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①정기석 "개학하면 '코로나 상황' 완전 달라질 것, 개학 연기해야"

노희준 2020. 3. 1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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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개학시 학부모·학원·대중교통·상권 모두 움직여
아주 운 좋으면 7월 한여름에 잠잠해졌다 겨울에 귀환
신규 확진자 줄어 진정국면이나 펜데믹 진입 초기
수도권 등 인구 밀집 지역 집단 발병 가장 큰 위험
취약시설 관리자, 확진자 등 각별히 신경써야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개학하면 학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집단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방역 차원에서는 개학일을 23일보다 더 연기해야 한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62·사진)는 10일 이데일리와 만나 “개학하면 학교만 여는 게 아니라 학부모가 움직인다. 학원도 열고 대중교통이 복잡해지면서 길거리가 확 달라진다. 상권도 다 움직인다”며 이 같이 밝혔다.

정 전 본부장은 “개학 문제는 최대의 관심사로 정말 치열하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논쟁해서 결정해야 한다”며 “과학적 근거와 학업 진도에 관한 근거를 통해서 결정하고 특히 언제까지 결정할지 미리 정해서 예측 가능한 학사 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의 종식 시점과 관련해서는 “아주 운이 좋은 경우 빠르면 한여름(7월)에는 잠잠해졌다 이번 겨울에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며 “코로나19는 치명률이 낮으면서 많이 퍼지는 바이러스로라 사람의 코와 입에서 여름을 하면(夏眠)하다 겨울에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계절적 유행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정 전 본부장은 “지금은 신규 확진자가 줄어 진정국면이지만 전세계적으로 팬데믹(pandemic·전염병 대유행)이 된 시작 시점일뿐”이라며 “가장 큰 걱정은 수도권 등 인구 밀집 지역에서 집단 발병 사례가 생기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특히 우리나라 전 의료기관의 역량이 결집해 있는 수도권에서 집단 발병이 생기면 그때부터는 걷잡을 수 없이 확진자가 나오면서 의료시설에 대한 사용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취약 시설의 집단 감염 우려를 두고는 “일단 시설의 관리자, 책임자가 바짝 신경써야 한다”며 “환자와 유증자가 없는지 빨리 찾아 격리하고 여러 사람을 대하는 경우 스스로 위생 관리에 신경써 자기 시설 사람에게 병을 옮기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정 전 본부장은 “방역 차원에서는 감염원을 차단하는 게 가장 좋아 전체 외래 방문객(외국인)을 차단하는 게 좋지만 지금은 늦었다”며 “정부는 집단 감염을 막는데 신경을 써주고 불안해하는 국민을 위해 미리 개학 문제나 병상 운영 계획 등을 예측 가능할 수 있게 언제쯤 무슨 지표를 통해 어떻게 판단하겠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신규 확진자가 주춤하지만, 소규모 집단 감염도 늘고 있다. 어떻게 봐야 하나

△지금은 진정국면으로 보인다. 신규 확진자가 줄었다. 방역 활동을 열심히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상당히 동참을 얻은 덕분이다. 그렇지만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를 보면 전세계적으로 팬데믹이 시작 된 시점일 뿐이다. 중국, 일본도 끝나지 않았다. 그런 걸 보면 우리도 상당기간 계속 확진자가 발생할 거라고 본다.

-긴장을 늦출 때가 아니라는 지적인가

△긴장을 절대 놓으면 안 된다. 긴장을 절대 놓을 수 없는 이유가 우리가 이 병을 잡을 무기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코로나19는 백신도 없고 치료제도 없다. 그냥 바이러스가 물러나는 형국밖에 안 되는 거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제한돼 있다. 접촉자 격리하고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게 사람 안에 가두는 것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확진자는 7000명이지만 걸린 사람은 수만명이라고 본다. 불현감염(모르게 앓고 지나감)이라고 부른다. 나타나지 않는 감염, 자기도 모르는 감염을 말한다.

-그럼 지금 가장 큰 위기 요인은 뭔가,

△가장 큰 걱정은 수도권 등 인구 밀집 지역에서의 집단 발병 사례다. 그러면 걷잡을 수 없이 확진자가 나오면서 의료시설에 대한 사용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지금 대구지역에서는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할 사람이 의료진과 기계가 부족해서 다른 지역으로 나가고 있는데 수도권이 만일 대구 같은 지경이 되면 어디서 받아줄 거냐. 그게 제일 걱정이다.

