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조난, 위기 상황에서 더 빛나는 드론

주영재 기자 2020. 3. 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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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난자·실종자 수색에 투입… 중국 코로나 감염 지역에 적극 활용

지난 2월 17일 부천소방서는 드론을 이용해 야산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던 10대 여학생을 구조했다. 영하의 날씨에 야간이라 구조가 늦어졌을 경우 자칫 위험에 처했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해가 저물어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워지자 소방대원들은 드론을 날려 수색 3분 만에 조난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드론이 사람을 살리는 ‘활인(活人)’의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급하게 수혈이 필요한 사람에게 혈액을 보낼 수 있고, 물에 빠진 사람들에게 구조용 튜브를 전달할 수 있다. 유해 화학물질이 유출된 공장 지대에서 시야를 확보하는 등 복구 작업을 도울 수도 있다.

드론은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중국 등에서 드론이 긴급 배송과 방역에서 활약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선전시의 드론 제조업체 MMC는 상하이·광저우 등에 드론 100여 대를 투입해 감염 위험지역을 순찰하고 살균제를 살포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람을 대신해 위험지역을 비행하며 40배 줌 카메라로 360도 순찰을 하는데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발견하면 드론에 달린 확성기로 경고한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이 개발한 수소연료전지 드론이 도서 지역에서 응급 약품을 배송하고 있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국내도 드론으로 코로나19 방역

한 중국 언론에 게시된 영상을 보면 드론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외출한 사람에게 “집에 머무르는 것이 편하지 않습니까. 마스크를 쓰지도 않았네요. 필요하지 않은 경우 밖에 나오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 우한에서는 코로나19로 긴급히 병원을 건설할 때 드론이 야간 조명을 제공했다. 장시성에서는 드론이 고층 아파트 건물 사이로 날아다니면서 안면인식기술과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해 주민들의 체온을 측정하기도 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의 출입이 통제된 지역에 드론을 투입해 배송하고 있다.

안면인식 드론은 시민을 감시하는 용도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 다만 드론을 이용한 방역과 물품 배송은 활용할 만하다. 이미 국내에서도 경기 안산, 충북 보은, 경북 청송, 울산, 대구 등 여러 지역에서 코로나19 방역에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전북 정읍도 지난 3월 3일부터 13일까지 드론 6대를 투입해 초·중·고교와 23개 공공시설 161곳을 중심으로 방역을 한다. 10ℓ 분량의 방역 약품을 탑재한 드론은 1분에 991㎡(약 300평) 정도의 면적에 0.8∼2.6ℓ의 소독제를 분사한다. 정읍보건소 담당자는 “드론 방역은 빠른 시간 안에 넓은 면적을 소독할 수 있고, 밖에 나가기 두려워하는 시민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드론 방역에도 한계는 있다. 실내 소독을 할 수 없고, 장애물이 많은 도심에서 날리기 어렵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도 자원봉사자들을 동원해 드론 방역을 했지만 현장 방역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전깃줄 같은 장애물에 걸리면 추락할 수 있기 때문에 옆에서 봐줘야 하고, 비행허가도 받아야 하는데다 배터리가 10분 정도면 닳기 때문에 미리 6개 정도 충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드론을 감염병 확산과 같은 위기 상황에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면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이성용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융합정책팀장은 “항공안전법에 따라 인구 밀집 지역이나 서울 도심 상공은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되어 있다”며 “도심에서 방역을 하려면 이런 제약 사항을 일시적으로라도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항공안전법상 조종자는 육안으로 드론을 볼 수 있는 상황에서만 비행할 수 있고, 야간이나 비가시권 비행은 특별비행승인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이성용 팀장은 “시골이나 넓게 뚫린 곳에서는 멀리서도 볼 수 있지만 건물이 밀집한 곳에서는 드론을 보면서 조종하기 어렵다”며 “눈에 보이지 않아도 드론의 카메라나 센서 등으로 조종할 수 있다면 가시권 비행만 허용하는 규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첨단항공과 관계자는 “공항 주변(3㎞ 이내)이나 원자력발전소 인근(18㎞ 이내) 같은 비행금지구역이 아니면 150m 이하로 날릴 경우 특별한 허가가 필요없다”면서 “비행 제한 사항이 있더라도 드론 방제가 필요할 경우 국토부에 요청하면 최대한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대구시의 경우 국토부가 먼저 드론 방역을 제안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서 거절했다고 한다.

드론은 부상자 긴급 이송에도 활용할 수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정연우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팀은 최근 ‘응급구조 드론’을 개발해 드론 전문기업 드론돔과 양산 단계에 들어갔다. 환자를 눕히는 들것에 프로펠러 8개와 유선 배터리팩을 연결해 지상에서 1m 정도 높이로 띄워 이동할 수 있다. 환자 1명을 들것으로 구조하는 데 보통 4명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드론 들것을 이용하면 1명으로 줄일 수 있고, 흔들림이 없어 더 안정적으로 구조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국적인 확산으로 초중고 개학이 3주 연기된 가운데 3월 4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반송여중에서 해양환경공단 직원들이 드론으로 학교 시설물에 대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늘을 나는 들것’도 개발

이 드론은 약 100만원 정도로 양산이 가능하다. 정연우 교수는 “마치 아이가 헬륨 풍선을 손에 쥐고 걸어가듯이 구조대원과 유선으로 연결된 드론이 따라가게 된다”면서 “자율비행 기능, 장애물 회피 기능에 필요한 여러 센서가 없어도 되기 때문에 훨씬 저렴하고 배터리를 구조대원이 메고 있어 드론의 무게를 줄이고 체공시간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종자 수색에도 드론을 활용할 수 있다. 국내 1호 프로파일러로 잘 알려진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교수는 실종자를 찾기 위해 ‘지리적 프로파일링’을 드론에 접목할 계획이다. 치매노인이나 발달장애 아동이 실종될 경우 드론 수색을 하긴 하지만 경험에만 의존해 날리다 보니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권일용 교수는 “치매도 유형에 따라 이동 특성과 사물을 지각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지리적 프로파일링이라는 개념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하면 실종됐을 때 드론을 우선 보낼 곳을 빨리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리적 프로파일링은 원래 범죄자의 다음 범죄가 일어날 곳을 예측하거나 주 거주지를 예측하는 것을 말한다. 권 교수는 지리적 프로파일링을 도시 치안에 활용하면 범죄자들이 침입해 범행을 저지르기 쉬운 사각지대를 미리 파악해 위험 요소를 제거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드론을 이용한 ‘안심귀가’ 서비스도 가능하다. 귀가 도움을 원하는 사람이 미리 스마트폰 앱으로 신청하면 버스정류장 등에서 경찰 드론이 대기하고 있다가 집까지 동행하는 서비스다. 경찰 상황실에서 드론에 달린 카메라가 전송하는 영상을 계속 지켜보면서 행동이 부자연스러운 사람 등 주변 위험 요인을 체크한다. 화성시가 KT와 손잡고 이와 비슷한 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정연우 UNIST 교수팀이 최근 개발해 ‘2020 iF 디자인 어워드’ 본상을 수상한 응급구조 드론. 구조대원이 등에 맨 배터리팩이 드론 들것에 전원을 공급한다. 울산과학기술원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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