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속 빛난 '달빛동맹' 광주, 대구의 눈물을 닦다

박진주,우성덕 2020. 3. 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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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병상 부족한 대구 위해
경증환자 60여명 데려와 진료
대구서 첫 확진자 나온 직후
가장 먼저 마스크 기부하기도
2009년 '달빛동맹' 맺은 이후
어려울 때 서로에 손길 건네

◆ 코로나 공포 ◆

지난 4일 감염병 전담 병원인 광주 남구 빛고을전남대병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대구 지역 확진환자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대구가 보수의 텃밭으로 영남을 대표해 왔다면, 5·18 민주화운동으로 상징되는 광주는 호남의 중심에 있는 도시다. 과거 정치권의 고질적 대립은 두 지역의 반목으로 이어져 영호남 지역감정의 골을 깊게 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편 가르기 구도에서 벗어나 대구와 광주 시민들은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2009년 영호남 화합과 상생 발전을 위해 달구벌 대구와 빛고을 광주를 합쳐 이른바 '달빛동맹(달구벌+빛고을)'을 맺었다. 해묵은 지역감정의 벽을 허물고 '형제의 도시'가 된 것이다.

광주시는 코로나19 사태로 대구가 어려움을 겪자 가장 먼저 대구로 달려왔다. 서정성 광주남구의사회 회장(49)은 지난달 28일부터 대구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광주시의사회가 대구에 파견한 달빛의료지원단 단장을 맡고 있는 서 회장이 일주일 가까이 환자 치료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곳은 코로나19 전담 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이다. 이곳에서 그는 코로나19 환자들을 회진하고 이들의 상태를 파악해 주치의와 소통하며 진료 중이다. 회진이 끝나고 미팅이 이어지다 보면 금세 하루가 저문다는 게 서 회장의 전언이다. 서 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될 때까지 대구에 머무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광주의 달빛의료지원단은 서 회장 외에도 간호사 등 모두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달 대구에 첫 확진자가 발생하자 전국에서 가장 먼저 마스크를 전달해 준 곳도 광주시였다. 광주시는 지난달 20일 마스크 2만개를 대구에 전달했고, 지난달 28일에도 마스크 2만개를 추가 지원했다. 이달 4일에도 손소독제 3000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는 자가격리자를 위한 생필품 세트 2000개도 대구에 전달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1일 형제 도시 대구를 돕기 위해 대구 확진자를 광주에서 치료하겠다는 특별담화문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 상공인, 의료인에게 개별적으로 전화까지 돌려 의견을 수렴했다. 광주 지역 43개 기관단체들은 대구 코로나19 경증 환자를 받아들이는 데 흔쾌히 동의했다. 이 시장은 곧바로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뭐가 가장 필요하냐"고 물었고, 권 시장은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자가격리된 환자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답했다.

이에 광주시는 빛고을전남대병원과 광주시립제2요양병원에 대구 환자를 입원시키기로 했다. 두 병원에는 전체 병상의 절반 정도인 50~60명의 대구 환자가 입원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 4일에는 대구 환자 7명이 빛고을전남대병원에 입원했다. 이 시장은 "1980년 5월 고립됐던 광주가 외롭지 않았던 이유는 뜻을 함께한 수많은 연대 손길 덕분"이라며 "대구와 광주는 달빛동맹으로 맺은 형제 도시"라고 말했다.

권 시장은 "대구와 광주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느 도시보다 더 끈끈한 우정을 보여주고 있다"며 "대구에서 확진자가 급증한 이후 보여준 광주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응원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대구시민에게 큰 위로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도 광주와 대구는 '달빛동맹'으로 형제애를 과시해왔다.

2009년 '달빛동맹'을 맺은 이후 매년 광주 5·18 민주화운동과 대구 2·28 민주항쟁 행사에 시장 등이 직접 상호 참가하며 교류를 이어왔다.

[광주 = 박진주 기자 / 대구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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