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증폭 검사 거쳐 6시간 내 '감염 판정'.."세계 최고"라는 한국의 코로나19 검사 현장 가보니

이혜인 기자 2020. 3.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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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5부제’ 첫날…마스크 구매 전쟁은 여전했다 공적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서울 종로5가 인근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려고 줄을 서 있다. 출생연도 끝자리 1과 6은 월요일, 2와 7은 화요일, 3과 8은 수요일, 4와 9는 목요일, 5와 0은 금요일에 마스크를 2장까지 살 수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jeongk@kyunghyang.com

코로나19는 감염 초기에 진단검사를 해서 빠른 확진 판정을 내리는 것이 다른 어떤 감염병보다 중요하다. 환자가 자신의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는 초기 경증 단계에서도 여러 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만큼 감염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코로나19 진단검사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외신에서는 “한국이 전방위적으로 펼치는 코로나19 검사가 이 새로운 질병에 대한 해법을 찾는 길이 될 수 있을 것”(블룸버그통신)이라는 반응까지 나온다.

한국은 현재 전국 시·도 보건환경연구원 18곳과 민간 검사기관 95곳에서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1만5000건까지 검사가 가능하다.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많은 양의 검사가 가능하게 됐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민간 검사기관 중 한 곳인 서울 종로구의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 지난 2일 방문해 진단검사 전 과정을 함께했다.

메르스사태 당시 검사기관 2곳뿐

113곳으로 늘려 시스템 미리 구축

하루 최대 1만5000건까지 가능해

초기 확진 통한 감염 차단에 큰 공

매일 오전 9시와 낮 12시 두 차례 코로나19 검체가 들어온다. 검체는 삼중 포장이 돼 있기 때문에 감염 우려가 거의 없지만, 비닐 방호가운과 고글·장갑을 낀 임상병리사가 별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음압실험실까지 운반한다. 삼중 포장을 벗기면 의심환자에게서 채취한 콧물·가래(검체) 등이 묻어 있는 면봉이 액체에 담긴 채 들어 있다. 감염된 사람의 검체라면 코로나바이러스가 묻어 있을 것이다.

검사 원리는 간단하다. 코로나바이러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유전물질(핵산)을 분리하고, 이를 많은 수로 증폭시켜서 기계가 감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우선 음압실험실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 정보가 담긴 핵산을 분리한다. 분리된 핵산에 특정 유전자에만 달라붙어서 코로나바이러스 여부를 판별할 수 있게 하는 지표(프라이머)를 붙이고, 유전자 증폭을 하는 과정(PCR)을 거친다. 총 6시간이 걸리는 이 전 과정을 ‘실시간 유전자 증폭검사(Real Time RT-PCR)’라고 부른다. 조성임 임상병리사는 “서서히 증가하는 모양의 그래프가 나타나면 양성이고, 증가하지 않으면 음성”이라면서 “만약 그래프가 증감을 반복하거나 후반부에 갑자기 수치가 치솟으면 검체가 오염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검체 채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서울대학교 의생명연구원 분자진단검사실에서 한 임상병리사가 채취된 검체를 분석하기 위해 시약을 넣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성문우 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이런 속도와 규모로 검사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을 겪으면서 드러난 취약점을 토대로 시스템을 미리 구축해 놓은 덕이 컸다. 성 교수는 “메르스 첫 확진환자가 나왔을 때 국내에서 검사가 가능한 기관은 질병관리본부(질본)와 서울대병원뿐이었다”며 “같은 일을 겪지 않기 위해 질본과 진단검사 관련 학회가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질본은 감염병분석센터를 만들었고, 진단검사학회는 해외 연구소의 검사기법들을 수시로 살피면서 센터와 정보를 공유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년 정도 걸리는 검사법 승인을 단 며칠로 단축할 수 있도록 긴급사용승인제도를 만들었다. 국내에 첫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인 1월17일에 이미 질본과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코로나19 대응 회의를 열어 최적의 검사법을 논의한 후 이를 진단키트 생산업체와도 공유했다. 그 덕분에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지 불과 2주가량 후 식약처의 사용 승인을 받은 첫 진단키트가 나왔다. 현재 국내의 진단키트는 총 4개 업체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학회는 양질의 진단검사가 가능한 기관 150곳을 인증해 관리하고 있다.

송상훈 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국내에는 약 1200명의 진단검사 전문의 인력풀이 정립돼 있다”면서 “(세계적인 코로나19 진단검사 기술은) 일찌감치 진단검사 분야를 의학의 한 분야로 독립시켜 기술력을 쌓아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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