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메시지, 보수 득실은.."결집 원동력" vs "악재 중 악재"

박준호 입력 2020. 3. 4. 23:32 수정 2020. 3. 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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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결집 효과 있어도 태극기세력은 중도 확장 도움 안돼"
'태극기세력' 통합 성사되면 공천 잡음은 의외로 덜 할 수도
"朴, 타이밍상 보수 분열이 가시화되자 메시지 내 분열 차단"
"태극기부대 조용히 하라 취지..황교안·김형오 힘 실어준 것"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2017.06.01.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준호 이승주 김지은 기자 = 보수 우파 대통합을 당부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이 4일 전격 공개됐다 하지만 강성 보수부터 개혁 보수세력까지 한꺼번에 통합을 이루는 데 난관이 만만치 않은데다, 선거전에서도 득보다는 실이 더 클 수 있다는 비관론이 많다.

탄핵의 강을 어떻게 건널 것인가를 매끄럽게 정리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고, 각 당마다 제각각 진행중인 공천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는 난제 중 난제다. 일각에선 '태극기부대'를 고정 지지층으로 둔 '강성 친박'을 끌어 안는 것이 4·15총선에서 판세 유불리를 따졌을 때 보수진영 전체 득표에는 큰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된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보수결집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순 있으나, 최근 보수 진영이 약간 상승세를 타는 이면에는 정부·여당의 실정 때문에 중도층이 관심을 기울인 요인이 컸던 만큼,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중도 확장이라는 미래통합당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는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미래통합당은 지금 크게 두가지의 방향을 갖고 있다. 하나는 당 내 친박계를 청산해야 된다는 측면, 두번째는 그걸 바탕으로 중도진영으로 나아가야 된다"며 "그렇게 해야 민주당의 외연을 차단하고 그 몫을 통합당의 지지층으로 끌어들여 총선에 승리할 수 있는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가지 기본 목표를 볼때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는 거꾸로 가는, 당에 오히려 해가 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며 "도로박근혜정당이라고 하는, 도로새누리당이라고 하는 일각의 우려가 현실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쪽으로 돌아서려고 했던 중도층 마음 완전히 돌아서게 만드는 자충수로 선거 앞두고 나온 악재 중 악재"라고 혹평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박 전 대통령의 오늘 메시지는 하나로 뭉치라는 거잖나. 현실이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박근혜 메시지'는 보수결집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통합당이 탄핵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는데 박 전 대통령이 이번 총선에 '참전'하면서 탄핵에 대한 해석이 보수층 내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고, 중도층이나 무당층을 자극해서 선거를 문재인 대(對) 박근혜로 몰고 갈 수 있다. 선거구도가 그렇게 형성되면 보수쪽이 유리할 게 하나도 없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자유공화당 김문수, 조원진 공동대표와 서청원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20.03.04. bluesoda@newsis.com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래통합당이 상당히 힘을 받을 것"이라며 "메시지의 핵심은 이번 총선은 어떻게든 이겨야 되니까, 자유공화당이니 한국경제당이니 이런 거 다 치워라, 그리고 당 내에서도 무소속 얘기가 자꾸 나오면서 친박공천을 압박하고 있는데 그런 짓 하지 말아라, 이기는 게 중요하다는 게 메시지다"라고 설명했다.

강성 보수 세력과의 통합으로 인해 중도층이 이탈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오히려 중도 중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할만한 짓을 했다, 잘못했지만 그렇다고 30~40년 감방에 있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많다"면서 "그런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고 신 교수는 낙관했다.

보수진영에서 탄핵은 과거 친박계와 비박계 간 분란의 씨앗이었던 만큼 지금은 계파 색채가 옅어졌더라도 탄핵에 반대한 강성 친박계와 탄핵에 적극 동참한 유승민계 사이에서 분란이 재연될 소지가 없지 않다.

화학적 결합은 고사하고 박 전 대통령이 주문한 대로 일단 '묻지마 통합'을 이뤄냈더라도 공천 잡음이 지금보다 더 극심해질 개연성도 낮지 않다.

