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2층 환자 움직이자 7층 CCTV에 빨간줄..확 바뀐 서울의료원

정종훈 2020. 3. 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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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담병원을 가다]
감염병 사령부로 탈바꿈한 서울의료원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종합상황실에 설치된 CCTV 화면. 7층에 있는 의료진들은 확진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실을 보면서 환자의 움직임과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 김상선 기자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7층 종합상황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의료진 앞에 커다란 모니터가 줄지어 서 있다. 각 모니터에는 격리 병실 환자들이 뭘 하는지 보여주는 CCTV 화면이 빼곡히 담겼다. 환자가 움직일 때마다 작은 화면 위에 빨간줄이 표시됐다. 긴급 상황이 확인되면 근무자가 마이크를 통해 곧바로 담당 의료진에게 알려준다.

한 간호사는 같은층 보호복 착의실에서 온 몸을 덮은 '레벨D' 방호복을 입고 나왔다. 그가 7호기 엘리베이터 앞으로 다가가자 보안요원이 병원 통제센터에 확인한 뒤 올라가도록 했다. 격리 환자 의료진만 탑승하는 전용 엘리베이터다. 내려올 때는 병동 구석에 있는 12호기를 이용한다고 했다.

코로나19 대응하려‘트랜스포머’된 서울의료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울의료원 7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료를 관리하는 거대한 '컨트롤타워'다. 8~13층에 들어선 모든 음압병상(외부와의 기압 차이로 병원체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특수병실)을 모니터링하고, 의료진이 코로나19 진료 준비를 한다.

진료를 마친 의료진이 내려오는 오염구역(탈의실·샤워실), 근무자가 대기하거나 상황을 챙겨보는 청결구역(상황실·당직실 등)으로 나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곳은 일반 환자들이 입원하는 일반 병동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서울시와 보건복지부가 서울의료원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하면서 완전히 탈바꿈했다.

7층만 바뀐게 아니다. 앞으로 중증 환자를 집중 치료한다는 목표로 병실 설계부터 의료진 동선까지 모든 것을 새로 짰다. 13층 규모의 건물 중 7~13층을 코로나 진료 전용 공간으로 변경했다. 다인실 병상 대부분을 빼버린 뒤 음압병상으로 바꾸는 식이다.

1~2층에 있는 일반 외래진료 환자들과 사이에 5개 층 간격의 완충 공간도 뒀다. 병실을 비우려 기존 입원 환자들은 다른 시립 병원으로 모두 이송했다. 사실상 병원 전체가 감염병 사령부가 된 것이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간호사들이 6일 확진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동으로 가기 전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먼저 공사가 끝난 12~13층엔 지난달 28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입원했다. 8일 기준으로 39명이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대부분 서울에서 발생한 환자들이지만, 대구에서 이송된 환자도 있다. 나머지 8~11층은 공사중이다. 15일까지 음압병상 119개를 마련한다는 목표다. 공기가 층별ㆍ병동별로 순환하는 공조 시스템도 손을 봤다. CCTV가 없던 병실에는 카메라를 새로 달았다.

감염병 전담병원 전환에 대한 통일된 매뉴얼은 없다. 병원 측이 며칠간 고민해 자체 설계에 나서야 했다. 의료진뿐 아니라 시설관리팀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들은 기존 10개였던 음압병상을 대폭 늘리기 위해 일반 병실에 쓰는 '이동식 음압기' 50개를 급히 공수했다. 치매 환자용 병실에 시건 장치를 다는 식의 아이디어도 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병실에서 6일 음압기 설치 직원이 기기를 작동해 보고 있다. 김상선 기자

무엇보다 감염 예방을 위해선 의료진의 이동 동선이 제일 중요하다. 바이러스가 나가지 못 하게 감염 위험이 있는 공간(오염구역)과 그렇지 않은 공간(청결구역)으로 철저히 분리했다. 오염구역은 반드시 방호복을 입고 진입해야 한다. 오염된 방호복을 조심스레 벗고 샤워까지 마쳐야 청결구역에 돌아올 수 있다.

병원 내 12개 승강기는 용도에 따라 운행할 수 있는 층이 달라진다. 확진자가 들어오면 전용 엘리베이터를 거쳐 병실로 직행하는 식이다. 엘리베이터 하나는 열쇠가 있어야 탈 수 있고, 4개는 이용 전 내선 전화로 보고해야 한다.

김명윤 시설관리팀 차장은 "음압기는 고장난 것을 수리하고 여기저기서 급히 구입해 마련하느라 고생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겪으면서 환자와 의료진, 폐기물의 동선을 어떻게 나눌 지 알아놓은 건 도움이 됐다"고 했다.

층별로 제어, 용도 나눈 엘리베이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집중된만큼 의료진은 24시간 긴장을 늦추지 못 한다. 이나라 간호사는 "증상이 별로 없는 환자들도 '나 죽는 거 아니냐'고 걱정한다. 환자 치료 과정서 이런 문제도 챙기려 한다"며 "치매나 중증 환자는 CCTV를 보다가 위험 상황이면 곧바로 올라간다. 늘 안전사고가 발생할까 봐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말했다.

병원 인력 대부분은 코로나19 치료에 매진하고 있다. 전문의 35명이 여기에 투입됐고, 사실상 간호사 전원이 환자 진료에 매달리고 있다. 하루 평균 약 2300명이던 일반 외래환자는 지난 4일 기준 약 1200명으로 절반이 됐다.

3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내원객을 돌보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감염 관리를 총괄하는 최재필 감염내과 과장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병원 전체가 각자의 전문 분야를 갖고 상의하고 있다. 항생제만 주고 병상만 갖췄다고 환자를 살려낼 수 없기 때문에 전담병원만의 접근법이 중요하다"며 "전담병원이 되면서 '트랜스포머'처럼 병원이 진화한 거 같다. 코로나19 최일선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해 매순간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의 최전선을 맡고 있는 병원 관계자는 조심스러운 부탁도 했다. 서울의료원 관계자는 "감염병을 치료한다고 하면 병원 주변에 사는 분들이 '혹시나'하고 걱정하곤 한다. 하지만 전혀 외부로 감염될 일 없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가영ㆍ정종훈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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