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NO코리아엔 NO재팬으로"..왜 유독 日에만 상응조치를 하나

김경진 2020. 3. 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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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자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한국과 중국에서 오는 입국자에 대한 기존 비자 효력 정지를 최종 결정했습니다. 또 한국에서 입국하는 사람은 2주간 격리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의 코로나19 감염자 수 증가와 일본 국민의 불안감 등을 조치의 이유로 꼽았습니다.


■ 이례적으로 장관이 日 대사 초치해 항의…"다른 의도 있는지 의심"

우리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당초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초치하려던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이례적으로 강경화 장관이 직접 초치해 항의했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장관이 직접) 대사를 만나자고 한 것만으로도 우리의 인식을 잘 느끼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추가 조치를 자제할 것을 그간 수차례 촉구했음에도 충분한 협의는 물론 사전 통보도 없이 조치를 강행한 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외교부는 특히 "방역 외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일본 국민에 대해 입국 제한 조치를 안 했는데, 우리에 대해 사실상 입국 금지 조치를 하는 건 비과학적이고 비우호적인 조치"라고 밝혔습니다. 방역 때문이 아니라 '외교적'인 이유로 일본이 이런 조치를 했다고 보고 있는 겁니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응 조치를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도 일본 입국을 제한하거나, 여행 경보를 상향 조정하는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외교부와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친 뒤 대응 조치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 정부가 일본 조치에 유독 발끈한 이유는?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는 곳은 100곳이 넘습니다. 입국 자체를 막는 곳도 호주와 이스라엘 등 30곳이 넘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들에 대해선 이 같은 상응 조치를 하지 않다가 유독 일본에 대해서만 발끈해 상응 조치를 검토하는 게 의아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외교부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첫 번째는 비과학적 조치라는 겁니다. 일본의 방역 역량이 충분한데도 국민 불안감을 이유로 갑자기 입국을 차단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는 겁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책임 있는 정부라면 국민이 불안감을 가질 때 그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이번 조치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상으로도 방역 차원에서 좋은 대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방역 체계가 잘 갖춰진 호주에는 상응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일본과 호주는 처지가 다르다고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밝혔습니다. 호주에서는 코로나19가 확산되지 않았지만, 일본에는 이미 코로나19가 널리 퍼졌다는 겁니다. 그래도 우리는 일본에 대해 입국 차단 조치를 안 했는데 일본이 우리를 차단하는 건 '비우호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한 가지, 일본의 결정과 통보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외교부는 보고 있습니다. 외교당국이 일본 측과 지속적으로 소통을 하고 있었는데도, 이러한 결정을 사전에 전혀 설명해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 일본의 조치가 무엇인지도 계속 내용이 바뀌고 불분명해서 여러 차례 추궁해야 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밝혔습니다.

일본은 우리 외교당국에 방역 상의 필요성과 국민의 불안감 이외에도 많은 고민 끝에 한 조치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 부분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일본이 내부 여론이 악화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일이 무산되면서 한국과 중국에 대해서 전면적인 입국 제한을 내린 것 같다"면서 "도쿄 올림픽 무산이 거론되는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입국 제한이 방역 때문이 아니라는 겁니다.


■ 중국과는 다른 대응에 도마…감정적 '맞대응'에 우려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 부분도 있습니다. 일단 중국과 대응이 너무 다르다는 점입니다. 이미 중국은 지방 정부 상당수가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2주간 격리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발원지였던 중국의 역조치에 국내 비판 여론도 컸습니다.

외교부는 당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도 초치해 항의했지만, 중국에 대해선 추가적인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 중국인 입국 금지 청와대 청원이 80만 명에 육박하는 등 요구도 거셌지만, 방역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추가 조치는 끝내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일본에는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한다고 하자, 유독 일본에는 방역이 아니라 감정적인 이유로 맞대응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중국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일단 중국의 조치는 중앙 정부 차원에서의 조치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지방 정부가 각자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지 공관에서 지방정부에 직접 항의하고 상황을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우리는 중국에 대해서는 우한과 후베이성의 입국을 제한하고, 입국하는 모든 중국인에 대해 특별 검역 절차를 거쳤다는 점도 거론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 대해선 어떠한 입국 제한도 하지 않아 왔다는 겁니다. 또 중국 일부 지역의 방역 능력과 일본의 방역 능력이 다르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강제징용 판결과 수출규제, 지소미아 문제 등으로 급속히 악화된 한일 관계의 영향이 입국 제한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방역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입국 제한 조치가 양국 간 기 싸움에 외교적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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