미래통합당의 공천은 당 혁신과 인적 쇄신을 목표로 현역 의원을 대폭 교체하는데 초점을 둔 데다, 박근혜 정부 출신의 친박계 인사가 포진한 TK(대구·경북) 물갈이가 개혁공천의 바로미터로 간주되고 있다. 김형오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심사도 친박 의원들을 낙천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홍문종 친박신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세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3.04.kkssmm99@newsis.com

이런 상황에서 친박계 중에서도 강성친박으로 분류되는 조원진 자유공화당 대표와 홍문종 친박신당 대표가 미래통합당에 합류할 경우, 공천을 둘러싼 내홍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자유공화당과 친박신당 몫으로 공천 지분을 요구하거나 기존 공천심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원점에서 재검토를 요구할 수도 있다.

당장 자유공화당은 옥중 메시지가 공개된 후 "미래통합당이 공천 작업을 중단하길 바란다"며 "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하나가 되라는 게 핵심인데 통합당이 혼자 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촉구했다.

친박신당 역시 범보수 통합에는 원칙적으로 지지했지만 "보수 우파 후보들이 난립하면 결국 문재인 정권에 도움이 될 것이란 걱정으로 총선을 바라보고 있다"며 "대통령이 미래통합당에 숙제를 준 것 같은데,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래통합당에 달렸다"며 공을 넘겼다.

엄 소장은 "사실 가장 핫한 게 TK(대구·경북)다. TK 공천을 빨리 처리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컷오프(공천배제)되거나 탈락하면 자유공화당에 합류하거나 한국경제당에 가서 분란을 만들어 총선에 출마하는 것 때문에 지금 미루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런데 오늘 박근혜 메시지는 이제 타이밍상 보수 분열의 가시화, 이 시점을 잡아서 메시지를 낸 거다. 분열을 차단하기 위해서, 그래서 황교안 대표와 김형오 위원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공천은 큰 문제 없을 것"이라며 "가닥이 다 잡혀있고 공천을 통해서는 친박 세력들 상당부분 떨어져나가고 중도로 가려고 애쓰는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방향을 바꿀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합당 형식이 아니더라도 후보 단일화를 통한 전략적 선거연대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은 과제가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엄 소장은 "선거연대는 몇몇 지역에 대해서 후보단일화하는 부분인데 지금 현실적으로 완전히 보수가 하나로 통합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며 "통합이 보수 입장에서는 최선의 방책이겠으나 차선책으로 선거연대로 부분적 타협을 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런 걸 빨리 결정하라 하는게 '박근혜 메시지'의 주요 요점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미래통합당이 강성 보수 세력을 '대우'하지 않을 경우 '태극기부대'의 지지층 이탈 가능성에 관해 박 교수는 "어차피 '태극기'는 자유한국당의 지지층인데, 영점 몇프로인데 그들이 선거판을 좌지우지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박 교수는 또 자유공화당이나 친박신당이 미래통합당에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에 대해 "그럴순 있지만 만약 그렇게 하면 박 전 대통령 메시지보다 더 안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통합당이 박 대통령 메시지 따라간다면 10배, 20배 부정적 여론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회의실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회의 및 4.15 총선 공천관리위원회 임명장수여식에서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과 임명장을 수여한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0.01.23. kmx1105@newsis.com

신 교수도 공천 잡음이 일어날 가능성에 "그러니까 박 전 대통령이 정리해주려고 한 것"이라며 "딴소리하지 말라는 얘기다. 거대 정당 중심이라는게 미래통합당 중심으로 (통합)하란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천 지분을 요구한다고 해서 통합당 쪽에서 주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태극기부대)은 중도층을 모으는데 있어서는 실이면 실이지 득이 될 사람들은 아니다"라며 "(총선에서)이겨야 되니까 태극기부대는 조용히 하라는 게 박 전 대통령의 취지"라고 덧붙였다.

새로운보수당 출신 한 의원은 친박신당과 자유공화당을 겨냥해 "박 전 대통령 메시지가 '태극기 당'을 중심으로 뭉치라는 말이 아니잖나. 빨리 마음을 비우고 들어와야 한다"며 "3대 원칙에 맞춰 보수대통합이 이뤄졌잖나. 태극기부대가 내려놓고 보수통합에 맞게 해야지, '거대 야당 중심'이라는 건 거대 야당(미래통합당)이 원하는대로 하라는 뜻인데 그걸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자유공화당이 공천작업 중단을 요구한 데 대해 "공식적으로 뭐가 오면 그때 검토해보겠다"면서도 "내일(5일)부터 와장창 발표할 것이다. 기사에 다 못 담을 정도로 쏟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joo47@newsis.com, whynot8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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