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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빗장 건 세계 100개국 중 유독 일본에 격앙하는 정부

김주영 입력 2020.03.06. 14:18 수정 2020.03.0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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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日, 방역 외 다른 의도 있는 건가"
일본 정부가 한국과 중국에 대한 사실상의 입국금지 조치를 취한 이튿날인 6일 오전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모니터에 일본행 항공편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발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입국절차 강화 등 조치를 취한 국가·지역이 세계 100곳까지 이르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유독 일본의 조치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는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의 일부 지역에서 외려 우리 국민들을 격리시켰을 때와는 상반된 반응이라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외교부는 6일 오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일본 정부의 전날 조치를 ‘입국 거부’라고 규정하며 “정부가 그동안 일본 측에 추가 조치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수 차례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우리와 충분한 협의도 없이 이러한 불합리하고 과도한 조치를 취한 데 대해 극히 유감을 표하며 금번 조치를 즉각 재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외교부는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우수한 검사·진단 능력과 투명하고 적극적인 방역 노력을 전 세계가 평가하고 있고, 확산방지 노력의 성과가 보이는 시점에서 취해진 조치라는 점에서 ‘방역 외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방역 외 다른 의도라는 표현을 쓴 건 세계 각국이 한국발 외국인에 대해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외교부는 코로나19가 마찬가지로 확산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서 상응하는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도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일본 정부의 조치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NSC 상임위원들이) 일본 정부가 이런 부당한 조치를 우리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취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만큼, 상호주의에 입각한 조치를 포함해 필요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 초치돼 일본의 입국제한 조치에 대한 항의를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전날 일본 정부는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잠정 중단하고 14일간 대기토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추가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즉각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불러 설명을 들었다. 이날은 조세영 1차관이 도미타 고지(富田浩司)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거듭 항의와 유감의 뜻을 표명할 예정이다.

우리 외교당국의 이 같은 반응은 그동안 각국의 입국제한 조치에 대해 보인 태도와 온도차가 크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일부 국가의 입국제한을 두고 “방역상 불가피하게 취한 조치”라며 옹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인 등 코로나19 확산 지역에서 오는 외국인들을 호텔 등에 격리시킨 중국에는 낮은 수위의 유감 표명으로 대응한 바 있다.

앞서 지난달 26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에서 우리 국민이 대규모로 격리됐을 때 김건 외교부 차관보는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 우려의 뜻을 전달했다. 이때 외교부는 극구 “초치가 아닌 면담”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각 지역과 화상으로 연결해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안경을 벗은 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반면 일본의 경우 전날에 이어 이날까지 이틀 연속 초치를 하는 강수를 뒀다. 외교가에선 이처럼 특정 사안을 놓고 이틀 연속으로 대사관 관계자를 초치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이번 반응이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간 ‘경제전쟁’이나 지소미아(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갈등 때에 비견할 만하다는 말도 나온다.

한일 양국의 갈등이 코로나19 사태로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자 곳곳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원인을 제공한 일본 정부를 향한 비판도 많지만, 우리 정부가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듯한 모습을 경계하는 시각도 적잖다.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반일감정을 부추기느냐”거나 “정부가 감염병마저도 정략적 유·불리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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