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포럼] 문재인 정부 무능의 뿌리

이상렬 2020. 3. 10. 00: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급 무지가 마스크 대란 불러
잦은 말바꾸기 국민 불신 초래
시장 통제하겠다는 고집 버려야
이상렬 콘텐트제작 Chief 에디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 국민 5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확진 판정을 받고 집에서 병상이 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다 숨진 경우가 여럿이다. 많은 유족들이 빈소조차 차리지 못한 채 고인들을 떠나보냈다.

세계 최고 수준인 의료체계가 정상 가동됐더라면 지킬 수도 있었을 생명들이다. 변명의 여지 없이 정부의 실패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사과하지 않았다. 코로나19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여기는 건지, 사과가 곧바로 정치적 레임덕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때문인지 알 길이 없다. 문 대통령은 마스크 수급 문제에 대해선 여러 번 사과했다. 그러나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마스크 대란의 원인을 제대로 꿰뚫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마스크 대란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정부의 무능이다. 한국의 총인구는 약 5200만 명, 마스크 생산량은 생산시설을 풀 가동해도 일주일에 7000만 장이다. 의료기관과 대구·경북 지역으로 가는 분량을 빼면 약 5600만 장이 일반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 일주일에 국민 1인당 1장 정도다. 그러니 거의 모든 국민들이 마스크를 원하는 상황에서 충분한 마스크 제공은 불가능하다. 이 단순한 산수를 머리 좋은 관료들이 못했을리 없다. 문제는 이런 수요공급 체계를 국가적 방역 대책 때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국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유할 때는 당연히 마스크 생산량과 공급 채널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어야 한다. 나라 경제의 희소한 자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경제 운용의 기본이고 실력이다. 현 정부엔 그게 없다.

서소문포럼 3/10

둘째, 정부의 비겁함이다. 국내 마스크 공급이 그러하다면 처음부터 국민들에게 밝히고 이해와 협조를 구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들이 마트와 약국 앞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서고 나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차렸다. 그러고 나서 건강한 사람들은 마스크를 꼭 쓰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정부의 이런 태도가 국민들의 불신을 자초했다. 마스크 배급제를 내놓으면서도 정부는 솔직하지 못했다. 현 상황에서 1주일 1인 2매는 불가능한데도 그걸 제시했다. 전형적인 과대 포장이다. 그래놓고선 “국민 모두가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자”(5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고 한다. 앞으로 마스크 수요가 줄지 않으면 국민들의 배려심 부족 탓이 되는 건가.

셋째, 정부의 탁상행정이다. 정부는 애초 마스크 배급제를 발표하면서 대리구매를 엄격하게 제한했다. 어린아이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까지 줄을 서야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언제 어디서 코로나19에 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노약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국민 입장에서 생각했다면 나올 수 없는 정책이다. 내각의 장관들은 “대리 수령 범위를 넓히라”는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고 나서야 보완책을 마련했다. 대리구매를 못하게 해 수급을 맞춰보려는 꼼수는 수포로 돌아갔다.

대략 세 가지 요인은 정부 관료들의 잘못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배경엔 현 정권의 시장경제에 대한 몰이해가 있다. 마스크 대란의 본질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란 것이다. 현 정권은 수요도 몰랐고, 공급도 몰랐다. 집단 감염이 확산되면 마스크를 찾는 심리는 본능적이다. 여기에 정부 불신이 얹어지면 가수요가 번진다. 진작부터 마스크 현황과 구입처에 대한 정확한 정보 공개, 마스크 착용에 대한 합리적 권고가 이뤄졌다면 가수요 상당 부분을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공급 부족 문제 역시 정부는 공적판매를 의무화하고, 그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했다. 마스크 생산업체가 자발적으로 공급을 늘릴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과감하게 주는 발상은 부족했다. 이윤이 생긴다면 웃돈을 줘서라도 재료와 설비를 조달하는 기업의 본능을 존중하는 정책을 내놨어야 했다.

마스크 대란을 불러온 정부의 무능은 수요와 공급, 가격을 통제할 수 있다는 현 정권의 고집과 닿아있다. 부동산값 폭등, 자영업자 붕괴 등 경제 실정의 뿌리가 바로 반시장적 인식이다. 코로나19 사태는 결국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가족을 잃은 슬픔과 공포에 떨었던 기억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무능한 정부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이상렬 콘텐트제작 Chief 에디터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