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라 마스크 안 판대요"..차별에 멍드는 중국인들

오현지 기자 2020. 3. 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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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그동안 제주에 한해 시행돼 왔던 무사증(무비자) 입국제도가 잠정 중단된 지 벌써 한 달째다.

한 달 사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국내 환자 수는 3일 기준 무려 5000명을 넘어섰고, 청정지역을 표방했던 제주에도 3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상태다.

도내 중국인, 특히 중국인 유학생과 한국으로 귀화한 중국인들은 코로나19에 대한 불안함과 함께 알게 모르게 이어지는 차별에 더 멍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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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방지 제주 무사증 입국 중단 한 달
일상 속 차별 이어져.."사태 조기종식 바랄 뿐"
제주 무사증 제도가 중단된 지 한 달을 맞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며 제주도내 중국인들을 향한 차별의 시선도 끊이지 않고 있다. /© News1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그동안 제주에 한해 시행돼 왔던 무사증(무비자) 입국제도가 잠정 중단된 지 벌써 한 달째다.

한 달 사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국내 환자 수는 3일 기준 무려 5000명을 넘어섰고, 청정지역을 표방했던 제주에도 3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상태다.

긴박했던 한 달간 제주에서 마음졸이며 산 건 제주도민만이 아니다.

도내 중국인, 특히 중국인 유학생과 한국으로 귀화한 중국인들은 코로나19에 대한 불안함과 함께 알게 모르게 이어지는 차별에 더 멍들고 있다.

제주대학교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 A씨(23)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차가워진 눈초리를 느낀다.

그는 얼마 전 '중국인에게는 마스크를 팔지 않겠다'는 한 업자를 만났다고 했다.

A씨는 "마스크가 다 떨어져 시내 약국에 갔는데 직원이 마스크를 팔고 싶지 않다는 눈치였다"며 "중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차별을 당하니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일하는 곳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니 일하면서 받는 차별은 없다"면서도 "그래도 외출을 할 때마다 더 꼼꼼히 마스크를 쓰는 등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무사증 입국제도 중단 이후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다.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 거리가 텅 비어 있다. /© News1

제주에서 통역 가이드로 일하는 B씨(45)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B씨는 귀화한 지 20년이 넘은 어엿한 '한국인'임에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인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작은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코로나가 터지고 관광객이 줄면서 통역 가이드 일도 같이 끊겼다"며 "생계를 이어가야 하니 식당 알바라도 해보려 하는데 한국인이라고 아무리 얘기해봐도 안 된다는 말뿐"이라고 성토했다.

B씨는 코로나 사태 이후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고도 했다. 그는 "전 분명 한국인인데 한국 사회에서는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하는 상황"이라며 "내가 중국인인지 한국인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든다"고 말했다.

B씨는 귀화한 본인에게도 매몰찬 사회가 중국인들에게는 얼마나 더 차가울지 우려하고 있었다. 그는 "제주에 있는 중국인 친구들을 보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집에만 있다"면서 "아마 그들이 저보다 더 힘들 텐데 그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A씨와 B씨 모두 지금 바랄 수 있는 건 사태가 조기 종식돼 다시 일상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사태가 해결되면 방학에도 못 다녀온 고향에 다녀오고 싶다"며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한중 관계도 다시 회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B씨 역시 "코로나가 얼른 진정되고, 무사증 중단 조치도 끝나야 다시 일을 해 돈을 벌어 살 수 있다"며 "지금은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을 맺었다.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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