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박근혜 녹슬지 않았다? 녹슨건 누군가

조현호 기자 2020. 3. 1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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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과 범죄 반성없이 힘합쳐 정권 되찾자는 언동이 현명한 판단? 박근혜가 녹슬어서 탄핵당했나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엿새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기존 야당을 중심으로 힘을 하나로 합쳐달라는 옥중메시지를 내놓자 득실분석을 넘어 '박근혜가 정치인으로서 녹슬지 않았다'는 극찬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이 주장을 편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이렇게 녹슬지 않은 실효적 판단을 했다면 탄핵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대통령 파면이 그의 머리가 녹슬어서였다는 것인지 의문을 낳는 주장이다.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10일자 '김대중 칼럼-'정치인 박근혜' 녹슬지 않았다'에서 애초 박 전 대통령이 원망과 배신감을 드러내며 친박에 힘을 실어주는 것을 보고 그가 야권 단합에 기여하리라는 기대를 접었다고 썼다. 그런데 그는 그런 자신의 생각 틀렸다며 박 전 대통령이 지난주 옥중 서신을 통해 '기존 거대 정당'(미래통합당을 지칭)을 중심으로 단합해 여권을 심판해줄 것을 친박 세력 등에 당부했다고 주장했다. 김 고문은 박 전 대통령을 두고 "이제 그는 영어 생활을 하는 불운의 탄핵 대통령에서 분열된 야권을 단합시켜 거대 집권 세력에 도전하게 만드는 막후 실력자로 변신"했다며 "'천막 당사' 이래 가장 현명한 정치적 판단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 3월10일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

김 고문은 박 전 대통령이 계속 분열을 해소하지 못하는 친박에 정치적 부활의 기대를 접고, 차라리 '기존 야당'에 힘을 실어 그쪽으로 야권을 통합시키는 것이 보다 실효적이라고 판단했음 직하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것이 "'정치인 박근혜'의 머리는 아직 녹슬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고문은 "그가 권력을 잃기 전 이처럼 실효적이고 실체적이며 현실적인 판단을 했다면 탄핵은 없었을는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내놨다.

김 고문은 이후 안철수계 인사들이 흡인력이 강해진 미래통합당으로 가고, 국민의당 존립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 그는 이번 총선이 범여권과 단일화된 통합당의 양파전으로 갈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고도 했다. 여권 내부의 위기의식의 결과로 민주당이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을 만들기로 했으며, 향후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이 총선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동할 거라고 썼다.

그러면서 김 고문은 "그러나 지금 야당으로서 중요한 것은 총선에서 이기는 것"이라며 "총선에서 이겨 문 정권의 좌편향 질주에 제동을 거는 것이며 2년 뒤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을 되찾아 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간층(무당층)이 김 고문의 예상대로 움직일지는 모르겠으나 김 고문이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이 있다. 만약 '박근혜의 실효적이고 현실적 판단이 4년 전에도 있었다면 탄핵은 없었을지 모른다'는 김 고문의 가정이 그렇다. 박근혜를 탄핵까지 이르게 한 것은 촛불의 힘이다. 촛불을 든 것은 최고 권력의 부정부패를 두눈으로 똑똑히 봐서이다. 세월호 참사와 불통, 무능, 백남기 농민의 죽음, 민주주의 억압 등 수많은 요인도 있겠지만 국민들이 분노한 가장 큰 이유는 삼성의 뇌물을 받아 비선실세에 주고 그가 자기 멋대로 나랏일에 농간을 부리도록 해준 데 있다. 그래서 수많은 국민들이 한겨울 내내 촛불들고 탄핵을 외쳤지, 박근혜의 머리가 녹슬어서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 4일 국회 정론관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여권이 분열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권력층의 부정부패이며 이를 감추고 속이는 일이다.그때그들이 단합해 탄핵도 막고, 부정부패를 감추는데 성공했다면 대한민국은 여전히 비선실세의 농간과 재벌총수의 뇌물이 만연하는 사회로 남아있었을지 모른다. 김 고문은 국정농단과 뇌물사태가 밝혀지지 않기를 바랐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인가.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 앞에 사죄하고 반성을 촉구하는 일 없이 그의 정치적 스킬이 녹슬었네 마네 하는 주장은 본질을 벗어났다.

야당으로서 중요한 것이 정권을 되찾아오는 것이라는 주장도 언론인으로서 합당하게 할 주장인지 의문이다. 현 정부의 잘못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특정 정당이 총선과 대선에 이겨 정권을 되찾아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대놓고 질책하는 것이 공정한 주장일까. 박근혜가 녹슬까 걱정하기 보다 독자들에게 공정함을 지키려는 노력이 녹슬게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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