-언제쯤 코로나 사태가 종식될 수 있다고 보나,

△아주 운이 좋으면 한여름에 잠잠해질 수 있다. 하지만 국지적인 감염은 계속 생길 거다. 아주 운이 좋으면 빠르면 7월 정도. 하지만 그때에도 적은 감염자는 발생할 거다. 그렇지 않으면 일정한 감염자 숫자가 나오는 게 1년 내내 계속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한 집단의 40~70%가 감염돼야 감염이 조절된다고 한다. 이게 확진자 수는 아니고 불현 감염도 포함한 숫자다. 이 정도 되면 집단 면역이 생겨 바이러스가 물러난다.

-콜센터, 요양원, 병원 등 취약시설 방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시설 관리자가 시설에서 근무하고 일하는 사람 중에 환자, 유증자를 찾아서 빨리 격리하는 게 필요하다. 의료진 등 여러사람을 만나야 하는 사람들은 특히 스스로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 시설에 있는 사람에게 병을 옮기면 안 된다, 분당서울대병원에 있는 신천지 교인 간호사 같은 경우 스스로 먼저 신고하고 병원에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전 세계 11만명을 넘어섰다. 해외 감염자 유입 차단 필요성은

△지금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해외를 차단하려면 중국도 막아야 할 입장인데 할 수 없을 거다. 중국을 두고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막는다는 것은 문 열어두고 도둑을 막는 거다. 결국은 팬데믹이 되면 전세계가 독감 경보 났을 때 여행을 자유롭게 하듯이 서로 오염됐으니 그냥 감안하고 이동할 수밖에 없다. 방역 차원에선 질병관리본부장도 얘기했지만 감염원을 차단하는 게 가장 좋다. 전체 외래 방문객을 차단해야 하지만 지금은 늦었다. 이제는 전세계로 코로나19가 퍼졌고 언제까지 문을 닫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초중고 학교가 23일이면 개학이다

△방역 측면에서 더 연기해야 하는데 마냥 연기할 수도 없어 그걸 결정하는 게 최고의 관심사다. 정말 치열하게 논쟁해서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런 자리에 질병관리본부장이 얼마나 자기 목소리를 낼 것인지 의문이다. 방역 관련 모든 결정은 중대본과 치열하게 논쟁해야 한다. 그냥 대충 결정하는 게 아니라 과학적 근거, 학업 진도에 관한 근거를 통해서 결정해야 한다. 특히 언제까지 결정할지 미리 정해서 예측가능한 학사 일정을 만들어야 한다. 개학하면 학교에서 코로나19가 집단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개학하면 학교만 여는 게 아니다. 학부모가 움직이고 학원도 열고 대중교통이 복잡해지고 길거리가 확 달라진다. 상권이 다 움직인다. 대학은 어떻게 할지 지금 정말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19의 계절적 유행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어디까지 추측이지만 독감은 5월 중순이면 마무리된다. 그래서 코로나19가 독감 같은 것이라면 빨리 종식될 거라 했는데 5월은 힘들 거 같다. 코로나19는 치명률이 낮으면서 많이 퍼져 있는 거라 바이러스가 일부 사람들의 코와 입에서 여름을 하면하다가 겨울에 다시 퍼질 거다. 감기 바이러스와 똑같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바이러스 전파력이 약해질 수 있지만 홍콩, 싱가포르를 보면 그것도 상대적인 얘기다. 이번 겨울에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최대 잠복기로 알려진 14일을 넘겨 확진된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잠복기가 14일을 넘는 것으로 봐야 하나

△환자를 보면서 진료를 하다 보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라는 늘 예외가 있다. 지금 언론에서는 예외를 갖고 문제로 삼는데 잠복기를 14일이라고 했을 때 15일이 나온다고 해서 그게 이상한 게 아니다. 15일째에서 일부 환자가 나왔다고 해서 잠복기를 수정하는 것은 아니다.(예외적인 개별 사례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취지)

◇정기석 교수는...

△1983년 서울의대 졸업 △1990년 한림의대 호흡기내과 교수 △2012년1월~2016년2월 한림대성심병원장 △2016년2월~2017년7월 질병관리본부장 △2021년 아시아태평양 호흡기학회 회장

노희준 (gurazi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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