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거대 야당 중심으로 태극기 힘 합쳐달라" 옥중 선거개입

임지선·허남설 기자 2020. 3. 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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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자필 편지로 구속 이후 첫 메시지
ㆍ총선 앞두고 보수 ‘반문연대’ 촉구

박근혜 전 대통령(사진)이 4일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옥중 메시지를 통해 “서로 분열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서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밝혔다고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국회 기자회견에서 전했다. 4·15 총선을 약 40일 앞두고 사실상 ‘반문연대’를 통한 보수통합을 촉구한 것이다. 2017년 구속 이후 박 전 대통령 공개 메시지는 처음이다. 그러나 국민의 심판을 받은 전직 대통령이 탄핵 사태에 대한 반성보다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해 정치적 부활을 시도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가 잘못되는 거 아닌가 염려도 있었다. 또현 정부 실정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거대 야당의 무기력한 모습에 울분이 터진다는 목소리도 많았다”며 “하지만 저의 말 한마디가 또 다른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 침묵을 택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보수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나라가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 있고 국민들의 삶이 고통받는 현실 앞에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것 같은 거대 야당 모습에 실망도 했지만, 보수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겠지만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했다. 그는 “서로 분열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서 하나 된 모습 보여주시기 바란다. 여러분의 애국심이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서 “저도 하나가 된 여러분들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자필로 쓰신 것을 교도소의 정식 절차를 밟아서 우편으로 받았다”면서 “상당히 오랜 기간 다듬고 다듬으신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5년 등을 선고받고 복역하면서 파기환송심을 진행하고 있다.

■‘국정농단’ 탄핵 대통령이 아무런 반성 없이 선거개입 노골화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무능·독선의 현 집권세력” 보수 분열 조짐에 바로 발표 금태섭 “최소한의 책임감도 없이 국론 분열시키는 작태” ‘탄핵의 강’ 건너야 한다 강조한 유승민계 인사들 ‘침묵’

박근혜 전 대통령이 4·15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반문(재인)연대’를 통한 보수 결집을 촉구했다. 선거 구도와 범보수 연대 등 ‘박근혜 변수’가 미칠 총선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보수 야당은 박 전 대통령 메시지가 통합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일각에선 ‘도로 새누리당’ 회귀가 불가피해지는 만큼 중도로 외연 확장에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총선에서 ‘박근혜 적폐세력’을 청산해야 한다는 ‘야당 심판’ 프레임이 다시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총선 영향력을 따지기 앞서 국정농단으로 탄핵까지 당한 전직 대통령이 아무런 반성 없이 선거개입을 노골화했다는 점에서 여론 비판이 고조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첫 공식 메시지는 보수 결집이었다. 지난 3일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태극기 세력인 자유공화당 합류를 선언하고, 친박계 정종섭 의원이 한국경제당 창당을 발표하는 등 분열 조짐이 보이자 곧바로 메시지를 낸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보수 대결집’ 명분이 ‘정권심판’임을 분명히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권을 “무능하고 독선적인 현 집권세력”이라고 비판했고 “나라가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대 야당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당부했다.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반문재인 전선’을 형성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통합당 공천에서 낙마한 친박 인사들이 별도 세력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보수 세력 분산을 막아야 한다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보수 야당은 환영하면서 ‘헤쳐 모여’에 나설 태세다. 그러나 당장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예상된다.

통합당은 “통합 물꼬를 열어줬다”고 반겼다. 태극기 세력인 자유공화당 김문수·조원진 공동대표는 미래통합당 중심의 보수통합에 동의하면서도 “미래통합당은 하나로 합칠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달라”며 “공천작업을 중단하기 바란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메시지를 지분 보장에 이용하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메시지가 보수 통합의 원군이 될지는 미지수다. 국정농단 사태로 국민의 심판을 받은 전직 대통령이 단 한 줄의 반성도 없이 자신의 정치적 부활을 노렸다는 점은 민심의 거센 분노를 초래할 수도 있다. 범여권은 ‘옥중 선동정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의안의 윤곽을 잡은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페이스북에 “전직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감도 발휘하지 못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작태”라며 “국민의 심판을 받은 전직 대통령이 할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금 의원은 옥중 메시지를 ‘박 전 대통령의 왜곡된 정치적 욕망’이라고 성토했다. 민생당 김정현 대변인은 “자신의 추종세력을 규합해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고도로 기획된 정치공작성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 메시지가 엮어낸 ‘보수 대통합’은 ‘도로 새누리당’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통합당은 퇴행적 정치를 야기했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통합당 내부에서도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던 유승민 의원계인 새로운보수당 출신 인사들과의 갈등도 예상된다. 새보수당 출신 인사들은 구체적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임지선·허남설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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