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세월호 의인 김동수씨 이야기 [만화로 본 세상]

입력 2020. 3. 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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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봄 어느 날, 세월호에서 생존한 한 남성과 만났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실태조사를 위해서였다. 그의 집은 서울이었다. 자영업자로 건축 관련 일을 했던 그는 2014년 4월 16일, 오래 길들여 수족이나 다름없는 장비를 차에 싣고 세월호에 올랐다가 간신히 자기 몸만 챙겨 돌아왔다. 아니, 실은 그조차 온전히 돌아오지 못했다.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이 되어 내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말은 고통으로 가득했고, 사람들을 집어삼키던 배 안의 소용돌이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제대로 말조차 잇지 못했다. 그의 눈동자에는 그때의 풍경이 비쳤다.

김홍모 작가의 만화 <홀> 중 한 장면 / 딜리헙

그 흔들리는 눈이 가끔 나에게 말을 건다. 내 삶은 다 부서졌지만, 뭐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그 자리에 나왔다던 그의 마음을 떠올려본다. 내가 아무리 애써도 그의 고통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깊은 고통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시 416 인권실태조사단은 세월호 참사로 인한 피해자를 광범위하게 조사하려고 애썼다. 비(非)단원고 생존자 중에서는 인터뷰 대상자를 찾기가 힘들었다.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고, 다른 승객들과 연결고리가 없으니 함께 모이기가 어려웠던 탓이 커 보인다. 목소리를 내기 힘들면 고통은 더욱 개별화될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22일 제주에서는 ‘제주 세월호 생존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모임(제생지)’의 창립총회가 열렸다. 세월호의 도착지였던 제주에도 ‘일반인 생존자’로 불리는 24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 ‘파란 바지의 의인’으로 불리는 김동수씨의 이야기가 간간이 조명되었지만, 다른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듣기가 어려웠다. 김동수씨는 수차례 자해를 시도할 정도로 심각한 트라우마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그가 삶을 붙들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가족과 그를 살피고 지지해준 시민과 세월호 유가족의 힘이었다.

참사 이후 6년이 가까워져 오는 시점에서 태어난 이 모임의 소식을 들으며 놀랍고, 뭉클했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 조금 짐작이 되기 때문이다. 문을 두드리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힘으로 고립되어 있던 생존자들이 세상과 연결되고 있다. ‘제생지’가 창립총회를 연 곳은 조작 간첩 사건의 피해자 강광보씨의 집을 개조해 만든 기억공간 ‘수상한 집’이다. 이곳은 강광보씨가 재심에서 승소한 뒤 받게 된 국가배상금에 시민펀딩이 더해져 탄생했다. ‘수상한 집’은 공간을 찾지 못해 문을 닫았던 ‘세월호 기억공간 re:born’에게 품을 내주었다.

‘제생지’에 함께하는 김홍모 작가는 김동수씨의 이야기를 웹툰으로 만들어 최근 연재를 시작했다. 〈홀〉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김동수씨와 가족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준비 기간에만 2년이 걸렸다고 한다. 김동수씨는 화물차를 운전하며 세월호를 여러 차례 탔다. 연재 초반인 지금은 화물차 기사로서 경험한 그날의 이야기가 조금씩 펼쳐지고 있다. 언론을 통해 김동수씨의 고통에 관한 이야기만 단편적으로 들을 수 있었기에 그의 삶에 깊이 다가가는 〈홀〉을 주목하게 된다.

박희정 기록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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