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 4월쯤 나올까..치료제·백신 개발 어디까지 왔나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0. 3. 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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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명의 지원자가 운집한 경연대회가 열렸다. 경연은 길게는 15년이 넘게 걸리고, 비용은 평균 1조 원이 넘게 든다. 오랜 시간과 돈을 들여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우승자는 단 1명이다. 심지어 우승자가 없을 수도 있다.

수지가 맞지 않는 경연이다. 참여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면서도 반드시 시도해야 할 경연이 지구상에는 있다. 바로 신약 개발이다. 중요한 질병을 치료할 단 하나의 약을 개발하기 위해 제약사는 10~15년 동안 조 단위의 예산을 쏟아 부어 공을 들인다. 그래도 최종적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을 개발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허가한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사의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가 이런 경연에 오른 대표적 사례다. 사람으로 치면 ‘새옹지마’의 주인공이다. 가장 치명적인 감염병 중 하나인 에볼라를 종식시킬 수 있는 강력한 치료제 후보물질로 촉망받으며 2018년 신약개발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까지 갔지만, 결국 효과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폐기됐다. 막대한 개발비는 모두 휴지통에 들어갔다. 하지만, 2년 뒤 코로나19 유행과 함께 ‘패자부활전’에서 부활했다.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데다 코로나바이러스 종류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있어, 미국에서 2월, 한국에서 3월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 돌입하게 됐다. 중국은 이미 후베이성에서 임상시험 중이고 첫 결과는 4월쯤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렘데시비르가 임상시험에서 치료 효과가 입증되면 신속하게 신약 허가를 받고 널리 쓰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최초의 코로나19 치료제가 4월에 나올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렘데시비르의 사례는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새로운 경향을 보여준다. 이른바 ‘지름길’ 전략이다. 개발된 또는 개발 중인 약을 다른 용도로 바꾸는 방법으로 ‘약물재창출’이라고도 한다. 10~15년씩 걸리는 긴 신약개발 기간 대부분을 건너뛰고, 최종에 해당하는 임상시험만 하면 돼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약물재창출은 감염병 발발 등 시급한 상황에서 긴급하게 치료제 개발을 기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중국을 비롯한 각국은 전체 5%에 해당하는 위독한 폐렴 및 호흡곤란 환자에게 다른 치료제를 임상으로 투입해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할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대한감염학회에서도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와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 에이즈 치료제와 다른 항바이러스제(인터페론)를 병행하는 요법, C형간염 치료제인 리바비린 등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신종플루 치료제인 아비간이나 독감 치료제인 아르비돌, 에이즈 치료제인 다루나비르, 에볼라바이러스와 지카바이러스용 항바이러스제인 갈리데시비르 등도 코로나19에 활용할 수 있는지 임상시험에 돌입한 상태다.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이 개발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치료 약물도 임상 시험을 추진 중이다.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도 마찬가지 전략을 시도중이다. 일부 제약사들은 자체 개발한 신약후보물질 가운데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것을 추려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코미팜은 자사 신약후보물질인 파나픽스를 활용해 긴급 임상시험(2~3상)을 진행하겠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파나픽스는 코로나19 환자의 상태를 급격히 나빠지게 하는 면역 과다 발현 반응인 ‘사이토카인 폭풍’을 억제해 생명을 구하는 원리의 신약 후보물질이다. 셀리버리 역시 사이토카인 폭풍을 억제하는 신약후보물질을 임상시험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2곳과 계약했다. 이뮨메드는 서울대병원과 함께 자체 개발한 항바이러스 치료물질을 코로나19 치료용으로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현재 1상을 끝내고 2상을 준비하고 있다. 셀트리온과 한미약품도 코로나19를 억제하기 위한 치료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한국화학연구원은 지난달 28일, 각각 약물 5000종과 1500종의 약효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을 찾아내 이달 말~4월 초까지 일선의 의사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과학자들은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한 환자의 혈액 속 액체 성분인 ‘혈장’에 주목하고 있다. 완치 환자의 혈장에는 코로나19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가 많이 들어 있다. 항체는 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특정 단백질 구조에 반응하는 체내 면역 단백질이다. 마치 범인의 얼굴을 기억한 경찰처럼 몸 안을 돌아다니다 범인(바이러스)이 들어오면 바로 공격해 막아낸다. 중국국립생명공학연구소와 진인탄병원은 완치 환자의 혈장에서 분리한 항체를 이용한 치료가 이미 효과를 봤다며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감염병과 싸우기 위한 인류의 무기는 치료제 외에도 백신이 있다. 백신은 예방을 목적으로 하며, 크게 네 가지 방법으로 만든다.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독성만 약화시켜 넣는 방법이 있다. 범인을 직접 몸 안에 넣어 경찰(항체)이 얼굴을 확인하게 하는 방법이다. 안전을 위해 독성을 아예 없앤 바이러스를 넣기도 한다. 독감백신이 대표적이다. 바이러스 대신 바이러스 단백질 조각만 넣어 인식시키는 방법도 널리 쓰인다. 아예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다른 안전한 바이러스 유전자에 끼워 넣어 체내에 주입하는 방법도 있다.

