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희망 백신"..80대 수급자 손바느질로 만든 마스크 전달

한 땀씩 손수 제작해 격무 시달리는 주민센터 공무원에 제공
직원들 "그 어떤 보건용보다 가치 있어..피로 씻은 듯 사라져"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마스크가 비싸다는데…"

지난 3일 부산 북구 덕천1동 행정복지센터에 한 어르신이 찾아왔다.

기초생활수급자로 평소 주민센터에 자주 들렸던 A(83) 씨는 평소와 다르게 손에 무엇인가 들고 있었다.

A 씨는 공무원에게 "요즘 고생이 많으시죠"라고 말하며 행정복지센터 직원에게 흰 뭉치를 건넸다.

A 씨가 건넨 것은 면 마스크 20개였다.

면 마스크를 받아든 직원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마스크가 조금 특별했기 때문이다.

오래돼 색이 조금 변한 면으로 만든 마스크 곳곳에는 손바느질 흔적이 있었다.

직원들은 직접 사용하시라며 마스크를 사양했지만, A 씨는 무심하게 책상에 마스크를 던져놓고는 홀연 사라졌다.

마스크를 받아든 직원은 "어르신에게 우리가 마스크를 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받게 돼 처음에는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며 "침침한 눈으로 마스크를 만들기 위해 손바느질하신 어르신의 정성을 생각하니 감동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동장이 A 씨에 감사의 말을 전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A 씨는 동장에게 "평소 직원들 도움을 많이 받았고, 요즘 코로나19로 바쁘신 거 같아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마스크를 직접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옛날에 사용하던 재봉틀을 이용해 완성도 높은 마스크를 만들고 싶었지만, 재봉틀이 고장 나 손바느질로 만들었다"며 "다소 착용하는 데 불편하더라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A 씨의 따뜻한 마음을 생각하며 면 마스크를 끼고 손 하트를 하는 단체 사진을 찍어 A 어르신께 보내드렸다.

주민센터 한 직원은 "이 마스크는 그 어떤 보건용 마스크보다 방역 효과가 뛰어난 희망 백신이다"며 "방역 활동과 자가격리자 가정방문 등으로 쌓인 피로가 씻은 듯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밖에 부산 북구에서는 서원진 씨가 관내 취약계층에게 도움이 되고자 어렵게 구한 마스크 700개를 덕천3동 행정복지센터에 기부하는 등 곳곳에서 '희망 백신'의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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