아이들과 인사를 나눌 때, 확진자 발생 소식을 접한 아이 엄마는 “아무래도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해야겠다”며 서비스를 취소했다.

정부, 감세·공제 같은 지원 대책

생활비 마련도 힘든 계층엔 ‘그늘’

ㄱ씨는 “용돈벌이로 하는 사람이면 가능하겠지만 저는 이렇게 하면 안된다. 지탱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은퇴한 남편은 벌이도, 연금도 없다. 아파트 관리비 15만원, 식료품비 30만원, 보험료 15만원 등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돈만 약 100만원이다. 20만원 안되는 수입으로는 아무래도 감당할 수가 없다. ㄱ씨는 “지난달 워낙 상황이 나쁠 것으로 예상돼 그동안 들어놓은 보험 담보로 대출을 300만원 받았다”며 “한 달, 두 달은 메울 수 있는데 이제 대출할 데도 없다”고 말했다.

노동시간이 월 60시간 이하로 줄어들면서 4대보험의 안전망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점도 문제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지역가입자로 전환됐고, 고용보험 역시 중단됐다. 아이돌보미지원센터로부터 받아온 주휴·연차수당도 지급이 중단됐다. ㄱ씨는 현재 아이돌봄 이외에 재택 요양보호사, 독거노인 생활관리인 등 할 수 있는 일을 닥치는 대로 알아보고 있다. 그는 “23일까지 휴교가 연장된다고 하니 막막하다”면서 “너도나도 죽겠다는 말만 하니까 나라도 그 말을 안 하려 한다”고 했다.

■ 코로나19가 드리운 그림자

사회안전망의 외곽에 가까스로 걸쳐 있던 사람들은 코로나19가 몰고온 태풍에 경계 너머로 밀려나고 있다. 애초 4대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던 가사노동자 ㄴ씨(60) 역시 상황이 심각하다.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타인을 집으로 들이는 일을 이용자들이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사 서비스 앱을 통해 구할 수 있는 일거리 자체가 줄고 있다. 월 150만원은 되던 소득은 지난달 15만원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학습지 교사, 재택 요양보호사 등 기본급이 작고 수당 비중이 높은 직종도 고객의 취소 및 일거리 부족으로 생계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취약계층부터 삶의 기반이 허물어질 가능성이 있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지난달 초부터 중단되기 시작했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은 “한 달을 활동하면 27만원을 받는데 2월에 부분적으로 활동한 분들은 십몇만원을 받으셨다”며 “어르신들 소득이 노인일자리와 기초연금 정도인데 당분간은 일하면서 모아둔 돈으로 견딘다지만 3월까지 계속되면 어려워지는 경우가 발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 지역의 한 보험설계사 역시 “계약하기로 한 고객에게 전화하면 오지 말라고 한다”며 “한 달만 이렇다면 그래도 참겠는데, 두세 달 연장된다면 부도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식·여행 서비스물가 상승폭이 제한되며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에 그쳤다. 3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올해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80(2015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1% 상승했다. 특히 서비스물가 상승률이 0.4%에 그치면서 1999년 12월(0.1%) 이후 가장 작았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 2020.3.3

문제는 이들 상당수에게 정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코로나19 종합대책이 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생활자금이 없는 이들에게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나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대책은 활용폭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에 취약계층에 일정 정도의 현금을 일괄 지원하는 ‘재난 기본소득 지급’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지난달 29일 “경계에 서 있는 소상공인, 프리랜서, 비정규직, 학생, 실업자 1000만명에게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집세를 낼 수 있는, 아이들을 챙길 수 있는, 집에서 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는 소득이 필요하다”며 “재난 기본소득 50만원을 지급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효상·심윤지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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