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미지근한 시스템 공천

조형국 기자 2020. 3. 8.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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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민주당, 현역 교체율 26% 넘지만 ‘현역의 벽’ 여전 평가
ㆍ영입인재들, 현역 빈자리로 몰려…‘전략 없는 전략공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더불어민주당은 8일 현재 4·15 총선 공천에서 35명의 현역 의원을 교체해 현역 교체율 ‘20%’ 선은 넘겼지만 소위 ‘물갈이’를 통한 공천 혁신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다. 인위적인 물갈이가 아닌 시스템 공천을 통한 인적 쇄신을 추진했지만 ‘하위 20%’ 명단 비공개 등으로 현역 의원들의 용퇴가 줄었고, 전략공천으로 민주당 공천의 색깔을 드러낼 여지도 줄어들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이 이날까지 지역구 253곳 중 223곳을 공천한 결과를 종합하면 현역 34명이 불출마하거나 컷오프(공천 배제)되거나 경선에서 탈락했다. 전체 현역 의원(129명) 중 26.3%가 교체됐다.

이들 중 당 지도부가 해당 지역구를 전략공천지역으로 지정하며 컷오프된 현역 의원은 신창현(경기 의왕·과천), 정재호(경기 고양을), 오제세(충북 청주서원), 민병두(서울 동대문을) 4명에 그쳤다. 택지개발 정보 유출, 유치원 3법 등 핵심 당론에 대한 반대, ‘미투 논란’ 등 여론의 도마에 올랐던 인사들이 주로 컷오프 대상이 됐다.

경선 초반 현역 의원들이 다수 탈락하며 물갈이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이종걸, 이석현, 유승희 의원 등 비문(재인)계로 분류되거나 계파색이 옅은 중진 의원들이 경선에서 탈락했다. 민주당은 또 정치신인이나 청년, 여성 등 그간 정치권에서 불이익을 받아온 사회적 약자를 시스템 공천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현역 강세가 뚜렷하다. 김빈 전 청와대 행정관(서울 마포갑), 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서울 송파병) 등이 현역의 벽에 막혔다. 이날 민주당은 현역 의원이 단수 후보로 출마한 28곳에서의 현역 단수 공천을 확정지었다. 아직 공천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현역 의원은 금태섭 의원(서울 강서갑)과 지역구 조정으로 경선을 치르게 된 이학영·김정우 의원(경기 군포) 3명으로 추려졌다.

전략공천은 민주당 공천 혁신의 마지막 보루로 남았다. 하지만 영입인재들이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로 몰려가면서 당초 ‘하위 20%’ 현역 의원 지역에 영입인재를 배치해 인적쇄신을 일으킨다는 계획은 무산됐다. 당내에서도 ‘전략 없는 전략공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략공천에서는 이수진 전 판사(서울 동작을), 이탄희 전 판사(경기 용인정) 등 법조인 출신, 특히 판사와 변호사 출신 인사들의 전진배치가 두드러진다. 민주당은 이날 서울 금천에 최기상 전 부장판사,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에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 경기 안산단원을에 김남국 변호사를 각각 전략공천했다.

민주당의 4·15 총선 공천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지만, 이렇다 할 인적쇄신을 만들지 못한 것을 두고 시스템 공천을 통한 물갈이 즉 ‘질서 있는 혁신’ 구상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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