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은 어떻게 구분할까?[과학을읽다]

김종화 입력 2020. 3. 1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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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이 제공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장면을 담은 사진. [사진=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 세계가 비상에 걸린 가운데 북한이 뜬금없이 방사포(다연장로켓)를 발사해 외교가에서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9일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오전 7시 36분경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북동쪽 동해상으로 여러 종류의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은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당시 발사한 복수의 발사체 중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적어도 2발 포함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방사포와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함께 발사됐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탄도미사일이 포함돼 있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합동참모본부의 공식발표는 방사포였으니까요.

그런데 탄도미사일이 발사된 것을 일본은 어떻게 알아냈을까요? 솔직히 북한에서 우주발사체라고 주장한다면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지 않을까요? 그리고 우주발사체와 아주 흡사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은 어떻게 구분하는 것일까요?

우주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을 구분하는 기준은 '발사각'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발사각은 발사체의 서있는 자세각을 말하는 것이 아닌 비행경로각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모든 우주발사체는 수직으로 발사되기 때문에 최초의 발사각은 90도입니다.

그러나 우주발사체의 최종 목표는 인공위성 등을 싣고 지구 밖으로 날아가 일정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기 때문에 발사각은 차츰 변하게 됩니다. 그래서 최초에 수직으로 발사됐더라도 정해진 궤도에 가까워지면 발사체의 각도는 점점 줄어들고 마지막에는 0도에 가깝게 비행한다고 합니다.

탄도미사일도 지상에서 수직으로 발사되는 것은 동일합니다. 다만, 탄도미사일은 우주로 나가면 각도를 23도 정도 기울이는데 이 때 중력으로 인해 지상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발사 후의 로켓 궤도를 추적·분석하면 우주발사체인지, 탄도미사일인지를 판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발사각과 비행한 거리를 계산하면 실제 도달할 목표지점도 알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고각으로 발사해 4000㎞를 비행했다면, 실제로는 이 보다 더 멀리 보낼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미국이 비행거리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고각이 아닌, 정상각도로 발사한다면 2~3배 정도는 더 날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령 괌을 비롯해 미국 본토까지 북한의 ICBM이 도달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지요.

탄도미사일의 경우 발사각, 즉 비행경로각은 아주 중요합니다. 북한도 실험발사체가 동해나 동중국해의 공해상에 정확히 떨어질 수 있도록 계산한 이후에 고각으로 쏘아 올리는 것입니다. 비행경로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발사방위각입니다. 특히 항공교통로가 번잡하고, 주변국과의 외교관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발사방위각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입니다.

나로호 발사 장면. [사진=나로우주센터]

우리나라는 탄도미사일도 아닌 우주발사체인 나로호를 발사하면서 발사방위각을 170도로 설정해 발사합니다. 우주발사체를 발사할 때는 보통 0도를 북쪽, 동쪽을 90도, 남쪽을 180도로 설정합니다. 나로우주센터가 위치한 곳은 주변에 일본과 대만, 중국, 필리핀 등이 있어 위험지역을 벗어나 안전한 비행을 위해 170도 방향으로 쏘아 올립니다.

이럴 경우 비행중인 우주발사체의 방향을 바꿔줘야 합니다. 위험지역을 벗어난 후 정상궤도로 비행하는 것입니다. 이는 효율성이 굉장히 떨어지는 계획이지만, 주변국과의 갈등을 방지하고 위험요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합니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힘을 과시할 수도 없고, 북한처럼 막나갈 수도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우주발사체는 직각으로 서서 하늘로 쏘아 올려지지만, 우주에서 수평을 유지하며 비행하기까지 순간순간 발생하는 영향에 따라 각도와 방향을 계산해 끊임없이 조절하게 됩니다. 인공위성 하나가 지구 궤도를 돌기까지는 발사체 제작은 기본이고, 비행과정의 컨트롤 등 과학자들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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