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에 또 반토막 났어요"..백병원 인근 상인의 눈물
"이렇게 사람 없는 거리가 아닌데…."
서울 중구에 위치한 백병원은 대구에서 방문한 78세 환자가 지난 8일 오전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되자 즉각 출입을 통제한 뒤 방역에 들어갔다.
백병원 폐쇄에 주변 행인, 손님이 눈에 띄게 줄고 인근 상가 매출도 깎여내려갔다. 점주들은 허탈함과 분노가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주변도 방역 조치될 수 있다"는 말에 한 상인은 눈물을 흘렸다.
이런 상황은 오전 내내 이어졌다. 10시쯤 통화한 백병원 관계자는 "현재 대구에서 온 확진자 방문 당시 인원들이 그대로 근무하고 있다"고 알렸다. 교대 시간이 지났지만 새 직원들도 출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을지로 백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600~700명 정도다. 백병원 관계자는 "이미 입원한 환자 검사를 우선으로 두고 있다"며 "현재 몇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병원을 방문한 기존 환자들은 불편을 겪었다. 오전 11시쯤 백병원 입구에는 3~4명 방문객이 줄을 서고 있었다. 우울증 약을 받으러 온 채모씨(80)는 "약이 내일치만 남았는데 백병원 주변 약국에서밖에 약을 구할 데 없어 확진자 방문을 알았지만 왔다"며 "광진구에서 왔는데 다행히 밖에서 기다리면 처방전을 준다"며 안도했다.
병원이 방역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모르고 온 방문객들은 허탈해했다. 고령 어머니 혈압약을 받으러 온 한 시민은 "미처 뉴스를 보지 못하고 왔다"며 "병원에서 별도 안내를 받지 못했는데 약 받는 방법을 찾아보며 기다릴 것"이라 말했다.
주변 상가에게 주요 고객인 백병원 직원들이 출근하지 못하자 상인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인근에서 A 카페를 운영하는 김영식(40)씨는 "오늘 오전 손님이 10명도 안 왔다"며 "코로나19 확산 후 손님이 60~70% 줄고 주변 회사들이 재택근무한 뒤 더 없어졌는데 백병원 닫은 오늘은 '죽을맛'이라"고 한숨 쉬었다.
상인들은 백병원을 다녀간 대구에서 온 78세 확진자에 대한 시각도 드러냈다. 김씨는 "그분을 생각하면 일단 분노가 앞선다"고 했다. 이어 "해당 환자가 다른 병원을 방문했다가 거절당해 출신지를 대구에서 마포로 바꿔말했다는 사정은 안다"면서도 "그 말 자체가 쉽게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A 카페에는 10여분 동안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테이크 아웃' 고객도 보이지 않았다. 인근 카페 모두 마찬가지였다.
옆에서 B 카페를 운영하는 허모씨(45)는 "코로나 이후 매출이 절반 내려가고 오늘은 거기서 또 절반이 내려갔다"며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일단 환자분에게 화가 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정을 따져봐야 하지만 그분이 처음 방문한 병원이 대구에서 왔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했다면 그 병원도 큰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동찬 더프렌즈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만일 알려진대로 78세 환자가 병원을 방문했는데 의사가 '대구에서 왔다'며 진료를 거부한다면 명백한 법률 위반"이라 밝혔다. 이 변호사는 "시국이 시국인지라 병원 앞에 '대구에서 온 환자분은 선별진료소로 가달라'는 등 안내문을 붙일 순 있지만 그래도 환자가 진료해달라고 하면 거부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식당을 방문한 오전 10시40분쯤 손님 두 명만이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떳다. 플라스틱 가리개를 덧댄 마스크를 쓰고 있던 이씨는 "이분들이 오늘 첫 손님"이라 밝혔다.
취재중 을지로동사무소 직원들이 식당에 방문해 이씨에게 "문에 뿌리시라"며 소독제를 나눠주고 코로나19 예방 준수 사항 등을 알렸다. 이씨는 "개인 방역은 철저하게 하고 있다" 강조하며 소독제를 받았다.
동사무소 관계자는 "오후 2시에 중구청에서 주변 거리를 소독할 예정"이라며 "확진자 동선이 파악되는 것에 따라 주변 상점도 방역에 들어갈 계획"이라 설명했다. 이를 들은 이씨는 동사무소 직원이 나가자 도저히 심란함을 숨길 수 없다는 듯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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