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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정부가 말하지 않는 외신

원우식 사회부 기자 입력 2020. 03. 09.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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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식 사회부 기자

"한국의 선제적 방역 대응, 막대한 검진 실시, 투명한 정보 공개 등은 향후 감염병 대응을 위한 좋은 선도적 모델이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수 세계 2위 국가인 한국의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4일 국제통화금융위원회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정부·여당이 온·오프라인에서 국민에게 설파하던 선전 논리를 외국 고위 관료들에게까지 그대로 들이민 것이다. 그 자화자찬을 27개국 대표가 들었다.

정부의 '코로나 자화자찬' 주요 근거는 외신(外信)이다. 기재부는 3일 외신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모아놓은 선전물을 인터넷에 올렸다. 첫 페이지에 독일과 영국의 유력 언론 기사가 실렸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의료 분야의 정직함이 희망보다 더 큰 가치"라고, 독일 슈피겔이 "한국 정부의 전략은 단호한 투명성"이라고 각각 한국 정부를 칭찬한 것처럼 표현해놨다.

우선 이코노미스트 기사 원문에 한국에 대한 긍정 평가는 없었다. 한국이 언급된 것도 "한국과 이탈리아처럼 이미 질병이 확산됐다면 중국인 입국 금지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문장이 전부였다. 이 기사가 호평한 유일한 국가는 미국('좋은 소통의 좋은 사례')이었다.

정부는 또 슈피겔 기사의 'Radikalen'이란 단어를 '단호한'으로 번역했는데, 본문 내용을 읽어보면 이는 오히려 '과격한, 급진적인'이라는 뜻에 가깝다. 본문에 "(한국 정부가) CCTV, 신용카드 등을 분석해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공개한다"고 소개하며 "대중이 이를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담겼기 때문이다. '우려'가 '찬사'로 둔갑한 것이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트위터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이 폭스뉴스에서 '이탈리아와 한국은 매우 선진화된 공중보건, 의료 시스템과 투명한 리더십이 있다'고 발언했다"고 적어 올렸다. 발언 자체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인터뷰 핵심은 두 나라에 대한 '여행 제한' 여부였다. 해당 인터뷰에서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두 나라에 대한) 비자 제한도 가능하다"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은 쏙 빼놓고 우방국에 대한 여행 제한 결정을 거론하기에 앞서 일종의 '체면치레'로 발언한 대목만 인용해 칭찬으로 소개한 것이다.

해외 주요 언론 중에는 한국 정부를 비판적으로 다룬 곳이 많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대통령의 '코로나 종식' 발언은 대가가 큰 실수"라는 제목을 뽑았고, 워싱턴포스트는 코로나와 아시아 정세를 다룬 기사에서 "코로나 사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실패가 될 수 있다"고 했다. ABC 뉴스도 마스크 부족 현상을 짚었다.

전 세계가 던지는 우려의 시선을 우리 정부는 마치 관심인 것처럼 즐기고 있다. 그사이 한국 우한 코로나 누적 감염자는 7000명이 넘었고, 사망자는 50명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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