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8개 혐의 받고도 구속 피한 주범.. 법조계 "납득 어렵다"

김청윤 2020. 3. 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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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조폭 낀 '군납업자 민간인 감금사건' 수사 마무리 / 경찰 두 달여 만에 기소의견 송치 / 주범, 수사 시작되자 퇴직 경찰 동원 / 협박·강요 거짓 자수 시키기도 / 검경 영장 거듭 청구·신청에도 / 번번이 법망 피해가며 '불구속'
‘경찰 간부·조폭 민간인 감금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두 달여 만에 마무리됐다. 경남 사천의 한 식품업체 대표가 자신의 회삿돈 횡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동업자를 제거하고 그가 소유한 장례식장을 뺏기 위해 경남경찰청 간부와 조폭을 동원, 회사 임원을 감금하고 동업자의 횡령 진술을 강요한 의혹이다.
특히 이 사건 주범은 이동호(구속기소) 전 고등군사법원장에 뇌물을 건네는 등 경찰과 검찰에서 총 8개 혐의로 구속영장을 반복 신청하고, 청구했지만 끝내 구속을 피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이동호 전 고등군사법원장. 연합뉴스
8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지난 3일 식품업체 M사 정모 대표와 전 경남청 광역수사대 이모 경감(현 진주서 형사과) 등 6명을 공동감금·강요, 범인도피교사 등 혐의로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강성용) 수사를 받은 정씨는 이 전 고등군사군법원장에게 수천만원대 뇌물을 건넨 혐의와 특가법상 횡령,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씨는 자회사 대표 직함을 준 뒤 대관 업무를 맡겨온 친구 장모씨의 장례식장을 가로챌 계획으로, 이 경감 등 5명과 짜고 M사 노모 영업이사를 지난 9월 경남 진주 초전동의 한 건물에 감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범행을 입증할 휴대전화 발신지 기록, 관련자 진술 등 증거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경찰청이 지난해 12월23일 본보의 ‘군납업자, 경찰·조폭 짜고 민간인 감금’ 보도와 관련해 당일 언론에 배포한 해명자료. 상급관청이 수사 중인 상황에서 피의자 해명을 토대로 무혐의를 단정했다. 경남경찰청 제공
정씨는 회삿돈을 지속적으로 횡령해 유흥에 탕진하고 이 중 일부를 군과 민간 계약처 로비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M사는 정씨의 횡령과 로비 영향으로 ‘이익 악화’→‘품질 저하’→‘문제 제기’→‘뇌물 제공’ 등 악순환이 거듭된 끝에 지난해 초 군납이 중지되며 경영에 큰 타격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꾸준한 현금이 창출되는 동업자 장례식장 강탈을 모의한 것이다.
사건 당일 전국구 조폭 ‘동방파’ 두목 허모씨, 부두목 강모씨 등은 노 이사를 빈 사무실로 끌고 간 뒤 휴대전화를 뺏고 ‘장씨가 회삿돈을 횡령했다’고 진술할 것을 강요, 10시간 이상 감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노 이사는 결국 ‘3억여원의 횡령’을 자술하는 진술서를 작성했다. 이후 조폭 전화를 받고 등장한 이 경감은 수사기관에서 조서를 쓰듯 증언을 받아내 고소장으로 추정되는 서류를 작성했으며, 정씨는 이를 토대로 이 경감이 근무하던 경남청에 동업자 장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해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청이 정씨와 이 경감 등 일당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자, 이들은 퇴직 경찰 최모씨까지 등장시켜 허위 진술을 해 충격을 줬다. 경남청 광수대와 홍보담당관실은 이를 바탕으로 세계일보가 ‘사실 확인 없이’ ‘제보자 말만 듣고’ ‘음해성 보도를 남발해 정정(반론)보도 청구와 형사 및 민사소송(손해배상)을 내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혀 빈축을 사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은 “내가 노씨를 감금했다고 언론에 나온 경찰관”이라고 당시에 자수한 최씨 진술이 허위임을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경감에게는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다른 피의자들에게는 범인도피방조 혐의를 각각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감금 벌어졌던 현장 경남 사천의 식품가공업체 M사 정모 대표가 조폭과 경찰을 동원해 감금 사건을 벌인 진주 초전동의 한 건물 내부.
법조계에선 정씨의 죄질이 매우 불량한데도 여전히 불구속 상태인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군과 민간에 저질 식품을 납품한 혐의도 여럿 받았지만 번번이 법망을 피했다. 검찰 내에서는 ‘뇌물을 받은 사람은 구속되고 준 사람은 멀쩡히 돌아다니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푸념이 나온다. 이번 경찰 수사에서도 정씨는 끝내 구속되지 않았다. 이뿐 아니라 M사는 자회사 등을 통해 여전히 이마트 등에 어묵 등 식품도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트 임직원이 정씨의 접대와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신세계 측은 일부 바이어를 징계하는 것에 그쳤다.

특별취재팀=조현일·박현준·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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