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정당지지율 40%, 정말 불가능할까?

박세열 기자 2020. 3. 6.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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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의당 vs. 미래한국당' 프레임의 가능성과 연합 정치의 실험

[박세열 기자]

 
이런 상상을 해 봤다. 모든 '위성 정당'은 다 버리자.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이 녹색당 후보에 비례대표 9번과 10번, 미래당 후보에 11번을 배정하겠다고 밝힌다. 진보 정당인 녹색당과 청년 정당인 미래당 원내 진출의 플랫폼이 되겠다고 선언한다. 번호는 상관 없다. 어찌됐든 당선권과 비당선권의 중간 쯤에 배치해도 될 것이다. 정의당에서 선출된 비례대표 후보들도 대승적으로 이를 수용한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개혁의 성공을 위해 핵심 지역구 몇 곳을 제외하고 모든 지역구에서 민주당과 선거 연대를 할 의사가 있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개혁 성공을 위해 비례대표 투표(정당 투표)에서 정의당을 선택해달라고 호소한다. 

민주당이 이어받는다. 연합정당 참여와 가설 정당 신설 등 모든 전술을 포기한다. 지역구에서 정의당의 희생을 높이 평가하며 비례대표 후보를 한 명도 내지 않겠다고 응답한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의 대항마로, 정의당을 지지해달라는 우회적 호소다. 

'지역구는 민주당, 정당 투표는 정의당' 전략의 윤곽이 드러난다. 민주당은 '희생을 통해 꼼수를 거부하고 연동형 비례제 취지를 살린다'는 명분을 얻고, 정의당은 '선거 개혁 최대 수혜자의 밥그릇 지키기' 프레임을 깨뜨린다. 

미래통합당과 그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은 정의당을 두고 '민주당의 위성 정당', '민주당 2중대'라고 비난한다. 이럴 때는 미래한국당의 김재원 의원이 위성정당을 만들때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면 된다. "페이퍼정당이라 선거운동이 필요 없다. 우리가 굳이 안 알려줘도 (다른 정당, 언론 등이) 막 물어뜯어서 알려주고 있지 않느냐. 우리는 이름만 제대로 짓고 가만히 있으면 된다"(김재원 미래통합당 의원)

민주당과 정의당이 '미래한국당'의 인지도를 높여준 것처럼,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민주당+정의당' 선거 연대의 인지도를 높여준다. 

정당 투표의 선거 판세가 흔들린다. 미래한국당 vs. 정의당의 구도가 만들어진다. 녹색당과 미래당은 정의당의 득표를 위해 뛰고, 시민단체들이 합류한다. 민주당은 '선거 개혁 완성을 통한 다당제'를, 정의당은 '개혁 진영의 승리'를 내건다.  

이제부터 홍보전이다. 정의당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고, 탄핵을 막아내겠다고 호소한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정의당 정당 투표를 앞서서 홍보한다. 

박근혜의 총선 참전으로 갈 곳을 잃은 중도까지 흔들린다. 정의당과 미래한국당의 지지율에 관심이 쏠린다. 경마식 보도가 이어진다. 

민주당과 진보 정당, 청년 정당의 힘을 업은 정의당의 지지율은 20%를 돌파한다. 아니, 30% 이상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역사상 최초의 '진보 정당 교섭단체'의 꿈이 눈 앞에 다가왔다. 

마지막 단계인 '정책 연대' 선언이 나온다. 정의당과 민주당은 연합정치를 통해 국회 다수 의석을 확보하게 될 경우 반드시 이뤄낼 정책 공약을 내놓는다. 정책 연합을 통해 부동산 정책, 재벌 개혁 정책, 기후 위기 정책, 공정 조세 정책, 보건 의료 정책의 '5대 의제', '5대 법안'이 그것이다. 

이렇게 됐을 경우, 과연 정의당은 몇 퍼센트의 정당 지지율을 기록하게 될까? 그리고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은 몇 퍼센트의 정당 지지율을 기록하게 될까? 정의당이 역사적인 녹색당의 원내 진출을 도와 '어게인 2004년'(민주노동당의 첫 원내 진출)이 이뤄진다면? 청년들의 정당인 미래당이 원내 정당이 된다면? 정의당이 이들과 교섭단체를 꾸려 민주당과 '정책 연합' 의정 활동을 만들어 낸다면? 

이 모든 것은 상상일 뿐이다.

민주당과 시민사회 원로들이 구상한다는 연합정당은 이미 오염됐다. 정의당과 녹색당이 거부하는 것도 이해할 만 하다. 어떤 네이밍을 해도 이미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을 판이다.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건 참 어렵다. 

그렇다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각 정당의 위치를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집권 여당으로서 무한 책임을 지는 당이다. 코로나 대응 자체는 잘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집권당의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하다. 미래통합당의 탈법적 위성정당 출연으로 1당의 지위를 위협받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민주당이 어떤 식으로든 새 정당 창당에 개입하더라도 '위성정당' 낙인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당제와 소수 정당 원내 진출 발판을 만들었지만 함정에 빠진 꼴이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교착상태다. 

미래통합당. 주변 야권을 흡수하는 데 성공했으며, 김형오식 공천 혁신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여당이 코로나 대응에 정신 없는 사이, 제 1야당의 존재감을 굳혔고, 온갖 비판에도 불구하고 적극적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꼼수 위성정당까지 출범시켰다. 여론조사 결과도 위성 정당의 미래를 낙관케 한다. 그런데, 큰 변수가 생겼다. 박근혜의 참전이다. '여권 심판'을 바라는 일부 스윙보터들이 갈 곳을 잃었다. '스윙'할 공간을 크게 열어버렸다. 

정의당. 위성정당에 선을 그었지만, '밥그릇 지키기' 프레임에 갖혔다. 정공법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미래통합당 위성 정당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허나 동정여론은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선거 개혁의 가장 큰 수혜자로 낙인 찍힘과 동시에, 대안 없는 연합정당 거부 등으로 '가진 것은 하나도 내놓지 않는 정당'이라는 '프레임'에 걸려 있다. 교착 상태다. 

국민의당. 의사 안철수의 사진 한장으로 새로운 강자로 부상 중이다. SNS 시대엔 돈과 조직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박근혜의 참전까지. 중도층의 지지를 바라는 국민의당에겐 큰 호재다. 암담한 상황에서 일약 원내 정당의 꿈을 꾸고 있는 중이다. 

민생당. 인적 혁신의 기회를 잃어버려, 아쉽지만 현 상황에선 큰 변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의 위기 속 지지층 결집으로, 호남 지역에서도 존재감을 잃어가는 중이다. 

이른바 '4+1'세력은 '교착 상태'에 빠진 것 같다. 그런데 마침, 박근혜가 중도의 공간을 열어버렸다. 미래통합당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심중인 상황에서 4+1 세력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민주당은 명분을, 정의당은 실리를 얻는 방법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꼼수 위성 정당'에는 '연합 정치'의 정공법으로 나선다면 어떨까.  

지역구는 당분간 잊자. 지금 중요한 전장은 비례대표 선거(정당 투표)다. 여기에서 프레임을 구축해야 한다. 과연 비례 1당은 어느 정당이 가져가게 될 것인가.

2016년 '국민의당 돌풍'은 똑똑한 유권자의 힘이다. 그들은 전략적 투표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전략적 투표를 위한 명분을 쥐어주는 것이다. 연합 정치, 선거 연합의 예술은 불가능한 걸까? 상상이 상상으로 그치지 않을 수는 없을까?

박세열 기자 (ilys123@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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