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입국제한 때린 다음날 후쿠시마 간 아베, 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과 중국발 입국자의 2주 격리조치를 발표한 다음날 후쿠시마로 달려갔다.
콘크리트 지지층인 극우세력마저 아베 총리에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지지율 수습을 위해 한국 때리기와 후쿠시마 어루만지기 행보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7일 지지통신,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6일 밤 후쿠시마로 향했다. 오는 11일 후쿠시마 원전사고 9주년을 맞아 현장을 찾는 목적이지만, 지난해 방문(3월9일)보다 일정을 더 앞당긴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부실 대응 역풍으로 지지율이 30%대까지 추락한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도착 이튿날인 7일 오전 후쿠시마 피해지역을 사찰한 뒤 도미오카(읍)을 방문해 지역 호텔 관계자와 촌장을 만나 "고향에 대한 생각과 열정이 큰 힘이 돼 '부흥'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지통신은 아베 총리가 이날 내년을 마지막으로 매년 도쿄에서 열리던 후쿠시마 추도식을 중단한다는 결정도 내렸다고 전했다. 내년 9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후쿠시마 지역에 부흥을 이뤘다는 '구분'을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지지통신은 분석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 최대 곡창지대인 후쿠시마현의 '경제부흥'의 자신의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제시했었다. 특히 올해 7월 예정된 도쿄올림픽에선 선수촌에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제공하는 등 홍보전을 펼쳐 각국의 수입금지 조치를 풀겠다고까지 밝혔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도쿄올림픽 무관중 개최나 연기 소식까지 나오면서 이같은 계획은 틀어질 위기에 처했다.
설상가상으로 도쿄올림픽에 앞서 아베 총리가 고대하던 4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일 일정 마저 코로나19 때문에 연기되는 악재가 덮쳤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당초 1월말부터 중국 입국제한조치를 고려했지만, 시 주석 방일 때문에 망설이다 일정 연기가 결정된 지난 5일이 돼서야 지지층을 의식해 급하게 한중 입국제한 조치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가 공식적으론 밝히지 않지만, 결국 정치적인 이유로 입국제한조치를 전면적으로 못해왔음을 자인한 셈이다.
이날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총리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넷우익(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일본 우익단체)마저 등을 돌리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터넷 극우 사이트에는 2017년 중의원 선거 당시 아베 총리의 자민당이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이 나라를 지킨다'는 포스터와 함께 비난의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요란하게 바이러스 감염 대책을 부르짖었는데 정말 국민을 지킬 수 있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앞서 2014년 중의원 선거 공약집에서도 '감염 대책의 강화'라는 항목까지 새로 넣어 "새로운 감염이 발생하면 특별조치법에 의거에 모든 행정 기관·지방 자치 단체·기업·국민 모두가 일체가 된 국민 보호를위한 체제를 정비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2017년 선거서도 이어졌다.
이 뿐만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아베 총리의 대응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3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자민당의 야마다 히로시 의원은 "외국에서의 유입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았다. 결정을 해달라"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자민당 내부에선 "초동 대응에 완전히 실패했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5일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사전에 통보받은 여당 의원들이 "한국은 지금까지 일본발 입국자에 대한 규제 강화가 없었는데 너무 지나친 조치"라며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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