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안산다" 거짓말에 당한 서울백병원..6일간 무방비 접촉

신성식 입력 2020. 3. 8. 22:03 수정 2020. 3. 9.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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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에 입원 중이던 78세 여성 입원환자가 8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 외래 및 응급의료센터 등 병동 일부가 폐쇄됐다. 뉴스1

서울백병원 입원 중 확진 판명이 난 78세 환자가 70여명의 환자와 의료진을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 측에 따르면 이 확진환자는 3일 입원해 8일 확진까지 4인실에서 입원 진료를 받았다. 대구에서 온 사실을 숨기는 바람에 6일가량 다른 환자와 의료진이 무방비 노출됐다.

서울백병원은 호흡기 질환자가 별도의 트랙으로 진료받도록 유도하는 국민안심병원이지만 거짓말을 하는 환자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서울백병원 측이 수차례 대구 방문 사실을 물었지만 환자가 부인했다고 한다. 병원 측은 이 환자가 입원한 층의 다른 환자를 두 개층으로 나눠 이동 배치했다. 병실당 1명만 배치하고 두 개 층을 격리했다. 접촉한 간호사 등의 의료진도 격리했다.

병원 측은 확진환자가 입원한 층의 환자뿐 아니라 모든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코로나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이 환자는 8일 오전 7시 확진 판정을 받고 음압병실에 입원해 있다가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됐다.

서울백병원은 외래 진료를 중단되고 응급실을 폐쇄했다. 또 8일 오전 9시 이후 입원·퇴원, 외부인 방문을 금지하고 전 직원 이동을 금지했다.

병원 설명에 따르면 이 환자는 서울의 대형병원을 다녔다. 대구에 머물다 지난달 29일 딸 집(서울 마포)으로 올라왔다. 이달 3일 그 병원에 예약하려 했으나 대구에서 왔다는 이유로 진료를 못 받았다. 환자 개인 정보란에 주소가 대구로 기록돼 있었다.

이 때문에 환자는 대구에서 왔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서울백병원 소화기내과를 방문했다. 서울백병원은 3일 환자 방문 때, 이후 입원했을 때 여러 차례 대구 방문 사실을 물었으나 환자가 부인했다고 한다. 환자는 입원할 때 주소지를 서울 마포로 기록했다.

병원 관계자는 "다른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거부당하자 개인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았다. 보건소를 갔으나 검사를 받지 못했다"며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하자 '서울 산다'고 거짓말을 하고 우리 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뒤 입원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환자가 입원 병실에서 여러 차례 대구 이야기를 하는 것을 의심하였고, 6일 청진 후 X레이 촬영을 다시 했고, 흉부 CT를 찍었다. 7일 코로나19 검사를 했다. 8일 오전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전달하자 환자가 그때야 의료진에게 거주지가 대구라는 사실을 실토했다고 한다. 또 대구에서 다니던 교회의 부목사 확진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정종훈·김정연 기자 sakehoon@joon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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