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간접 피해자들, 속으로 고통 삭이고 사회 불신
[경향신문] 세월호 참사 간접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치료가 시급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원봉사자, 단원고 학생, 안산 시민 등 참사를 근거리에서 지켜본 이들은 자신을 죄인처럼 여기거나 사회를 불신했다고 한다.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공개한 ‘세월호참사 피해자 지원 심화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사참위는 참사 당시 팽목항 현장에서 일한 자원봉사자 10명, 학교에 있던 단원고 교사 7명과 1·3학년생 9명, 안산에 살던 시민 15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자기 아픔을 드러내서는 안된다는 책임 의식 때문에 고통을 억지로 참아내는 특성을 보였다. 이들은 “블랙홀이라고 해야겠죠. (유족을 만나면) 같이 안 아플 수가 없거든요”, “자원봉사자가 자신을 걱정하는 게 남 보기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저에겐 제 걱정이) 사치예요”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참사 이후 예민해진 학생들을 지도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희생 학생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회적 비난에 움츠러들기도 했다. 한 교사는 “학생이 수업 시간마다 울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이제 그만 울어라’ 했더니 난리가 났다. ‘선생님은 안 울고 살아갈 수 있겠어요’라고 했는데, 할 말이 없었다”고 했다.
진상규명이 장기화되자 안산 시민들은 ‘세월호 피로감’을 호소했다. 이들은 “이젠 피곤한 거예요. 해봤자 안되니깐. 그래서 억지로라도 잊자”거나 “안산이 전에는 유명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안산하면 세월호와 연결 짓는 게 불편하다”고 했다. 세월호 문제가 정치화되면서 정치혐오도 생겨났다. 한 시민은 “정치가 갈라놓아서 친한 사람들과도 거리가 생기고, 그렇게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고 했다.
단원고 출신 학생들은 성인에 대한 불신이 높고 국가에 대한 신뢰도 낮았다. 이들은 심층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군대에서 제대한 예비역인데요. 그때는 군대 가기도 싫었어요. 믿을 수 없는 나라를 지켜서 뭘 하나”, “우리나라에서는 행복한 거보다는 사고로 죽지 않으면 다행이다. 금수저, 흙수저 이야기도 맞는 것 같기도 해요. 재수 없으면 언제라도 죽을 수 있으니까.”
촛불집회 등 연대 활동에서 희망을 본 학생들도 있었다. 세월호 촛불집회 때 광화문에 갔던 한 학생은 많은 이들이 세월호를 잊지 않았다는 사실에 희망을 얻었다고 했다.
세월호 간접 피해자들인 이들에 대한 지원은 많지 않다. 2016년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발표한 ‘세월호 피해자 실태조사’는 유가족 등 직접 피해자만을 대상으로 했다. 트라우마 치료 대책 마련도 요원하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 5·18민주화운동 등 사회적 참사 피해자를 위해 건립하기로 했던 ‘국립트라우마 치유센터’는 아직 설립 계획을 구체화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이 민간잠수사 등에 대한 지원안을 담아 2016년 발의한 ‘김관홍 법’은 여전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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