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로나 진료소들 "검사 해줘" vs "집 돌아가" 갈등

맹하경 2020. 3. 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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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미 행정부가 이번 주말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대상을 100만명까지 확대할 수 있다며 '검사 역량'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현장은 심각한 의료 인프라 부족 사태를 빚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에서는 "검사 불가"라며 사람들을 되돌려 보내려는 의료진과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해 분노한 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워싱턴주 공공보건소에 따르면 하루에 약 100명의 사람만 검사할 수 있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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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불가’에 분노한 주민들 침 뱉고 욕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미국 워싱턴주 커클랜드의 요양시설 '라이프 케어 센터'에서 1일 의료진이 환자를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커클랜드=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일 미 행정부가 이번 주말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대상을 100만명까지 확대할 수 있다며 ‘검사 역량’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현장은 심각한 의료 인프라 부족 사태를 빚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에서는 “검사 불가”라며 사람들을 되돌려 보내려는 의료진과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해 분노한 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워싱턴주는 미국 내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지역이다.

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워싱턴주 의료진들의 제한된 수용력으로 인해 검진을 받을 수 없게 된 사람들이 공포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워싱턴주에서만 확진자 39명, 사망자 10명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애틀 일대의 병원들로 검사를 요청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시애틀 킹카운티 보건 당국과 일선 의료진들은 비교적 가벼운 증상을 보이는 이들에게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고하고 있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캐시 로피 워싱턴주 공공보건소 책임자는 기자회견을 통해 “검사 수요가 매우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검사 역량을 늘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애틀 응급진료소에서 간호사로 일한다고 밝힌 파울라 루드부시는 페이스북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없어 화가 난 환자들이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고 우리에게 더러운 마스크를 던진다”며 “심지어 나가는 길에 바닥과 벽에 침을 뱉는다”고 적었다.

코로나19 검사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보급한 1차 진단 키트가 고장이 나면서 재공급에 몇 주씩 소요되며 검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워싱턴주 공공보건소에 따르면 하루에 약 100명의 사람만 검사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국내의 경우 하루 평균 1만건의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워싱턴주는 상업 시설을 활용해 진료소를 확대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패티 헤이즈 킹카운티 공공보건소 책임자는 병원들이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의료 시스템이 과부화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내 코로나19 검사 역량 부족은 꾸준히 지적돼 왔다. 100만명까지 검사 대상자를 늘리겠다는 정부 발표에도 3일 진행된 식품의약국(FDA) 청문회에서 상원 의원들은 스티븐 한 FDA 국장을 향해 “지금까지 미국이 검사한 건수가 3,600건에 불과한데 어떻게 100만건을 검사할 수 있다는 것인지 설명하라”고 촉구했다. 미 공중보건진단검사실협회(APHL)에 따르면 3일 기준으로 100개 진료소 중 56개가 하루에 100명씩 감염 의심자를 검사할 수 있는 여건이며, 최대로 운영하더라도 하루에 약 1만명이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CNN은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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