백신은 치료제보다 개발이 상대적으로 더디다. 3일 WHO에 따르면 현재 각국에서 약 20여 종의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 2월 말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의 제약회사 모더나가 첫 임상시험용 코로나19 백신을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로 보냈다. 모더나는 20~25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이 백신의 임상시험을 4월 말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의 제약사로 메르스 백신을 보유한 노바백스 역시 오는 5~6월 중 첫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임상시험은 백신을 2번 투약해 코로나19에 대한 면역 반응을 확인한다. 이 결과는 7~8월쯤 나온다. 이후 성공하면 다시 수백~수천 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 다시 6~8개월이 걸린다.

중국은 1월부터 중국질병통제센터를 중심으로 바이러스를 추출해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1월 톈진대, 2월 상하이대 등이 백신을 개발했다고 주장했지만,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상태로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홍콩대 역시 1월 말 인플루엔자 백신을 바탕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으며 1년 안에 임상까지 마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단백질 기반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후보물질 ‘S-트라이머’의 개발에 착수하겠다고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GSK는 중국 생명공학기업 클로버 바이오파마슈티컬스와 연구 협력을 체결해 중국과의 공동 개발도 시작했다.

치료제와 백신 개발, 두 가지 대표적인 전략은…

인류가 감염병 치료에 대응할 무기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질병 감염 여부를 확실히 판단하는 진단기술이 있다. 진단시약과 키트는 국내외에서 여럿 개발돼 승인 받았고, 현재도 사용되고 있다. 한국이 기술적으로 우위를 보이는 분야기도 하다. 두 번째와 세 번째가 감염자를 치료하는 치료제와,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백신이다. 치료제와 백신은 바이러스 특성을 공격해 인체 내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데 주력한다. 크게 두 가지 대표적인 전략이 연구되고 있다.

먼저 ‘가짜 먹이’ 전략이 있다. 바이러스가 증식할 때 필요한 생체물질과 아주 비슷한 구조의 물질을 이용해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방법이다.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되다 실패하고 코로나19 용으로 다시 임상시험에 들어간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가 대표적이다.

렘데시비르는 화합물로, 몸에 들어가면 인체의 효소에 의해 구조가 변형된다. 이 물질은 바이러스의 증식에 필요한 효소를 방해한다. 바이러스는 세포에 침투한 뒤 세포 내부에서 증식을 하고 다시 빠져나와 다른 세포에 침투하는 방식으로 몸 안에 퍼져나간다. 이를 위해 세포 내에서 바이러스의 게놈을 복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코로나19의 경우 RNA라는 유전물질이 게놈이다. 이 게놈을 복제하려면 복제를 담당하는 효소가 RNA의 ‘재료’인 염기 분자를 모아 길게 조립해야 한다. 렘데시비르 변형체는 이 과정에 필요한 염기 분자 4가지 가운데 하나와 비슷하게 생겼다. 결국 바이러스의 복제효소는 진짜 재료와 렘데시비르 변형체를 구분하지 못하고 가짜인 렘데시비르 변형체를 복제에 활용하게 된다. 이 경우 마치 휘발유를 주입한 경유차처럼 효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고 복제는 중단된다. 바이러스 증식도 멈춘다.

효소를 방해해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방식은 렘데시비르 외에 현재 중국과 한국 등에서 치료제 대용으로 사용하는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다만 칼레트라는 복제효소가 아니라, 바이러스 증식에 관여하는 단백분해효소를 억제해 비슷한 효과를 얻는다.

코로나바이러스만의 고유한 구조 특성을 이용해 바이러스의 세포 침입을 막는 전략도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왕관(코로나)’이라는 이름을 붙여 준 표면의 돌기 구조(스파이크 단백질)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하기 위해 중요한 기능을 한다. 세포의 특정 단백질을 인지해 결합하며, 이 과정에서 세포 내부로 침투할 수 있게 준비가 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을 차단하기 위해 코로나19만이 가진 독특한 스파이크 단백질 구조를 연구 중이다. 프랑스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팀은 2월 코로나19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스파이크 단백질 아미노산 서열을 밝혀 국제학술지 ‘항바이러스연구’에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한국화학연구원 신종바이러스융합연구단(CEVI)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기존에 이미 개발됐거나 개발 중인 다른 질병 대상 항체 가운데에서 코로나19의 세포 침입 과정을 방해할 수 있는 항체를 찾고 있다. 항체는 바이러스의 특정 구조를 인식할 수 있는 단백질로, 향후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응용될 수 있다. 이렇게 찾은 항체 후보 3종이 최근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윤신영 ashilla@donga.com·이정아,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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