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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세계 어디에도 없는 새 방역모델 만들고 있나..전문가들 "그렇다"

이기상 입력 2020.03.1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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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국내 방역체계 자신감 표출
외신 칭찬하는 韓 방역 모델 3가지
드라이브스루·多진단검사·동선공개
"기초과학 인프라에 민관협력 동력"
정보공개는 '메르스' 쓰디쓴 교훈덕
'자화자찬' 하기엔 '환자 대기' 실책
"섣부른 긍정..유행 이후도 살펴야"
[김포=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5일 경기 김포시 뉴고려병원에 마련된 드라이브 스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검사를 받고 있다. 2020.03.05.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기상 김정현 기자 = 지난 8일 정부는 공식 브리핑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한민국이 기존 방역 관리 체계의 한계를 넘은 새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자평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우리나라는)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고 많은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방식의 검체 채취 ▲1일 1만7000건에 달하는 검사 건수 ▲위성항법장치(GPS) 정보를 활용한 역학조사 등을 실례로 들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도 10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완전히 소멸되기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어 단기적으로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지적했다.

◇드라이브-스루 선별검사소, 일반 검사소보다 검사량 3배 많아

드라이브 스루 형태의 선별진료소는 이미 미국 CNN, 영국 BBC 등이 혁신적인 검사 방식으로 소개한 바 있다. 아이디어 자체는 생물테러가 발생했을 시 해독제를 나눠주는 개념으로 해외에서 소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감염내과)는 "지난 2018년 질병관리본부 정책 용역 과제를 시행하던 연구팀들에 의해 국내에서 자료 형태로 처음 배포된 것으로 안다"며 "자료를 활용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적용을 잘해 이제는 영국 등 해외에서도 벤치마킹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미네기시 히로시(峯岸博) 편집위원은 지난 5일 "(한국의) 지방자치단체가 도입한 드라이브 스루 형태의 검사소에서는 (자동차) 창문 너머로 검체를 채취해 몇 분 안에 (검사가) 끝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실제로 일반 선별진료소가 시간당 2건, 1일 20건 정도의 검체를 채취하는 데 반해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시간당 6건, 1일 60건까지 검체를 채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만7000건 진단검사 "한국은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하나"

하루 1만7000여건이 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진단검사도 외신이 호평하는 부분이다. 지난 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를 근거로 삼아 자국의 검사 수량이 적다는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질병관리본부(질본) 등 방역 당국과 민간 회사의 적극적 협력이 아니었으면 어렵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이재갑 교수는 "질본이 유행 초기 2~3주 안에 코로나19를 진단할 수 있는 표준시약을 만들었다"며 "민간회사가 이 약을 비교해 가면서 자체 개발한 시약의 유효성 검증을 해나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진단에 필요한 시약을 개발하는 과정은 복잡하다. 민간 회사가 표준시약을 개발하고, 유효성 검증을 진행해야 한다. 질본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추출하고, 이를 민간에 분양하지 않았으면 차일피일 미뤄졌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진단검사 키트(Kit), 검사 시약을 적시에 대량 생산할 수 있었던 한국의 기초과학에도 공을 돌리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2000년대부터 대학에서 바이오(Bio) 관련 전공자 배출을 늘리면서 지식인프라를 형성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교육통계서비스를 보면 지난 한 해만 생물·화학·환경계열 대졸자가 1만8394명에 달했다. 자연계열 전체 졸업생의 46.0%다. 이 같은 지식인프라는 진단검사 키트(kit), 검사 시약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바이오 벤처기업 붐으로 이어졌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황승식 교수는 "지식인프라, 생산인프라 두 가지가 모두 다 되는 나라는 몇 없다"면서 "우리가 빨리 알아내서 빨리 진단하는 데에는 특화돼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 게 아닌가"라 평가했다.

◇메르스 논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정보공개'

정부가 '투명성'을 강조하는 근거로는 신속한 '동선 공개'가 꼽힌다. 지방자치단체와 방역 당국은 환자가 방문한 시설과 위치를 상호명까지 신속하게 공개한다.

황승식 교수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경험"이라며 "서로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게 역학조사인데 실제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돼서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신속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법률 조항은 '감염병의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에 있다. 메르스 사태가 벌어진 뒤인 2015년 개정됐다.

법이 개정되면서 통신비밀보호법 등에도 불구하고 환자 및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자의 개인정보를 방역 당국이 요청할 수 있게 됐다.

요컨대 한국의 환자 동선 공개는 메르스 사태로 말미암은 사회적 합의가 없었다면 민주적 시민사회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선 공개 자체가 방역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는 인정하면서도,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번질 수 있음을 지적하는 외신 보도가 많다.

미 하버드대 TH 첸 보건대학원 전염병 전문가인 마이클 미나 교수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독일 슈피겔에 "상세한 정보는 전세계 전문가들이 신속하게 바이러스를 막는 것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슈피겔은 "다른 국가에서는 정보보호법 때문에 한국에서처럼 상세한 환자정보 공개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함께 전했다.

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당국이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정보가 세밀하다는 점에서 "두드러진다(stand out)"는 표현을 썼지만, 많은 서구 국가들에게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의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동선 공개도 사회적 논의 더 해야

우려의 목소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재갑 교수는 "이미 확진자가 7000명을 넘었고, 코로나19 특성상 완전히 사라지기 힘들다"며 "집중적 유행 시기 이후까지 대비해야 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섣부르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대목이 병상 배치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대기하는 인원이 일평균 1800명에 달하는 점은 정부도 인정한 바다. 이 과정에서 안타깝게 숨지는 환자가 나오기도 했다.

유행이 끝나도 다시 감염병이 유입될 위험이 있는 만큼 4~6인실 중심에서 1~2인실 중심으로 늘려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갑 교수는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있는 호흡기 환자를 병원 가건물을 통하는 방식으로 동선 분리를 급조해서는 이후를 대처하기 어렵다"며 "4~6인실로 호흡기 문제가 발생한다면 1~2인실로 바꾸는 등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선 문제도 타국이 본받기 어려운 한국적 특수성이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보다 수준 높은 사회적 검토를 통해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황승식 교수는 "우리가 어떻게 프라이버시(사생활, Privacy)를 보호하면서 (환자 정보를) 어디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당사자 동의를 구하는 식으로 갈 것인지, 역학조사관에 특별권을 줄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akeup@newsis.com,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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