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수처 준비단, 법원·경찰 다 부르고 검찰은 쏙 뺐다

박태인 2020. 3. 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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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오른쪽)이 지난달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준비단(남기명 준비단장)이 이르면 10일 첫 공수처 자문위원회를 개최한다. 보안에 부쳤던 외부 자문위원 명단도 공개된다.


공수처 준비단, 검찰만 쏙 뺐다
9일 중앙일보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공수처 자문위원회엔 대검을 제외한 국회와 경찰·법원행정처·법무부 소속 정부위원들과 대한변협에서 추천한 민간위원 등이 참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수처 설치와 관련된 기관 중 공수처와 업무가 가장 많이 충돌하는 대검만 자문위원회에 초대받지 못한 것이다. 대검은 자문위원회 개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 준비단 고위 관계자는 대검이 빠진 이유에 대해 "검찰의 의견은 법무부를 통해서 들을 수 있고 필요하면 대검에 요청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검 내부에선 "공수처에 대한 법무부와 대검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공수처 준비단이 의도적으로 검찰을 패싱하고 있다"는 반발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31일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이 통과된 날 굳은 표정의 윤석열 검찰총장의 모습.[연합뉴스]



코드논란 우려한듯 민변은 빠졌다
공수처는 지난 1월 14일 공포된 공수처설치법에 따라 공포 후 6개월 이내인 7월 15일 전에 설립을 마쳐야한다. 공수처 자문위원회는 지난달 5일 출범한 공수처 준비단을 도와 공수처의 법적·행정적 자문을 맡게된다.

공수처 자문위원으로는 국회와 법원행정처·법무부의 각 기조실장과 경찰청 수사국장, 대한변협에서 추천한 민간 자문위원인 염용표(48·연수원 28기) 대한변협 부회장이 참석한다. 공수처 준비단 관계자는 코드 인사 논란을 우려한듯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위원은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수처 준비단은 법무부의 심우정(49·연수원 26기) 기조실장과 법무부 기조실 소속 평검사가 자문위원회에 참석하는 만큼 공수처 설치 과정에서 검찰 의견은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검은 공수처 설치법이 통과되기 이전부터 '수사상황 통보'등 공수처의 독소조항을 언급하며 법무부와 의견을 달리해왔다.

한 현직 검사장은 "심 기조실장은 법무부에 소속된 이상, 법무부의 입장만 반영할 수 있을뿐"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재경지검의 부장검사도 "같은 수사기관인 경찰은 자문위원회에 참석하면서 검찰을 뺀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검사 출신 원로 법조인은 "공수처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과정에선 최대한 다양한 기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하나은행 사외이사행으로 논란에 휩싸인 남기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준비단장의 모습. [뉴스1]



공수처 준비단장의 사외이사행 논란
공수처 준비단은 최근 남기명 준비단장의 행보를 두고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남 단장이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공수처 전관예우를 받고있다는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달 말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남 단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남 단장은 19일 하나은행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평균 연봉만 6000만원에, 노동 시간으로 따지면 평균시급이 40만~50만원에 달하는 시중은행의 사외이사는 정권과 연이 닿는 '전관들의 놀이터'란 지적까지 받는 직책이다. 김현 전 변협회장은 "갖고 있는 직함도 내려놔야 하는 남 단장이 공적 지위를 이용해 은행 업무의 도움을 주려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 단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공수처가 설립되면 공수처를 떠날 사람"이라며 "사외이사는 공수처 단장을 맡기 전부터 논의를 해왔다. 공수처와 사외이사 임명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남 단장은 자신을 둘러싼 언론 보도에 대해선 "공수처를 반대하는 측의 '공수처 흔들기'"라 해석하며 "공수처 설치가 순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인·김수민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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